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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군림한 가왕의 고백 "한국에서 태어나 행복합니다"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용필이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단지 음악이 좋아서 꾸준히 한 것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용필이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단지 음악이 좋아서 꾸준히 한 것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행복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보답할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조용필(68)은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1968년 데뷔한 이래 50년 동안 정상을 지켜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원조 '오빠부대'를 거느린 '오빠'이기도 한 그는 “‘가왕’ ‘국민가수’ 같은 호칭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쑥스러워했다.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그의 기자간담회 주제는 ‘어제, 오늘, 그리고’. LP 카페처럼 꾸며진 무대 위에서 #넘버원 #세대통합능력자 등 5가지 해시태그(#)를 통해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회를 맡은 임진모 평론가가 첫 밀리언셀러, 11번의 가수왕, ‘친구여’ 교과서 수록 등 온갖 최초ㆍ최다ㆍ최고 기록을 나열하자 그는 “정상이 뭔지 기록이 뭔지 이런 건 잘 모른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오랫동안 하다 보니 생겨난 것일 뿐 딱히 도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LP카페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에서는 간담회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조용필의 노래가 잔잔하게 깔렸다. '단발머리' 등 80년대 노래부터 2010년대에 발표한 '바운스'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LP카페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에서는 간담회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조용필의 노래가 잔잔하게 깔렸다. '단발머리' 등 80년대 노래부터 2010년대에 발표한 '바운스'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실 그는 이런 행사를 극구반대했다고 한다.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안호상 홍익대 교수는 “전 세계적인 음악가 중에 그런 걸 한 사람은 아무도 없던데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런 걸 하냐고 하셔서 설득하는데 힘들었다”고 했다. 조용필의 마음을 돌린 건 “누군가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닌 처음부터 하나씩 기억하고 추억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말이었다. 다음달 12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시작하는 전국투어 이름은 ‘땡스 투 유(Thanks to you)’다. 조용필은 “공연을 할 때 관객이 만족스러워하면 그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있어서 참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록을 기반으로 포크ㆍ트로트ㆍ디스코ㆍ민요ㆍ동요 등 항상 새로운 시도에 앞장서온 그는 ”그 나이쯤 되면 인생에 관한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속으로 웃기고 있네 한다. 그건 문학이 할 일이고 나는 항상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가 고민할 뿐”이라고 밝혔다. 2013년 19집 앨범에 실린 ‘바운스’나 ‘헬로’ 같은 새로운 감각의 시도 역시 “지금 15세인 사람이 새로운 노래로 나를 알게 되면 그 사람들로 인해 50년 더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지론이 바탕이다.  
조용필은 "아프리카 세링게티에 다녀온 뒤로 동물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와일드'와 '동물농장'을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용필은 "아프리카 세링게티에 다녀온 뒤로 동물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와일드'와 '동물농장'을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미국행 비행기에서 탄생한 자작곡 ‘꿈’을 꼽았다. “지금도 연습할 때면 제일 먼저 부르며 목을 푸는 곡”이라며 “멜로디 라인이 어렵지 않아 ‘단발머리’와 함께 즐겨부른다”고 말했다. “5, 6살 때 시골에서 어떤 분이 하모니카를 부는 걸 보고 처음 음악에 대한 느낌과 충격을 받았어요. 아버지가 사주신 하모니카로 ‘푸른하늘 은하수~’(‘반달’)부터 불기 시작해서 축음기로 가요를 접하고, 라디오를 통해 팝을 알게 됐죠. 서울에 와서는 형이 치던 통기타를 배웠고. 음악은 취미로만 하려고 했는데 점점 더 빠지게 되더라고요. 다른 비결은 없어요. 늘 새로운 걸 발견하고 충격받고 또 배우는 거죠.”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끝날 것 같다”는 그는 요즘은 매일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단다. 스스로 “내일 모레면 70”이라며 ‘꼰대’라고 자청했지만 엑소ㆍ방탄소년단 등 아이돌부터 영국 DJ 앨런 워커까지 국적과 장르를 불문한 폭넓은 플레이리스트를 자랑했다. “지금 태어났으면 키도 작고 비주얼이 안 되는데 일찍 태어나서 다행”이라며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발표된 전 앨범을 다 들어보고 코드나 화음 처리하는 방법 같은 것도 본다”고 음악감상법을 밝혔다.
 
조용필 팬클럽 연합이 만든 50주년 기념 광고. [사진 조용필 팬클럽 연합]

조용필 팬클럽 연합이 만든 50주년 기념 광고. [사진 조용필 팬클럽 연합]

기대를 모으고 있는 20집 정규 앨범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수많은 곡을 만들기도 하고 접하기도 했지만 부담감이 너무 커서 그런지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6~7곡 정도는 되는데 현재는 공연 준비를 위해 모든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원래 한번 꽂히면 다른걸 못하는 성격”이라며 “혹시 음원이 나올 수 있을진 몰라도”라고 덧붙였다. 새 앨범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요즘은 전부 EDM 사운드죠, 으쌰으쌰대고. 미디엄 템포보다 조금 빠른 곡들이 될 것”이라고 힌트를 건넸다.  
 
금주와 소식 등 목소리와 피부 관리 비결도 공개했다. “나이가 들면 중저음의 힘이 떨어진다. 어떻게 하면 남아있는 힘을 확실하게 받혀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중저음 곡을 골라 집중 연습한다”고 밝혔다. 애주가로 알려져 있지만 “2000년대 들면서 조금씩 술을 줄여서 지금은 몇 달에 한 번 정도 마신다”며 “밤늦게까지 음악을 듣다 보면 배가 너무 고파서 아플 지경인데도 참는다”고 말했다. 최근 13년 만에 방문한 평양 공연 때는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자책을 많이 했다”고도 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임진모 평론가와 조용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임진모 평론가와 조용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진행형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그는 “노래가 안되면 지금까지 좋아해준 분들이 실망할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78세에 후배들과 음반을 발매해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른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 공연을 언급하며 “그렇게까진 못할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도 “허락되는 날까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다음 꿈은 무엇일까. “노래를 그만둔다면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음악이란 게 들어있는 건 다 찾아다니는 편이어서 하루는 무대, 하루는 세트, 하루는 조명 보고 하느라 한 뮤지컬을 11번씩 보며 메모를 하기도 했거든요. 한번 실패했는데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50주년 기념 전국투어는 상반기 서울ㆍ대구ㆍ광주ㆍ의정부 등 4회 공연 후 하반기에 추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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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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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