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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질의 받은 선관위 곤혹…권익위 일부 “왜 우리에겐 안 묻나”

결과적으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운명은 일단 중앙선관위가 결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검찰과 중앙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사임 여부’를 결정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당시 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란 단서를 붙였지만 말이다. 검찰 수사는 시간이 걸리니 결국 선관위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청와대는 전날 선관위에 유권해석도 의뢰했다.
 
공을 넘겨받은 선관위 조사국은 이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16일 권순일 선관위원장이 주재하는 전체회의가 잡혀 있는 만큼 당일 결론을 낼 수도 있다.
 
선관위 차원에선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곤혹감도 묻어난다. 우선 청와대의 질의 형식 때문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보냈는데 비공개였다. 통상 비공개 질의엔 비공개로 답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엔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선관위 입장을 공개하는 걸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로선 질의 내용도 미묘한 대목이 있다. 청와대는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 ▶보좌 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 출장을 가는 것 ▶해외 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것 등 네 가지에 관해 물었다. 해외 출장 건의 경우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 소관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에선 “청와대가 왜 우리한테 질의를 안 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원장의 해외 출장 자체는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대상이 아니지만, 그 이후 관련 판단은 국민권익위가 해 와서다. 권익위 내부 사정을 하는 한 인사는 “그런 유(피감기관과의 해외 출장)의 질문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선관위에선 피감기관의 출장 지원도 사실상 정치자금 문제로 볼 여지가 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후원금 기부 건은 선관위가 2016년 3월 이미 답한 바가 있다. 김기식 원장은 의원 시절이던 2016년 3월 25일 선관위에 “(김 원장이 주도한) ‘더미래연구소’에 정치자금을 추가로 납부할 때 금액제한이 있는지” 묻자 선관위는 3월 29일 “해당 단체나 법인의 정관·규약 또는 운영 관례상의 의무에 기하여 종전의 범위 안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의 규정에 위반될 것”이라고 답했다. 더미래연구소가 2014년 출범할 당시 의원들이 1000만원씩 갹출하기로 했다. 김 원장의 5000만원은 ‘종전의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로선 이번엔 더미래연구소의 정관·규약까지 종합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입장이 뭔가란 논란도 일고 있다. 일각에선 선관위의 입장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보름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으로 국면 전환이 가능하다는 정무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사퇴’란 말을 두 번이나 썼다는 의미에서 김 원장의 하차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3일 문 대통령과 만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 원장을 집에 보내는 것 아니냐. (대통령과 회동) 현장에선 그렇게 느꼈다”고 전했다.
 
김기식 원장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자진사퇴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 등을 묻는 말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고정애·강태화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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