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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또 순살정치?

강민석 논설위원

강민석 논설위원

사실 철새에게도 핑계는 있다. 아무리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동네를 옮겨 다녀도 이유 하나는 멀쩡하다. 단골 메뉴가 “뼈를 묻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서울 동작을로 옮겨서 출마하며 그랬다. “동작을에 뼈를 묻겠다”고. 하지만 낙선 후 그는 1년 만에 고향 전주덕진으로 내려갔다. 아무 태클이 없었을까. “뼈는 동작에 묻고, 살만 고향에 갔느냐”면서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이 ‘순살동영’이다.
 
이번에도 또 한명이 ‘순살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다. 그 역시 2년 전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면서 “뼈를 묻겠다”고 약속했으나 거추장스러운 약속 따위가 다 뭐란 말인가.
 
당시 그에겐 “경기도지사를 두 번이나 지낸 양반이 텃밭인 대구로 가느냐”는 눈총이 따가웠다. 이때 그는 “수성갑은 험지(險地)”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민주당에 김부겸이라는 후보가 버티고 있다 해도 새누리당에 대구가 험지란 그의 주장은 엄살을 넘어 오버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진짜로 대구에서 탈탈 털리고 말았다. 김부겸 후보에게 무려 24.61%포인트 차(62.30% 대 37.69%)로 대패했으니 그의 말대로 수성갑은 험지였다. 또한 험지이기 때문에 그는 이번에 험지를 버린 순살정치인이 되어버렸다. 경쟁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당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뼈를 묻겠다더니, 살만 올라왔느냐”고 꼬집고 나섰다.
 
하긴 어디 이뿐일까, 이리저리 보따리를 싸 들고 양지로 옮겨 다니는 이들이. 정치권엔 유명한 콤비가 둘 있다. ‘천(천정배)·신(신기남)·정(정동영)’과 ‘남(남경필)·원(원희룡)·정(정병국)’ 이다. 이중 ‘남·원·정’이 와해상태다. 탄핵정국 속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만 해도 바른정당에서 뼈를 묻을 것처럼 행동했으나, 선거철이 되자 남경필·원희룡 지사가 각각 복당과 탈당이란 마이웨이를 택하면서 한국당(남)·무소속(원)·바른미래당(정)으로 갈라져 있다. 야당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장면이긴 하지만, 어찌 됐든 ‘멀리 있는 가치’보다는 ‘단기 이익’을 중시한 결과 아니면 뭘까.
 
이익 말고 명분이나 가치를 지키는 정치를 할 자신이 없다면, 어디 가서 “뼈를 묻겠다”는 말 따위는 하지 말기를. 순살정치인이 될 확률이 대단히 높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고 쉽게 “뼈~” 운운한다면? 분명 그는 거짓말쟁이거나 정치적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이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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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