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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한 수, 커피머신이 폐업 위기 편의점 살렸다

빅데이터로 본 자영업 성공 비결
 
세븐일레븐 아산배방로점 이영숙 점주가 고객에게 커피를 건네고 있다.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아산배방로점 이영숙 점주가 고객에게 커피를 건네고 있다.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충남 아산배방로점을 운영 중인 이영숙 점주는 자신의 가게를 스스로 ‘세븐카페’라 부른다. 편의점이지만 주력 상품은 한 잔에 1200원인 드립 커피여서다. 가정주부였던 그가 편의점을 시작한 건 2015년 9월부터다. 주택가 이면도로 1층에 있는 66㎡(20평)짜리 점포에 터를 잡았다. 커피에 주력한 건 생존을 위해서였다.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탓에 개점 초엔 폐점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가 커피머신을 들여놓고 커피를 팔기 시작한 건 2016년 초부터였다. 커피 자체의 매출은 크지 않지만 이를 통해 손님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이영숙 점주는 11일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부터 손님들에게 자신의 커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에게 “어서오세요. 세븐카페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네는 건 기본. 커피 10잔을 마시면 두 잔을 무료로 주는 스탬프 쿠폰도 도입했다. 다른 점주들은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꺼리는 일이다. 가맹점 본사의 도움을 얻어 매장 앞에서 푸드카 행사도 열었다. 커피머신이 놓인 공간은 카페처럼 꾸몄다. 덕분에 ‘커피가 맛있는 편의점’이란 소문이 나면서 손님도 늘었다. 초기 하루 10잔 정도 팔리던 커피는 여름 성수기에는 100잔이 넘게 팔린다. 커피 유명세에 개점 초 하루 100명 선이던 일 평균 손님 수는 최근 280명 선까지 늘었다. 매출은 초기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이영숙 점주는 “편의점은 손님이 무엇을 살지 뚜렷하게 생각하고 오는 목적구매 성향이 가장 강한 곳”이라며 “커피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만든 덕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기적으로 외부 서비스 평가 받아야
자영업 창업 생존률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6년 기준 지난 10년간 799만 개의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다. 업종 전체로 보면 매일 62곳이 문을 열었고, 36곳이 문을 닫았다. 편의점 점포 수만 해도 이미 4만여 개를 헤아린다. 중앙SUNDAY는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점포수 9326개·2월말 기준)과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의 서울 소재 점포들의 연간 거래내역과 자체 점포 평가 자료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자영업 생존 비결을 알아봤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지난해 총 25억 개의 제품이 팔렸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편의점 점포 한 곳은 평균 2000여 종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생존의 길은 분명하다. 이영숙 점주처럼 남들과 다른 ‘킬러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 대단히 큰 차이일 필요도 없다. 소비자가 기본이라 생각할 제품이나 서비스는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편의점에선 새우깡이나 소주, 라면이 그런 제품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2500여 종의 제품 중 기본상품 비중은 16%(세븐일레븐 기준) 정도지만, 전체 매출(담배 제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나든다. 편의점 점포 한 곳의 하루 평균 매출이 180만원 선이란걸 감안하면 이들 기본상품은 점포 한 곳당 일 평균 72만원어치씩 팔리는 셈이다.
 
세븐일레븐이 ‘기본상품 도입률 80% 미만인 점포’와 ‘도입률 95% 이상인 점포’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전자의 매출은 후자의 8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김성철 홍보팀 매니저는 “점포를 방문한 소비자가 찾는 상품이 없을 땐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추후 재방문률 자체가 낮아진다”며 “기본기가 약해선 단골손님을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본상품을 충실히 갖추는 것 외에 점주 개인의 노력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점포 군’과 반대로 ‘매출이 10% 이상 감소한 점포 군’을 비교한 결과 매출이 증가한 쪽은 회사 자체 점포 평가의 친절·청결 부분에서 평균 93.2점을 기록한 반면, 매출이 10% 이상 떨어진 점포는 전체 점포 평균(80점)을 한참이나 밑도는 70점 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친절·청결 점수가 만점인 점포들은 인근에 경쟁점이 생겨도 손님 수나 매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이 회사 김태호 영업지원팀장은 “점주들은 스스로 자신의 점포가 친절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며 “자영업 점포를 꾸리는 사람은 객관적인 외부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점주 성향 탓, 장사 안 되는 경우 많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사정은 치킨업계도 비슷하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인 BHC는 1400명에 달하는 점주들에 ‘QCS’ 엄수를 요구한다. Q는 품질, C는 청결, S는 서비스의 약자다. 운영 시간대 별로 인력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치킨 주문이 가장 많은 오후 6시~오후 9시 사이 조리·배달인력 등을 여유있게 확보해 놓고, 상대적으로 일손이 비는 낮 시간에는 최소 인원으로만 점포를 운영하는 식이다. BHC관계자는 “결국 치킨 프랜차이즈는 경영 성과가 점주에 따라 좌우되는 사람 장사”라며 “얼마나 더 친절하고 적극적인지에 따라 같은 상권 내에서도 매출이 많이 갈린다”고 했다. 자영업자 본인이 충분한 경험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 2015년 발간된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 경험 기간이 1년씩 늘어날수록 폐업률은 약 12%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컨설팅 업체인 한국창업전략연구소가 최근 자영업자 500명을 상대로 사업 성패 요인을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가능) 자영업자들은 ‘비용 상승(응답자의 96%)’과 ‘경쟁 격화(75%)’, ‘경기 악화(63%)’ 같은 거시 환경 변화를 자영업 부진의 주요 이유라 꼽았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 못잖게 자영업자 스스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창업 전문가들이 볼 때 창업에 실패하는 사람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부정적인 성향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며 “거시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노력들이 쌓여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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