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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못한 일 했다"… 네모녀 지켜낸 동사무소의 '감성복지'

지난해 12월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행정복지센터(옛 동사무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인데 관리비를 몇달 연체한 세대가 있다. 같이 가보자”는 내용이었다.
지난 11일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회원들이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을 방문해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의 안부를 묻고 이상을 발견하면 오정동행정복지센터로 연락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1일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회원들이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을 방문해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의 안부를 묻고 이상을 발견하면 오정동행정복지센터로 연락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화를 받은 오정동 행정복지센터 공태자 맞춤형복지팀장과 직원들은 곧장 현장으로 출발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오정동의 한 아파트. 공장에 다니는 A씨(45·여)가 딸 셋과 사는 집이었다. 8년 전 남편이 가출한 뒤 A씨는 혼자서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 빠듯한 살림에다 초·중·고생인 세 딸을 키우느라 관리비와 월세를 체납했다. 연체가 계속되면 아파트에서 쫓겨날 처지였다.
 
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활하던 A씨는 그동안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자신이 복지대상자가 되는지도 몰랐고 어디에다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 얼마간의 수입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자신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도 한 이유였다.
11일 오후 대전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정동 행정복지센터 내 희망나눔센터에서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든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1일 오후 대전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정동 행정복지센터 내 희망나눔센터에서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든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팀장과 직원들은 A씨를 설득했다. 지금처럼 생활하면 세 딸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 상급학교 진학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비와 급식비 등을 지원받으면 가정형편이 나아진다고 다독였다. “아이들이 자라서 그대로 사회에 돌려주면 된다”며 A씨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몇 번의 설득 끝에 A씨는 공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정동 행정복지센터의 지원을 받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 A씨는 자녀들의 학비(급식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받게 됐다. 대덕구청과 오정동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한 기업으로부터 장학금도 받게 됐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위기가정’을 구한 것이다.
 
A씨는 “먼저 손을 내밀어줘서 정말 고맙다. 남편과 연락이 두절된 뒤 근근이 생활했는데 이제야 마음이 후련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행정복지센터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행정복지센터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오정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해 10월부터 소외된 계층을 직접 찾아 나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최근 발생한 충북 증평 모녀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오정동은 주민 1만6000여 명 가운데 독거노인과 한부모가정 등 사회복지대상 수급자가 1300여 명에 달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공공 임대아파트가 없고 민간 아파트에 사는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직원들은 우선 오정동에 있는 5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관리비를 연체한 세대를 찾았다. 증평 사건처럼 장기간 방치된 가정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을 통해 A씨 가족을 비롯해 아파트 관리비를 체납한 8가정을 확인했다. 대부분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진 가정이었다. 상담을 통해 세 가정이 당장 관리비를 납부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에게 300만원을 지원했다.
 
자존심 때문에 도움받기를 꺼리는 가정에는 “그동안 당신들이 낸 세금을 이제 돌려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힘을 내서 다시 일하면 된다”고 다독였다.
지난 11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회원들이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들고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주민의 안부를 묻고 이상을 발견하면 오정동행정복지센터로 연락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1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회원들이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들고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주민의 안부를 묻고 이상을 발견하면 오정동행정복지센터로 연락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정동에는 통장으로 구성된 ‘우찻사기동대(우리가 찾아가요, 사랑합니다)’가 운영 중이다. 동네 터줏대감으로 골목 골목을 가장 잘 아는 통장을 통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받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게 기동대 우찻사기동대 운영의 핵심이다.
 
오정동 주민이 참여하는 ‘복지만두레’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돕고 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정기적으로 반찬과 생활용품을 전달하며 안부를 묻고 ‘이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행정복지센터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
 
오정동 행정복지센터는 센터와 인근 새마을금고, 신협 등 3곳에 희망우체통도 설치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복지서비스 대상자가 자신의 처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접수된 내용을 통해 주민의 상황을 파악한 뒤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11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회원들이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들고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주민의 안부를 묻고 이상을 발견하면 오정동행정복지센터로 연락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1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복지만두레 회원들이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들고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주민의 안부를 묻고 이상을 발견하면 오정동행정복지센터로 연락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정동 행정복지센터 정영주 동장은 “민간아파트는 임대아파트, 주택과 달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도 정부와 자치단체의 도움을 기다리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먼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b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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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