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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목 잡고 넘어지면 속을 줄 알았나요

과도한 동작으로 심판을 속이는 ‘플라핑’에 대해 쓴소리를 한 프로농구 DB의 로드 벤슨. [연합뉴스]

과도한 동작으로 심판을 속이는 ‘플라핑’에 대해 쓴소리를 한 프로농구 DB의 로드 벤슨. [연합뉴스]

“심판을 그만 속이고, 농구를 하라.”
 
프로농구 원주 DB의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34·미국)이 ‘플라핑’이 속출하는 한국농구에 직격탄을 날렸다. 플라핑(flopping)은 과장된 동작으로 심판을 속여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축구의 ‘할리우드 액션’과 비슷하다.
 
벤슨은 지난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94-89로 승리한 뒤 작심한 듯 이런 발언을 했다. 그가 문제 삼은 장면은 DB가 92-89로 앞선 4쿼터 종료 20초 전 상황.
 
10일 챔프 2차전에서 볼 다툼 중 목을 잡고 쓰러진 SK 안영준. [MBC 스포츠+ 캡처]

10일 챔프 2차전에서 볼 다툼 중 목을 잡고 쓰러진 SK 안영준. [MBC 스포츠+ 캡처]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DB 디온테 버튼의 팔이 SK 안영준의 목에 닿았다. 올해 신인왕을 차지한 안영준은 코트에 쓰러진 뒤 자신의 목을 잡고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하지만 심판은 비디오판독 결과 공격자 파울이 아니라며 경기를 재개했다. 한 농구 관계자는 “만약 정말 심한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면 안영준이 더 끈질기게 달라붙어 수비를 하는게 진짜 농구 아닌가”라며 아쉬워했다.

 
SK 김민수도 코트에 쓰러진 뒤 한참을 누워 있었다. [MBC 스포츠+ 캡처]

SK 김민수도 코트에 쓰러진 뒤 한참을 누워 있었다. [MBC 스포츠+ 캡처]

 
앞서 4쿼터 1분19초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벤슨의 팔꿈치가 SK 김민수의 목에 닿자, 김민수는 코트에 쓰러져 한참을 누워있었다. 심판은 벤슨의 행동을 정상적인 동작으로 인정했다.
 
벤슨은 경기 후 “농구는 서로 힘싸움을 하는 거친 종목이다. 하지만 거짓으로 부상 부위를 만지며 파울을 유도하는 건 잘못이다. 1차전에 한 선수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는데도 처음엔 얼굴을 감싸다가 목을 어루만지더니 나중에는 무릎을 부여잡았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DB 벤슨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원주=연합뉴스]

10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DB 벤슨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원주=연합뉴스]

2010년부터 국내 프로농구에서 7시즌간 뛴 벤슨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래선지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 벤슨은 기자회견 도중 목을 잡고 뒤로 넘어지는 듯한 제스처를 반복했다.
 
벤슨은 “미국 농구경기에서는 코트에 들것이 들어오면 선수가 병원에 가야할 만큼 크게 다친 경우다. 하지만 한국 코트에는 들것이 너무 빈번하게 들어온다. 그런데 선수들은 들것이 들어온 뒤 멀쩡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다. 농구에서 플라핑이 많은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요즘 왜 프로농구 관중이 줄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냥 농구를 하라”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의 지적대로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경기 도중 플라핑이 너무 자주 나온다. 문경은 SK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국보급 센터가 있다. 우리 선수들이 ‘감독님,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하소연까지 한다”고 말했다. DB 노장 포워드 김주성(39)의 반칙 유도 플레이를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5차전. KCC 이정현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후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5차전. KCC 이정현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연봉킹(9억2000만원) 전주 KCC 가드 이정현(31)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으악새’라 불린다.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자주 자신의 목을 뒤로 꺾으며 “으악!”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농구팬 고석진(35)씨는 “마치 장풍을 맞은듯 코트에 쓰러지는 선수를 보면 불편하다. 코트에 자주 드러눕는 ‘침대농구’는 경기 흐름을 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프로농구 감독은 “근성을 갖고 뛰다보면 저절로 나오는 자연스러운 동작”이라고 옹호했다.
 
국내 프로농구 규정에는 파울을 당한 척하는 페이크 동작에 테크니컬 파울을 주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심판이 눈앞에서 잡기 힘든데다 승부처에선 테크니컬 파울을 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이런 페이크 동작엔 휘슬을 잘 불지 않는다.
휴스턴 제임스 하든. 그는 과거 플라핑 상당부분을 개선하고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사진 NBA 트위터]

휴스턴 제임스 하든. 그는 과거 플라핑 상당부분을 개선하고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사진 NBA 트위터]

 
박세운 SPOTV 해설위원은 “플라핑은 심판 뿐만 아니라 농구팬을 기만하는 행위다. 미국프로농구 NBA는 플라핑을 근절하기 위해 사후징계 및 영상공개를 통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제임스 하든(29·휴스턴 로키츠)은 과거 플라핑 상당부분을 개선하고 최고선수 반열에 올랐다”며 “KBL도 NBA처럼 사후징계나 영상공개 등 플라핑을 줄이려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선수들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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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