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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은 무역전쟁 아닌 체제 우월성 대결”

[CEO의 서재]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의 『예정된 전쟁』
창 밖으로 명동성당이 내려다보이는 집무실에서 『예정된 전쟁』을 꺼낸 든 나재철 대표. [신인섭 기자]

창 밖으로 명동성당이 내려다보이는 집무실에서 『예정된 전쟁』을 꺼낸 든 나재철 대표. [신인섭 기자]

이달 초 서울 중구 저동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나재철(58) 대신증권 대표는 올 초 국내에 번역 출판된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을 서재에서 꺼내들었다. 나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한국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리더라면 흘러가는 대로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선택가능한 미래의 변수에 대해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그는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경영자 중 하나다. 전남에서 태어나 광주 인성고와 조선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1985년 대신증권에 공채 12기로 입사한 ‘정통 대신맨’이다.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 책을 통해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을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일 경우, 그에 따른 구조적 압박이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최초의 역사가로 평가받는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신흥세력 아테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지배세력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일어났다고 설명한다. 이것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나 대표는 “최근 미·중 경쟁을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니라 체제 대결로 보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줄지언정 기술 표준을 통해 패권을 유지하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미국식 자본주의보다 공산당 1당 체제가 우월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대응이 어렵다. 나 대표는 “한국의 수출 비중은 중국이 24%, 미국이 12%에 달한다”며 “양국 간의 갈등이 한국에는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주변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안목이다. 지난 500년간 신구 세력이 갈등을 빚었던 16번의 사례 가운데 12번이 전쟁으로 끝났다. 나 대표는 그러나 두 나라가 전쟁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이 책에서 ‘능수능란한 정치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낸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협상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 받으면서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이같은 갈등과 타협의 속내를 정확히 볼 때라는 것이다.
 
나 대표는 중국이 자동차·조선·전자에 이어 반도체도 언젠가는 한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봤다. 한국의 자본 자유화를 벤치마크해 차곡차곡 대비하고 있어 금융 시장이 열린다해도 중국에서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는 “중국의 대안으로 동남아와 인도를 잇는 신남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수수료 싸움이나 하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예금·증권·보험·부동산 등을 포괄하는 웰스매니지먼트시스템으로 차별화할 것”이라며 “지금은 고액자산가 위주지만 인공지능(AI) 챗봇 ‘벤자민’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중산층과 직장인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몇년간 주춤했던 젊은층 채용에도 올해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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