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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단추 못 채우면 뇌손상 신호…뜨개질로 치매 예방을

TV 끄고 손 써야 하는 이유 
현대인은 뇌 건강 위기에 빠졌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디지털기기에 의존해 전화번호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좋아하는 노래도 노래방기기 없이 온전히 부르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서 뇌 세포가 파괴돼 인지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퇴행성 뇌 질환을 앓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혀끝에서 단어가 맴돌아 말이 어눌해지고 상황을 이해·판단하는 능력이 느려진다. 스마트폰·TV 등에 뇌가 소리 없이 잠식된 탓이다. 정체된 뇌를 깨우는 비결은 의외로 ‘손’이다. 뇌에 활기를 채워주는 정교한 손놀림의 건강 효과에 대해 소개한다.
 
감각·운동·기억 영역 등 동시다발 자극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손은 잠든 뇌를 깨우는 열쇠다. 손가락 끝으로 느끼는 다양한 촉감과 민첩한 손의 움직임은 감각·운동·기억·연상·공간지각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한다. 손글씨 쓰기, 컬러링북 색칠하기, 뜨개질, 퀼트, 피아노 연주, 종이 접기, 목공예 만들기, 화초 가꾸기 같이 손을 이용한 활동이 대표적이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는 “뇌 중추신경의 30%는 손의 움직임에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손에는 뇌로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망이 몸통·다리보다 촘촘하게 분포돼 있다. 뇌와 긴밀하게 교감하는 핵심 연결고리인 셈이다.
 
정교한 손놀림의 건강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뇌의 퇴행·노화 속도를 늦춰준다.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으면 근육이 사라지듯 뇌도 안 쓰면 약해진다. 뇌 발달의 핵심은 신경세포와 세포끼리의 연계이다. 뇌신경 연결망이 튼튼한 고학력자는 저학력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행성 뇌질환 발병률이 낮은 이유다. 손으로 느끼는 촉각은 감각 정보를 일차적으로 처리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한다. 그런데 정교한 손놀림이 늘면 그 주변에 있는 인지·학습·판단 등을 담당하는 고차원적 뇌 영역인 전두엽· 후두엽·측두엽까지 자극한다.
  
뇌를 깨우는 손 운동
◆ 메모는 연필·볼펜으로 종이에 기록
◆종이접기·피아노 치기 등 취미 지속
◆ 호두알 꼭 쥐고 굴리며 손바닥 자극
◆ 손바닥이 얼얼할 때까지 손뼉 치기
◆ 손가락 굽혔다 펴는 손 스트레칭
◆ 젓가락을 들고 음악에 맞춰 지휘하듯 움직이기
손은 제 2의 뇌다. 손이 움직이는 것만큼 뇌도 바쁘게 활동한다. 예를 들어 뜨개질을 한다고 가정하자. 단순히 패턴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과 대바늘을 쥔 양손을 교차해 움직이면서 전체적인 모양·크기·짜임을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이면서 사물을 조작하는 힘을 기른다. 또 손·팔의 움직임에 따라 눈이 함께 움직이면서 시각과 운동기술을 통합하는 협응력도 키울 수 있다. 똑똑한 뇌를 만드는 데 손의 미세한 근육·신경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학습을 할 때도 단순히 눈으로 보면서 읽을 때보다 손으로 쓰면서 입으로 말하면 더 잘 기억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이학영 교수는 “뇌졸중·알츠하이머 등으로 뇌가 손상된 환자의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해 손으로 무엇을 만들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재활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하루 TV 7시간, 기억 장애 50% 많아
손을 이용한 활동이 뇌 인지 기능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요나스 게다 박사 연구팀은 경미한 인식장애로 진단받은 노인 197명과 정상 노인 1124명을 대상으로 취미와 뇌 인지 능력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평소 뜨개질·퀼트 등 손과 머리를 이용한 활동을 취미로 가졌던 노인은 그렇지 않았던 노인과 비교해 인지·기억력 손상이 30~50% 덜했다. 특히 TV를 하루 7시간 이상 본 노인은 그보다 적게 본 노인보다 기억력 장애가 50% 더 많았다(J Neuropsychiatry Clin Neurosci, 2012).
 
손을 활용하면 정서적 안정감도 높아진다. 손을 쓰는 활동에 몰두하면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긴장·흥분했던 감정이 가라앉는다. 엉클어진 감정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데 좋다. 이는 감정의 기복을 다스려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을 키워준다. 뇌는 손을 움직이거나 손으로 외부의 변화를 느꼈을 때 활성화된다. 상황을 판단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전전두엽 구조물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CRH)의 분비가 줄어 기분이 안정된다.
  
특히 촉각이 발달한 손은 물건을 두드리고 만지면서 여러 감각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영·유아기에는 손·입을 통해 느끼는 촉각으로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김영보 교수는 “이 시기에 쓰다듬거나 안아주는 촉각 자극이 충분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애착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손은 행복·긍정적인 감정 습관을 길러준다. 능동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창작물을 하나씩 완성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뇌는 퇴행하면서 평소 익숙한 감정을 드러낸다.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자기 평가를 반복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진다. 반면 우울·짜증·분노 같은 감정을 반복하면 뇌에 부정 신경망이 두꺼워진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뇌가 위축돼 기억·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자신을 비하하거나 후회, 절망, 도피 등 부정적인 감정 습관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을 앓을 비율이 2.1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글씨 흘리듯 쓰면 퇴행성 뇌질환 전조
만일 손놀림이 예전보다 둔해졌다면 어떻게 될까.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노지훈 교수는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파킨슨·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전조 증상일수 있다. 뇌가 퇴행하면 손을 이용하는 범위가 좁아지고 반응속도도 느려진다. 따라서 섬세한 손동작을 정확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작은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흘리듯 쓴다면 뇌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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