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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쓰레기통 닫는 중국…‘E-쓰레기 대란’도 온다

‘세계 쓰레기백서’ 낸 대니얼 훈웨그 교수 
 
대니얼 훈웨그 교수

대니얼 훈웨그 교수

“외면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공과대학(UOIT) 대니얼 훈웨그 교수(에너지공학)는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은행(WB)이 주도한 ‘쓰레기 백서(What a Waste: A Global Review of Solid Waste Management)’의 대표 집필자로 도시 쓰레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에게 쓰레기 교역은 글로벌 무역의 그림자다.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눈 여겨 보지 않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로 쓰레기가 국제 교역 통로를 타고 흐른다. 거대한  ‘쓰레기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쓰레기 경제는 통상적인 경제와 사뭇 다르다. 일반 상품과 서비스의 주요 소비국 또는 수입국이 선진국이다. 반면 쓰레기 경제의 주요 수입국은 신흥국이다. 이 가운데 최대 소비국이 중국이다. 이제 중국이 쓰레기통을 닫기 시작했다.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되길래 그런가.
“진짜 크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기 직전인 2016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지 절반 이상을 수입해 처리했다. 구리 쓰레기도 절반 이상 중국으로 향했다. 독극물 등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한 폐기물은 아프리카 등에 매립됐다.”
상품 생산뿐 아니라 쓰레기 처리에서도 세계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듯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한 해 나오는 쓰레기 가운데 재활용 가능한 폐지 등의 78%가 중국으로 향했다. 우연인지, 중국이 쓰레기를 주로 수입하는 항구가 홍콩이다. 상품뿐 아니라 쓰레기 중계무역항인 셈이다. ”
중국이 세계 쓰레기 처리장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중국 정부가 1980년대 자원부족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재활용을 강조해왔다. 플라스틱과 고철 등 고체 폐기물(solid waste)의 수입과 재활용을 장려했다. 여기에다 빠른 산업화가 가세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엄청난 원자재를 소모하게 됐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중국에 집결할 수밖에 없었다.”
 
“2100년까지 세계 쓰레기 늘어날 것”
훈웨그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중국이 수집한 폐지와 폐플라스틱, 고철 등의 양이 5억t 이상이다. 연간 5000만t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여기서 한국산은 2%(100만t) 남짓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정이다. 훈웨그 교수는 “중국 재처리 업자들이 분류와 세척이 잘 돼있는 외국산 쓰레기를 중국산보다 더 좋아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외국산 쓰레기가 중국 제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돌 정도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중국이 폐플라스틱 등을 전면 수입금지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분류가 안 된 종이와 낮은 등급의 플라스틱 병 등 24종류의 수입을 막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세계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외면했던 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차원의 ‘쓰레기 위기(crisis of waste)’라고 해도 될까.
“위기라고 부를 수 있다. 수입을 제한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미국·EU 등이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매립하거나 불태우는 방법 밖에 없다.”
선진국들 아프리카로 수출하지 않았을까.
“아프리카엔 중국만큼 재활용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중국은 쓰레기 수입해 매립하거나 불태운 게 아니라 재활용했다. 자원 재생산국이었던 셈이다.”
중국을 대신한 곳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팀이 분석해보니, 쓰레기 증가율이 2000년 이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우리는 쓰레기가 급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왜 그런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이 먼저 산업화하고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사이 중국 등 신흥국들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이뤄졌다. OECD국가의 노력이 신흥국 산업화 때문에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이런 증가 흐름이라면 2100년에 세계 쓰레기 배출량이 정점에 이른다.”
무슨 뜻인가.
“쓰레기가 너무 많아 포화상태가 된다는 게 아니다. 그 해까지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쓰레기 배출량이 늘지만 이후엔 경제가 성장해도 이전만큼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단, 조건이 있다. 각국이 경제 성장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쓰레기 배출량 정점(peak of waste)’이 금세기(2100년 이전)안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쓰레기 배출량 정점을 하루라도 앞 당기는 게 좋다는 얘기다.”
 
“폐가전 등 전자제품 쓰레기가 복병”
훈웨그 교수가 보기에 중국 등 신흥국의 산업화 이후 쓰레기 급증 요인은 아프리카의 도시화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서 도시화가 본격화하면 쓰레기 배출량은 2100년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현재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한국 등이 공격적으로 친환경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하면 쓰레기 배출량 정점은 2075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짧게는 57년에서 길게는 82년 동안 인류를 쓰레기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
 
중국 수입 금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심각하게 다가온다.
“205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250억t 이상이 지구를 뒤덮고 있을 것이란 예측이 있다. 한 해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이 그 정도 발생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1950년대 이후 쌓이고 쌓여 2050년에 250억t에 이른다는 예상이다.”
해결책은 없는가.
“재활용하고 불태워 상당 부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각국이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쟁은 벌여야 할 듯하다. 그런데 또 다른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인가.
“이른바 ‘E쓰레기(electronic waste)’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가전제품 폐기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요즘 연간 4200만t 정도가 발생한다. 가장 많은 E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도 중국이다. 이번 수입금지 조치로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점을 중국이 알아챘을 것이다.”
쓰레기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인가.
“중국 지도자들이 실제 쓰레기를 무기화할지는 모르겠다. 세계 여론을 악화시킬 게 뻔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산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가능할 듯하다.”
 
지금까지 인류는 경제가 성장하는만큼 쓰레기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작동시켜 왔다는 것이 훈웨그 교수의 판단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친환경적으로 살기 위해선 경제 성장률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그는 “경제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쓰레기를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먼저 쓰레기가 어디에서 많이 나오는지 봐야 한다. 쓰레기 대부분은 도시에서 나온다. 북미지역 통계를 보니 도시 거주자 한 사람이 배출하는 쓰레기 양이 농촌 거주자의 두 배 이상이었다. 간단히 말해 쓰레기는 도시 문제의 일부다.”
도시 문제라는 게 무슨 뜻일까.
“개별 도시에 해결책이 있다는 얘기다. 중앙 정부의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 단위 대책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2020년까지 ‘쓰레기 제로(Zero Waste)’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고, 발생하면 최대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쓰레기 제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미 쓰레기 55% 재사용이나 재활용되고 있다.”
 
일본 기업 연계 폐기물 처리 생태계 만들어 
기업은 할일은 무엇인가.
“일본 산업도시 가와사키가 본보기다. 가와사키 정부는 제철소와 시멘트공장, 화학공장, 제지회사 등을 참여시켜 이른바 ‘폐기물 처리 생태계’를 만들었다. 기업들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가운데 상당량을 다른 기업에게 넘겨줘 자원으로 재활용하도록 했다. 해마다 폐기물 50만t 이상을 지역 내에서 처리하고 있다.”
소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에 소비자가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해야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가 자원 소비를 덜 하고도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쓰레기를 줄 일 수 있다.”
대니얼 훈웨그 교수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네덜란드계 이민 2세다. 토론토대학에서 에너지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WB) 근무시절 세계 쓰레기백서를 펴냈다. 또 캐나다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의 녹색정책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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