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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주식' 알고도 왜 팔았나…삼성증권 사건 커지는 의문

우리사주를 가진 삼성증권 직원 2018명의 증권 계좌에 지난 6일 28억1000주의 ‘유령 주식’이 입금됐다. 배당 ‘1000원’이 ‘1000주’로 바뀌는 사고 때문이었다. 22명은 주식을 매도하려고 시도했다. 이 가운데 16명은 501만3000주를 실제로 팔았다. 자기 것도 아닌 주식을 왜 매도했을까. 범죄가 되는 걸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주식 거래 전문가들이 모를 리 없다.
 
해당 직원들은 “잘못 들어온 배당인지 몰랐다” “진짜 매도되는 주식인지 알아보고 싶었다”는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몰랐다던가, 단순 호기심이라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사고를 저지른 16명 가운데 9명은 본사 증권관리팀과 업무개발팀에서 급하게 전파한 ‘직원 매도 금지’ 공지도 무시하고 주식을 매도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제기되는 가능성이 선물 거래 세력과의 결탁이다. 주식 선물은 일정 기간 후 주가가 상승·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특정 가격에 계약해놓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갈 걸 알고 주식 선물 계약을 해놓는다면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로 사고가 난 6일 삼성증권 주식 선물 거래가 폭증했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사고일 삼성증권 주식 선물 거래가 42만1875계약, 1609억5300만원어치 이뤄졌다. 전날(41억6400만원)과 비교해 40배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1년간 일평균 거래 대금(53억5200만원)과 비교해도 수십 배 많은 이례적 액수다. 삼성증권 직원의 선물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문제 직원이 주식이 대량으로 매도된다는 사실을 외부 투자 세력에게 미리 알리는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능성은 금융 당국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유령 주식 28억 주가 입고된 오전 9시 30분부터 직원 전 계좌 주문 정지 조치가 이뤄진 10시 8분까지 불과 30여 분동안 이런 물밑 거래가 가능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주식을 대량으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간 후 다시 사들여 차익을 거두는 단타 매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삼성증권 측은 “자본시장법상 단기 매매 차익 반환 규정에 따라 임직원이 삼성증권 주식 매수하고 6개월 이내에 이익이 발생하면 회사가 전액 환수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투자협회의 자기 매매 규정상 증권사 임직원이 자기 연봉 이상으로 매수 주문하는 것 자체가 시스템상 막혀 있다”고 반박했다.
 
미스터리를 푸는 숙제는 금융감독원에 넘어갔다. 금감원은 11일 8명 인력을 파견해 삼성증권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을 대상으로 그 행위의 이유에 대해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전말이 미궁 속이라 진상을 파악하고 징계 범위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 검사는 19일 끝날 예정인데 필요하면 연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삼성증권은 피해 보상 기준을 정했다. 6일 오전 9시 35분 이전까지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그날 증시 마감 전까지 주식을 매도했던 모든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피해 보상이 이뤄진다. 오전 9시 35분은 오류로 배당된 주식의 매도 주문이 처음으로 들어간 시점이다.
 
보상 금액은 사고 당일 최고가(3만9800원)와 피해 투자자의 실제 매도 금액 간 차이만큼이다. 매매 수수료와 세금 등 주식을 거래하는 데 들어간 추가 비용도 보상받을 수 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별개다.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한 투자자의 피해 보상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증권 주식은 이날도 하락했다. 하루 전과 비교해 100원(0.28%) 내린 3만5450원으로 마감했다.
 
한편 금감원은 12일부터 17일까지 증권사의 우리사주조합 배당 시스템에 대해 현장 점검한다.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는 미래에셋대우·NH투자·대신·교보 등 15개 증권사가 대상이다. 현재 현장 검사가 진행 중인 삼성증권은 제외됐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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