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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헬멧 유행, 멋이 아닙니다 안전입니다

검투사 헬멧

검투사 헬멧

프로야구가 글래디에이터(검투사)의 시대다. 일명 ‘검투사 헬멧’으로 불리는 C-플랩(flap) 헬멧을 쓰는 선수가 늘어났다. KBO리그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검투사 헬멧을 처음 쓴 선수는 1988년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포수 테리 스타인바흐라는 게 정설이다. 스타인바흐는 얼굴에 공을 맞아 수술한 뒤 C-플랩을 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헤라클레스’ 심정수(은퇴)가 최초다. 현대 소속이던 2001년 롯데 강민영의 직구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함몰됐다.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던 심정수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구단이 직접 제작한 검투사 헬멧을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한동안 검투사 헬멧을 썼던 심정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헬멧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2003년 4월 롯데 박지철의 공에 한 번 더 얼굴을 맞은 뒤에는 시즌 내내 착용했다. 당시 현대 운영팀 과장이었던 염경엽 SK 단장이 직접 검투사 헬멧을 제작했다. 염 단장은 “밤을 꼬박 새우며 만든 끝에 그럴싸한 모양의 헬멧이 나왔다”고 회고했다. 이종범·조성환(이상 은퇴)·조동찬(삼성)·이종욱(NC) 등 얼굴에 공을 맞은 다른 타자들도 비슷한 형태의 헬멧을 한시적으로 착용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검투사 헬멧은 지난해 다시 등장했다. 박용택(LG)·최준석(NC)·나지완(KIA)·최재원(경찰청) 등이 착용했고, 올해 들어서는 30명 정도까지 그 수가 늘었다. 특히 NC는 주전 타자 절반 이상이 검투사 헬멧을 쓴다. 박용택은 “투수들의 몸쪽 투구가 많아졌다.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검투사 헬멧’은 일반 헬멧에 보호대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주로 국내 업체가 제작한다. 일반 헬멧에 미국에서 판매하는 5만~6만 원대 보호대를 붙여 만든다. 사용 이유는 부상 방지를 위해서다. 안면에 공을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데다, 회복도 더디다.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로선 피치 못할 선택이다.
 
지안카를로 스탠턴

지안카를로 스탠턴

메이저리그에서도 강타자들이 앞다퉈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지안카를로 스탠턴(뉴욕 양키스·사진)이 대표적이다. 스탠턴은 2014년 9월 밀워키 브루어스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의 투구에 맞아 안면 골절상을 입었다. 그라운드로 돌아온 2015년부턴 미식축구 스타일의 보호 장구를 썼다. 검투사 헬멧을 쓴지 올해로 3년째인데, 오른손 타자인 스탠턴은 공의 궤적을 보기 힘든 오른손 투수와 대결할 때만 검투사 헬멧을 쓴다. 좌완을 상대할 때는 일반 헬멧을 쓴다.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등도 올해부터 C-플랩을 썼다.
 
검투사 헬멧이 더 퍼지지 못하는 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헬멧 제조업체인 롤링스사가 개선된 제품을 빅리그에 제공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아예 C-플랩 500개를 구매해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의무 착용시켰다.
 
야구의 초창기엔 헬멧이 없었다. 1941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가 처음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선수들은 “헬멧은 겁쟁이나 쓰는 것”이라며 기피했다. 하지만 1971년부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다. 비싼 몸값의 선수들을 지키는 검투사 헬멧도 같은 길을 가게 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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