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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묵은 상처, 동아시아 미술연대로 씻는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49·사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2016년 제주에 오기 전까지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냈다. 1990년대부터 다양한 전시공간에서 기획자로 일했고, 예술과학연구소장과 지리산프로젝트 예술감독을 거쳤다. 전국에 걸친 그의 미술계 인맥은 20여 년 동안 바닥부터 닦아온 이런 폭넓은 활동으로 쌓아온 것이기에 두텁고 튼튼하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제주 4·3 항쟁 70주년 기념전은 김 관장의 이력이 힘을 발휘한 현장이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6월 24일까지 이어지는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 성북예술창작터와 이한열기념관 등 서울 지역 6곳 전시장에서 동시에 열리는 ‘잠들지 않는 남도’에는 국내외 작가 70여 명이 참여해 제주 4·3을 미술로 돌아본다.
 
“강요배 작가의 4·3 역사화 ‘불인(不仁)’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지만 이번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박경훈 작가의 4·3 판화 연작도 30년 만에 그 전모를 보여주죠. 제주 4·3이 70년 동안 제주도민들 가슴에만 갇혀있었던 상흔임을 증언하는 작품입니다. 제주와 서울을 이어 미술로 4·3을 알리겠다는 작가 뜻을 저는 받들 뿐입니다.”
 
‘포스트 트라우마’전에는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범죄)라는 아픈 상처를 공유하는 중국 난징대학살과 하얼빈 생체실험, 일본 오키나와 양민학살, 대만 타이베이 2·28, 베트남 전쟁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 비엔날레’를 창설한 김 관장이 앞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공통된 아픔을 껴안는 미술전을 생각하며 우웨이산, 권오송, 야마시로 치카코, 펑홍즈 작가를 초대했다.
 
“제주 4·3이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걸 전시 연대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4·3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큰 구실을 한 서승 리츠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연구고문, 한·중미술 교류에 힘써온 이광군 중국 노신미술학원 교수가 큰 힘이 됐어요. 제주 4·3의 상처를 평화라는 인류사적 보편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전시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제주=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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