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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한..." 일본 정가를 뒤흔든 한 마디

“내가 기억하는 한 없다”
 
이 한 마디가 일본 정가를 흔들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과 관련해 “이는 총리의 안건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난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비서관에게서 나왔다.  
 
지난 10일 에히메(愛媛)현 직원이 비망록 형태로 적은 문서로 “총리의 안건” 발언이 알려지자, 야나세 전 비서관은 입장문을 통해 “내가 기억하는 한 에히메현, 이마바리(今治)시 사람과 만난 적은 없다”며 문서 내용을 부인했다. 만난 적이 있다, 없다의 ‘사실’을 확인한 게 아니라 ‘기억’에 의존한 답변을 내놓은 것.
 
아베 신조 총리가 11일 국회 예산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11일 국회 예산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 국회에선 ‘기억하는 한’이라는 답변을 놓고 격렬한 설전이 벌어졌다. 아베 총리는 “에히메현의 문서에 대해서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언급을 꺼린 반면, 야나세 전 비서관에 대해선 “함께 일해 온 내 부하를 신뢰한다”며 감싸기에 급급했다.
 
야당 의원으로부터는 “기억이 없는 사람의 말을 믿고 ‘없다’고 하는 거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 幸男) 대표는 “에히메현 직원이 듣지도 않은 얘기를 썼단 말이냐. 그게 아니라면 야나세 비서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비판했다.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답변 도중 야당 의원으로부터 “그게 아니잖아”,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라며 야유도 쏟아져 나왔다. 아베 총리는 “제가 하는 말을 한 번씩 메아리처럼 반복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진땀을 흘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문서에 언급된 날짜에) 회의가 있었던 게 맞다”는 이마바리시 직원의 증언도 동시에 나오면서 아베 총리의 스텝은 더욱 꼬이게 됐다. 아베 총리는 답변 도중 “죄송하지만, 내가 지금 성의를 갖고 답변을 하고있는데, 좀 냉정하게 논의하자”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비서관이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문제를 '총리의 안건'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기록된 문서를 보도한 아사히 신문의 10일자 지면.

아베 총리의 비서관이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문제를 '총리의 안건'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기록된 문서를 보도한 아사히 신문의 10일자 지면.

 
아베 총리는 이날 문서를 뒤집을 만한 증거는 내놓지 못한 채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 있어서, 관련 민간 의원으로부터 ‘한 점의 의혹도 없다’는 발언이 있다. 나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 않느냐”며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기억하는 한'과 관련해선 문서의 존재를 확인했던 에히메현 지사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카무라 도키히로(中村時広) 지사는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억하는 한’이라는 말은 좀 신경이 쓰인다”면서 “듣는 입장에서는 ‘어떨까’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에서 제대로 검증해서 정중히 설명되어야할 일이므로, (검증)하면 된다”면서 “정말로 정직하고, 정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아베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의원 역시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고이즈미 의원은 11일 한 강연에서 “’기억하는 한’이라고 주석을 달아야 하는 거라면 ‘안 만났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에히메현의 발언과 야나세 전 비서관의 발언이 서로 맞지 않다. 진실을 밝히는 건 당사자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국회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답변을 준비하면서 문서를 읽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국회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답변을 준비하면서 문서를 읽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새로운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부인 아키에씨와 관련이 있는 모리토모 학원 부동산 특혜 의혹, 이라크 파병 자위대의 일일보고서 은폐,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이 돌아가면서 아베 정권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야나세 비서관이 실제로 "총리 안건"이라고 발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당시 면담 참석자 중 1명이 해당 면담에 대해 "틀림이 없다"고 존재를 확인했으며 "(비서관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추측하기 어렵지만 (수의학부 신설에)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모리토모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재무성이 부지 비용 산정에 관여한 오사카(大阪)항공국에 쓰레기 처리 비용을 늘리도록 의뢰한 정황이 드러나 오사카지검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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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신문은 이날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총리 관저측이 문부과학성에 조만간 에히메현 관계자들이 관저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문부과학성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증언은 야나세 전 총리비서관과 만났다는 에히메현의 문서가 사실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 만남에 대해 아베 정권과 야나세 전 비서관은 부인하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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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