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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힙한 압구정동 분식집은 역시 다르다

'분식의 새로운 물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도산분식'은 오픈과 동시에 힙스터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사진 CNP푸드]

'분식의 새로운 물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도산분식'은 오픈과 동시에 힙스터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사진 CNP푸드]

지난달 26일 서울 압구정동에 새로운 분식집이 문을 열었다. 떡볶이·비빔면·라면·김치볶음밥 등 메뉴만 봐선 보통의 분식집이지만, 오픈 첫 주부터 점심·저녁 가리지 않고 대기 손님들이 줄을 선다.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등 SNS를 통한 입소문도 폭발적이다. 여러 장의 사진 중 제일 눈에 띄는 건 이 집에서 사용하는 식기와 소품들이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나 쓰이는 초록색 점박이 플라스틱 접시에 음식이 담겨 나오고, 1980년대~90년대 중반 가정에서 물병으로 애용됐던 델몬트 주스 병에 보리차가 담겨 있다.   
 
도산분식은 생수 대신 유리병에 담긴 보리차를 제공한다. 델몬트 주스병을 재활용해 물병으로 사용하던 옛날 기억을 가진 손님이라면 향수가 느껴질 만한 소품이다.

도산분식은 생수 대신 유리병에 담긴 보리차를 제공한다. 델몬트 주스병을 재활용해 물병으로 사용하던 옛날 기억을 가진 손님이라면 향수가 느껴질 만한 소품이다.

‘복고풍’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기엔 너무도 새로운 이 집의 이름은 ‘도산분식’이다. ‘배드파머스’ ‘아우어 베이커리’ 등을 오픈하고 요식업 트렌드를 선도해 온 CNP푸드의 열두 번째 브랜드다. 문을 연지 3주가 채 안 된 시점에 이미 인스타 해시태그(#도산분식)가 1300개 넘게 쌓였다. CNP푸드 측은 “기존 브랜드들도 SNS에서 화제성이 높은 편이었지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게시물이 올라온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화제의 분식집 도산분식을 직접 찾아가 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위치는 도산공원 근처다. 아우어베이커리·아우어다이닝이 있는 골목에서 한 블록 옆에 있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이 채 안 걸린다.
 
도산분식의 외관. 화이트·레드 두 가지 색깔을 사용해 깨끗하고 모던한 느낌을 줬다. [사진 CNP푸드]

도산분식의 외관. 화이트·레드 두 가지 색깔을 사용해 깨끗하고 모던한 느낌을 줬다. [사진 CNP푸드]

도산분식의 외관은 보통 분식집과는 확실히 다르게, 매우 모던하다. 도산분식의 영문표기인 ‘DOSAN BUNSIK’이 붉은 네온으로 번쩍인다. 네온사인 간판만큼 눈에 띄는 건 창마다 붙어 있는 문구 ‘SEOUL NEW WAVE BUNSIK’이다. 분식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다짐이 드러난 캐치프레이즈다. 오픈을 알리는 광고전단지도 전시 포스터 느낌으로 만들었다. 사각프레임 안에 사진을 넣고 광고 문구와 가게 이름, 오픈 날짜 등을 타이포그라피적으로 배치했다. 한마디로 ‘힙’하다.
 
도산분식 오픈을 알리는 포스터.

도산분식 오픈을 알리는 포스터.

오픈은 11시30분. 분식집이지만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도 있다. 오후 4시40분쯤 도산분식에 도착했지만 이미 10명 넘는 손님이 줄을 서 있었다. 이후로도 줄은 점점 더 늘어났다. 실내에는 2~4인용 테이블이 7개 정도 놓여 있다. 도산분식은 인스타 계정을 통해 ‘일곱 번째 손님부터는 1시간 정도 대기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저녁 타임 오픈을 앞두고 가게 앞에 줄을 선 손님들.

저녁 타임 오픈을 앞두고 가게 앞에 줄을 선 손님들.

실내로 들어서니 복고풍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꽃무늬 벽지, 나무 선반장, 타일로 덮인 테이블, 버스터미널에서 본 듯한 갈색 가죽 의자 등이 그렇다. 인스타에 도산분식 사진을 올린 한 네티즌은 “곳곳에서 할머니댁이 떠오른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CNP푸드 노승훈 대표는 “의도적으로 복고풍 느낌을 내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을 접목시켰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옛날식 초록색 점박이 플라스틱 식기에 로고를 프린트한 게 대표적인 예다. 스트리트 컬처에서 아티스트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작품에 실크 스크린 방식으로 로고나 메시지를 새기는 행위를 분식집에서 시도한 것이다.
 
꽃무늬 벽지와 투박한 나무 선반, 선반에 진열된 보리차 병들이 정겨운 느낌을 주는 도산분식 내부. [사진 CNP푸드]

꽃무늬 벽지와 투박한 나무 선반, 선반에 진열된 보리차 병들이 정겨운 느낌을 주는 도산분식 내부. [사진 CNP푸드]

메뉴판은 익숙한 듯 낯설다. 씹는 맛이 있는 두툼한 어묵튀김과 떡볶이가 함께 나오는 ‘왕어묵꼬치떡볶이’, 찌개의 얼큰함을 더한 ‘육개장라면’ 등이 익숙한 분식집 메뉴라면 불고기와 미소된장이 올라간 ‘도산비빔면’이나 ‘홍콩토스트’ ‘코코넛커리’처럼 기존 분식집에선 볼 수 없었던 메뉴도 보인다. 분식치고는 가격도 높은 편이다. 왕어묵꼬치떡볶이 6500원, 도산비빔면 8500원, 돈까스샌드 1만원, 육개장라면 8500원이다. 
 
노 대표는 “메뉴 개발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메뉴가 무엇인가’였다”며 “그 중 분식과 어울리는 느낌의 음식을 추려냈다”고 했다. ‘도산분식의 콘셉트와 플레이팅에 어울리는가’도 중요한 기준이었다. 처음부터 ‘떡튀순(떡볶이·튀김·순대)’으로 대표되는 분식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늘 분식집에 가서 먹던 음식과 있었으면 하는 음식을 적절히 조합시킨 메뉴가 만들어졌다.  
 
 도산분식의 대표메뉴들 감태주먹밥, 돈까스샌드, 도산비빔면 등이 어우러진 SNS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도산분식의 대표메뉴들 감태주먹밥, 돈까스샌드, 도산비빔면 등이 어우러진 SNS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도산비빔면'과 '돈까스샌드'다. 도산비빔면은 새콤달콤한 고추장 대신 미소된장과 마요네즈, 수란을 올려 불고기와 함께 비벼먹는 마제면식 비빔면이다. 돈까스샌드는 노 대표가 어릴 때 편의점에서 라면과 함께 즐겨 먹던 돈까스샌드를 떠올려 메뉴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코코넛커리, 왕어묵꼬치떡볶이, 감태주먹밥 등이 올라온 SNS 사진. 담백한 감태주먹밥은 매콤한 메뉴와 함께 시키면 좋다.

코코넛커리, 왕어묵꼬치떡볶이, 감태주먹밥 등이 올라온 SNS 사진. 담백한 감태주먹밥은 매콤한 메뉴와 함께 시키면 좋다.

도산분식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고민하다가 탄생한 것은 ‘감태주먹밥’이다. 바삭한 감태로 감싼 주먹밥 위에 명란마요네즈를 얹어 나온다. 짭짤하고 매콤한 다른 메뉴들과 콤비로 시키면 좋다.
 
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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