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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여권에 김영란법이란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관행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였던 2015년 5월 피감기관인 우리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돈으로 각각 외국을 방문한 데 대해 김 원장과 청와대가 최근 내놓은 해명이다. 그간 취재 경험으론 20세기엔 심했어도 21세기엔 덜해졌다. 2013년 국회 예결위 차원에서 의원 9명이 남미·아프리카로 ‘선진 예산 시스템’을 배우러 갔다가 얼굴을 가린 채 급거 귀국한 일도 있었다.
 
마침 우리은행이 “(당시 여당 소속의) 정무위원장(정우택)과 간사(김용태) 의원실에도 초청 의사를 전했으나 (가겠다는) 회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기에 두 사람에게 물었다. 정우택 의원은 “근래 누가 전해서 알게 됐지, 아예 기억에 없다”며 “피감기관과는 안 간다”고 했다. 현 정무위원장이기도 한 김용태 의원은 “전혀 제안이 없었다”고 했다.
 
‘로마의 휴일’ 논란이 인 KIEP의 ‘의전’ 출장을 두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김용태 의원이 개인 사정으로 출장 막판 취소했다”고 주장한 것도 확인했다. 김용태 의원도 동행하려 했다는 암시여서다. 김 의원은 “연락은 왔는데 피감기관이랑 가긴 곤란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실 관행이라면 정(4선)·김(3선) 의원이 더 잘 알 터인데 여권의 ‘관행’ 주장에 펄쩍 뛰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게다.
 
일부 ‘대범한’ 의원들이 남아 있긴 하다. 민주당이 11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2015년 공항공사 등과 두 차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출장을 갔다고 반격한 게 일례다. 민주당에선 “김 원내대표는 비난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도 20여 년간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비난해 온 시민운동가가 의원 배지를 단 지 몇 년이 안 돼 기성 정치인처럼 행동했다는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
 
게다가 김 원장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만든 이 중 한 명이다. 해당 법 전문가에게 김 원장의 외국행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공무라기보다 특정인을 위한 일정이어서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해석했다. 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후라면 누구라도 신고할 수 있었단 의미다. 여권은 엄중히 생각해야 한다.
 
김영란법 말이 나와 한마디 더 한다. 청와대에선 조국 민정수석이 2016년 11월 김 원장의 연구소에서 강연한 걸 두고 “강연료 30만원, (그것도) 세금 공제하고 28만 몇 천원 정도 받았다”고 했다. 적은 금액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시 법으론 조 수석에겐 그게 최대치였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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