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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서 저커버그까지...성공한 사람들의 복장은 왜?

지난 11일 미국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장에 양복 차림으로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지난 11일 미국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장에 양복 차림으로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사진이 화제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사과하고 향후 철저한 대응을 약속한 발언보다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복장이었다.  
저커버그는 짙은 남색 양복에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이튿날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차림이었다. 기존에 자주 입었던 회색 반팔 티셔츠가 아닌 정장을 입은 그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의회의 규칙을 따르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평소 회색 티셔츠에 후드티,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고수하는 저커버그는 지난 2016년 자신의 옷장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큰딸 맥스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날 아침, 그는 페이스북 계정에 옷장 사진을 올리고 “부성휴가(paternity leave)가 끝난 후 복귀 첫날입니다. 뭘 입어야 할까요?"라는 글을 남겼다.  
마크 저커버그가 2016년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신의 옷장.

마크 저커버그가 2016년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신의 옷장.

사진에 찍힌 옷장에는 옅은 회색 반팔 티셔츠 9벌과 짙은 회색 후드티 6벌이 옷걸이에 일렬로 걸려 있었다. 그는 2015년 페이스북 사용자들과 공개 질의응답을 하면서 “왜 똑같은 옷을 입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공동체를 가장 잘 섬기는 것 외에는 해야 할 결정의 수를 될 수 있는 대로 줄이고 싶어서다. 먹는 것, 입는 것 같은 일상의 작은 일들을 처리하는데 에너지를 쏟다보면 내 일에 전념할 수가 없다.”
 
놀라운 사실은 성공한 사람들 중엔 의외로 한가지 스타일의 옷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선택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다.
 
단벌패션의 효시 스티브 잡스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한 스티브 잡스. 어김없이 검정 터틀넥, 청바지, 뉴밸런스 운동화 차림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한 스티브 잡스. 어김없이 검정 터틀넥, 청바지, 뉴밸런스 운동화 차림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이폰의 아버지 스티브 잡스. 애플의 CEO였던 그 역시 저커버그와 같은 이유로 한가지 복장을 고집했다. 검정 터틀넥 티셔츠에 리바이스 청바지, 뉴밸런스 스니커즈가 그의 유니폼이었다. “미적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이 터틀넥은 일본 출신의 유명 디자인너 잇세이 미야케 작품이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한결같은 차림의 스티브 잡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한결같은 차림의 스티브 잡스.

계기는 1980년대 초반 소니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 회장과의 만남이었다. 소니를 방문한 잡스는 소니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회사와 사원을 하나로 묶는 매개가 유니폼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애플도 회사와 사원을 잇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며 유니폼 도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찬성한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잡스는 죽을때까지 잇세이 미야케에게 주문했던 100벌의 검정 터틀넥을 입었다. 
 
같은 색, 같은 핏의 양복 매니아 오바마  
재임 중 패셔니스타로 통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하지만 오바마는 재임 중 거의 매일 똑 같은 스타일과 컬러의 양복을 입었다. 오바마는 2012년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무엇을 입고 먹을지에 대한 결정은 하고 싶지 않다. 남은 재임기간 진회색, 진청색 양복을 입은 것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듯 다른 듯'...미셸만 드레스를 갈아입은 사진들. 오바마는 재임 8년간 단 한벌의 턱시도로 지냈다.

'같은 듯 다른 듯'...미셸만 드레스를 갈아입은 사진들. 오바마는 재임 8년간 단 한벌의 턱시도로 지냈다.

미셸 오바마는 퇴임 직전 남편이 8년간 ‘단벌신사’였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미셸은 “내가 신은 신발, 팔찌, 목걸이는 언제나 사진에 찍히지만 정작 남편은 8년 동안 똑같은 턱시도를 입었고 신발도 같았다”면서 “그런데도 아무도 그 사실에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헝클어진 사자머리, 맨발의 천재
현대물리학의 아버지 알버트 아인슈타인 역시 “매일 아침 무엇을 입을지 결정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사람 중 하나다. 아인슈타인은 공식석상에 참석할 땐 늘 부인이 골라준 옷을 입었는데, 그의 시그니처 패션으로 불리는 회색 정장이다. 
아인슈타인이 생전 항상 입고 있었던갈색 재킷.

아인슈타인이 생전 항상 입고 있었던갈색 재킷.

이밖의 시간엔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갈색 재킷차림이었다. 또 평생 양말은 신지 않았고, 머리는 헝클어진 사자머리를 고수했다. 지나치게 캐주얼한 아인슈타인의 패션은 때론 운동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유니클로 홀릭’ 손 마사요시
일본 부자랭킹에서 수위를 다투는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창업자의 소박한 패션은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지난 2016년 ‘닛케이 비즈니스 어소시에’가 쓴 그의 이력서를 보면 재산=117억 달러(약 13조원.일본 2위), 취미=골프 등과 함께 ‘즐겨입는 옷’ 항목엔 ‘유니클로’라고 쓰여 있었다. 그 밑엔 “해외에 나갈 일이 많아진 최근엔 양복도 자주 입는다”는 설명이 붙어있었지만 13조원의 재력가가 저가의류의 대명사인 유니클로를 즐겨 입는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 부자랭킹 1위를 다투는 두 사람.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왼쪽)과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일본 부자랭킹 1위를 다투는 두 사람.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왼쪽)과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알고 보니, 손 회장과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재산 146억 달러로 일본 재력가 순위 1위)은 막역한 사이.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가 출시하는 신제품들을 손 회장에게 선물한다는 것. 유니클로의 스웨터나 셔츠 등 선물받은 옷을 종종 입는다는 손 회장 역시 옷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인사 중 한명이다. 
블루셔츠에 조끼 정장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덩케르크’와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패션 스타일 역시 한결같다. 블루 드레스셔츠(가끔 화이트)에 조끼를 껴입고 그 위에 재킷이나 코트를 걸친 전형적인 쓰리피스 정장이다. 영화 시사회나 시상식장은 물론, 촬영 때도 이 공식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놀란 감독은 2014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입을 옷을 고르는데 에너지를 쏟는 일이야 말로 낭비다. 이런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졌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고 말했다. 영국 기숙학교에서 입었던 교복처럼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인데, 현장의 영화 제작진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세그웨이의 아버지 딘 카멘
한때 ‘인터넷 이후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린 세그웨이. 바퀴가 2개 달린 T자 모양의 1인용 운송수단인 세그웨이를 발명한 딘 카멘은 데님패션으로 통한다. 세그웨이 외에도 ‘휴대용 인슐린 펌프’ 등 40년 동안 440개가 넘는 발명 특허를 취득한 그는 백만장자 부자지만 그의 옷장 안에는 데님 셔츠와 청바지, 작업용 부츠밖에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를 축적하고 멋부리는 것 보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는데 일생을 바치고 싶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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