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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에 밀려…국산 신약 ‘올리타’ 개발 중단

한미약품이 첫 신약으로 허가받은 폐암 치료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13일 밝혔다. 올리타는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더는 쓸 치료제가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쓰기 위해 개발한 폐암 표적 항암제다. 201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조건으로 27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처음으로 2015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한미약품은 “2017년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기대를 한몸에 받은 신약 개발이 중단된 이유는 뭘까. 한미약품은 “다국가 임상 3상 진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가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투약되면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가 줄어든 것이다. 
 
타그리소는 올리타보다 개발 시작은 늦었지만, 완료는 빨랐다. 지난해 말 타그리소가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게 되고, 이달 초 한미약품과 중국 파트너 자이랩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임상시험 진행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치료가 절박한 말기 암 환자들은 이미 임상 3상 시험까지 마친 데다 건강보험도 적용되는 타그리소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중인 주요 신약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중인 주요 신약

 
올리타는 소규모 제약 기업과 다국적 제약회사가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따라 개발됐다.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약이 빨리 개발되고 올리타의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이로 인해 올리타 개발 속도는 더욱 늦어졌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현장 의료진은 올리타보다 타그리소가 더 우수하다고 봤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리타와 타그리소 임상 1상 연구에 모두 참여한 김동완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타그리소와 비교하면 올리타의 치료 반응률이 낮고, 지속 기간은 더 짧았다”며 “단순히 개발 속도가 늦어진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경영적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타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혁신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것으로 판단해 개발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외에도 신약 후보물질 24건을 가동 중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유소영 국립중앙의료원 연구조정실 부실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1상 연구는 100명 이내에서 진행하지만, 글로벌 신약 3상 연구는 인종ㆍ연령ㆍ성별 등을 고려해 수백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의 신약 연구ㆍ개발(R&D)은 연구(research) 능력은 있는데 약으로 제품화하는 개발(development) 과정은 아직 조직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개발 중단 소식에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보다 0.18% 하락한 54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49만원대로 내려앉기도 했지만, 낙폭을 줄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래 신약 개발은 1만건 중에 하나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전체 개발비의 70%가 들어가는 임상 3상에서 좌절하는 경우도 흔하다 보니 주가에 큰 충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와 식약처는 올리타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처방받아 투여 중인 환자에 대한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환자가 원하는 경우 타그리소 등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환자들이 계속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올리타 공급을 지속하기로 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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