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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오바마 연설 동영상, AI가 만든 가짜였다

‘놀라움의 시대’ 주제 14일까지 개최 
구글브레인의 수파손 수와자나콘 연구원이 자신이 만든 오바마의 가짜 동영상을 띄워놓고 강연하고 있다. [사진 TED]

구글브레인의 수파손 수와자나콘 연구원이 자신이 만든 오바마의 가짜 동영상을 띄워놓고 강연하고 있다. [사진 TED]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동서양 공통의 속담이 깨질 판이다. 이젠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것이라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TV에 나오는 뉴스 동영상조차도 가짜 뉴스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8 TED 콘퍼런스’ 둘째 날 강연에 나온 구글 브레인의 컴퓨터과학자 수파손 수와자나콘이 한 얘기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동영상 네 개를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배경과 표정이 모두 다른 영상 속 오바마 전 대통령이 똑같은 입 모양으로 “하이테크 제조업에 투자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수와자나콘은 “위 동영상 중 어느 게 진짜 같으냐”고 물은 뒤 곧바로 “모두 다 진짜가 아니다”라고 자답해 관중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구글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로 제작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홀로그램으로 TED 강연장에 나타났다. [사진 TED]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홀로그램으로 TED 강연장에 나타났다. [사진 TED]

그가 대학 시절부터 연구개발한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인터넷상에 공개된 고화질 비디오 화면과 음성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 후,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말하는 사람의 입술과 치아·턱 등의 움직임을 분석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낸다. 그는 이런 방법을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무려 14시간 동안 연설하는 ‘가짜’ 동영상을 ‘창조’했다. 수와자나콘은 “이 기술은 교육용 등 좋은 면으로 쓰일 곳이 많지만 나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가짜뉴스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쳤다.
 
TED 둘째 날 강사들은 과학기술 발전의 이면을 얘기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사피엔스』와『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날 몸이 고국인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상태에서 홀로그램 속 ‘디지털 아바타’로 변신해 캐나다 밴쿠버의 TED 관객들에게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는 “호모데우스에서 미래의 인류는 디지털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렇게 빨리, 그것도 나한테 올 줄은 몰랐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하라리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인공지능과 정보 집중”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IT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독재를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경고했다. 하라리는 강연 후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와의 화상 대화에서도 “이런 세상이 오는 것을 막으려면 오늘날 일부 IT기업 같은 극소수의 손에 정보가 집중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서 모은 입술·턱 움직임 분석
우주 탐사는 TED 콘퍼런스의 단골 소재다. 지난해에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강사로 나왔는데, 올해는 스페이스X의 그윗 숏웰 사장이 등장했다. 그는 둘째 날 3세션 마지막 순서에 나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동영상을 보여주며 “승객 100명을 태우고 중국 상하이 등 지구 반대편까지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저궤도 초대형 우주여객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로 악용될 수도” 경고
그윗 숏웰

그윗 숏웰

앤더슨 대표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숏웰 사장은 “그렇지 않다. 분명히 향후 10년 안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같은 원리의 초대형 우주로켓을 이용해 100명의 인류를 10년 안에 화성에 보내는 유인탐사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더슨 대표는 “지구에서 할 일이 많은 인류가 왜 화성에 가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숏웰 사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가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또 다른 별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며 “스페이스X는 인류의 그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TED는 세계 각국 지식인들이 과학기술과 예술·인문학을 넘나드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세계인의 지식나눔 축제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 세 가지의 주제로 ‘공유할 만한 정보(ideas worth spreading)’를 나누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강연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실험으로 21세기의 ‘연설 르네상스’를 열었다.
 
올해 TED 콘퍼런스는 ‘놀라움의 시대(The Age of Amazement)’라는 주제로 14일까지 5일간 진행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스타트업들이 행사장 내에 ‘테크니컬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전시장도 마련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비슷한 국제적 전시회 겸 콘퍼런스로 발돋움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밴쿠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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