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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타임 차지 3000시간의 그늘

임장혁 중앙SUNDAY 차장

임장혁 중앙SUNDAY 차장

“어쏘(associate, 월급을 받는 고용 변호사)들이 밤 12시 전에 퇴근하는 로펌은 이미 망한 거나 마찬가집니다.”
 
2015년 2월 늦깎이 로스쿨생에서 벗어날 무렵 한 다리 건너 아는 대형 로펌의 대표를 찾았다. 일자리를 타진하기 위해서였지만 로펌을 어떻게 일궜는지 장광설을 내뿜다 튀어나온 그의 한마디에 마음을 접었다.
 
로스쿨에 앞선 7년여의 기자 생활 내내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한마디 취중진담을 기대하며 새벽을 맞는 일이 다반사였던 터라 책상 앞 밤샘이 두렵지는 않았다. 두려운 건 ‘사장님’의 정신세계였다.
 
평균 5:1 안팎의 입학 경쟁률과 50% 안팎의 합격률을 뚫고 로스쿨 졸업장과 변호사 자격증을 무사히 취득한 청년들은 크게 대형 로펌에 가거나 갈 수 있는 사람(검사나 로클럭 임용자)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다른 백그라운드가 없다면 로스쿨 성적과 변호사 시험 성적이 상위 10%는 돼야 10대 로펌에 노크할 여지가 있다.
 
대형 로펌에 입성한 어쏘들은 다시 내부 인력시장에서 피를 말려야 한다. ‘잘나가는’ 어쏘는 타임 차지(고객에게 청구하는 서비스 시간의 대가)로 연 3000시간 이상을 써내지만 유력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낙점받지 못한 어쏘들은 1000시간 안팎에 머물기도 한다. 3000시간의 타임 차지에는 이에 못지않은 행정 잡무 등 청구 불가능한 노동 시간과 ‘선배들의 비위를 맞추는 시간’ 등이 수반된다. 해외 연수와 파트너 승진의 갈림길에 서는 7~8년 차가 되면 전자의 상당수는 ‘번 아웃(burn-out)’되고 후자의 상당수는 버려진다. 엄청난 비효율이다.
 
초년부터 억대 연봉에 진입하는 어쏘들에게서 “만족한다”는 말을 듣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이 회사들에 가지 못한 청년 변호사의 상당수는 이들의 삶을 동경한다. 어느 누구도 보상심리와 우열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우리 법조계의 단면이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변호사법 1조)는 말이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장님’의 얼굴과 함께 얼마 전 부친상을 당한 A변호사의 눈빛이 떠올랐다. 한 대형 로펌의 어쏘이자 돌쟁이의 아빠인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인권과 공익에 대한 신념이 투철했다. 쏟아지는 일을 헤치고 무료 공익 변론에 공을 들이느라 새벽에 집에 들르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 회한을 다 가늠할 순 없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게 시간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7월이면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이 법조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도전에 직면한 대형 로펌들이 비효율과 가치 상실의 늪에서 벗어날 혜안을 찾기 바란다.
 
임장혁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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