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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 무는 글로벌 M&A 전쟁…美·中 승자는 누굴까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과 퀄컴 본사의 기업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과 퀄컴 본사의 기업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도전과 반격. 거대 자본을 내세운 중국 기업의 적대적 인수에 미국이 제동을 걸었다. 미국과 견줄 만큼 최강국인 중국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자국 내 미국 기업’의 인수 시도에 ‘똑같이’ 불이익을 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두 강대국의 자본 패권 경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과거엔 미국 정부기관이 사(私)기업 간 거래에 개입하는 행위를 이례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선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주축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과정에 끼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CFIUS는 외국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합병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CFIUS의 규제망에 걸린 첨단 기업들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최대 IT 기업인 소프트뱅크부터 싱가포르계 통신기업인 브로드컴까지 다양하다. 이 기업들은 중국 자본과 밀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CFIUS에 의해 피인수기업인 포트리스의 자산 운용 통제가 가로막힌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소프트뱅크는 중국 'IT공룡'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다.

CFIUS에 의해 피인수기업인 포트리스의 자산 운용 통제가 가로막힌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소프트뱅크는 중국 'IT공룡'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다.

 
 가장 최근 사례는 CFIUS가 일본 소프트뱅크의 미 투자펀드 포트리스 최종 인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인수 승인에 앞서 소프트뱅크의 포트리스 자산 운용에 대한 직접 통제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380억 달러(41조원)에 달하는 포트리스의 자산 운용에 대한 발언권이 제한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CFIUS의 소프트뱅크 통제권 제약은) 소프트뱅크가 중국 대기업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라는 점, 그리고 손 회장이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가깝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FIUS는 지난달엔 반도체업계 최대 ‘빅딜’로 꼽혔던 싱가포르계 브로드컴의 미국 기업 퀄컴 인수 합병을 성사 직전에 중단시켰다. 무려 1600억 달러(175조원)가 걸렸던 거래였다. 퀄컴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회사다. 퀄컴이 보유한 차세대 통신기술인 5세대(5G)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한데 따른 조치였다.
 
 여기에 브로드컴의 인수를 막는 행정 명령까지 발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 금지 행정 명령은)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은 물론, 같은 규모의 어떠한 인수·합병 제안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기업이 핵심 기술을 갖춘 자국 기업을 쉽게 넘보지 못하도록, 미국 시장 진출 장벽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미국인 7500명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던 브로드컴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브로드컴은 끝내 퀄컴 인수 계획을 접어야 했다.
 
중국 상무부 전경. [presstv]

중국 상무부 전경. [presstv]

 
중국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미국 퀄컴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의 인수 합병 승인을 미뤘다. 다수 국내(중국) 기업이 “NXP를 인수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인수 합병 중단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행정 명령을 발동한 지 12일 만이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은 퀄컴의 특허 라이센스가 모바일 결제와 자율주행 시스템 등으로 확대돼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FIUS 칼날에…알리바바·화웨이 등 인수 줄줄이 무산
 
 중국 당국의 보복성 대응에도 불구, 미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 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최근 제동을 건 중국 기업들의 인수 합병 사례. [블룸버그]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최근 제동을 건 중국 기업들의 인수 합병 사례. [블룸버그]

 
 지난 1월 중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는 관계사인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CFIUS의 개입으로 결렬됐다.
이어 2월 CFIUS는 중국 후베이신옌 자산투자와 미 반도체 테스트장비업체인 엑세라 간의 인수 합병 계약 승인을 거부했다. 
 또 중국 모바일사인 화웨이는 최근 미국 통신사인 AT&T를 통해 미국 시장에 신종 스마트폰을 보급하려는 계획을 중단해야 했다. “화웨이가 미국인의 대화를 엿듣거나 정보를 축적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발짝 더 나아가 미 정부는 “지식 재산권 유출을 근절하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최근에는 외국기업 자산 거래 차단 및 동결까지 가능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적용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의회도 중국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의회 역시 인공지능(AI)·로봇 분야의 미 첨단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 및 인수를 원천 봉쇄하려는 목적의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WSJ 등 미 언론은 “미국 내 굵직한 인수 합병 거래가 (시장 논리가 아닌) ‘자국(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자본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목적으로 중국 기업의 각종 인수 합병을 제재하려 든다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 폭탄’으로 대표되는 대중(對中) 무역 제재에 이어 중국 기업 인수 합병 과정까지 개입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국가 주도의 최첨단 산업 정책을 펼침에 따라 미국 산업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의 이면에는 미래 기술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망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깔려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활발한 인수 합병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지는 한 로펌을 인용해 “올해(2018년) 중국 기업의 인수 합병 규모는 지난해(2402억 달러)에 비해 16% 가량 오른 278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미국이 이토록 경계하는 ‘기업 간 인수 합병’이 미국 땅에서 태동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세기 말 셔먼법(시장 독점 금지법)을 제정한 이후 인수 합병과 관련된 법 토대를 마련했다. 1980년대부터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 일대서 적대적 인수 합병·분할 매각을 비롯한 인수 합병 기법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인수 합병의 성지’로 꼽히는 미국의 타국 기업 인수 행위 제재는 이중적인 행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 유럽 차 시장서 존재감 과시
 
미국 정부의 견제를 받고있는 중국은 유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자동차 기업인 지리자동차는 90억 달러(약 9조7000억원)를 들여 독일 기업인 다임러 지분 9.7%를 기습 인수하며 단숨에 1대 주주로 올라섰다. 다임러는 독일의 자존심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母)회사다.
 지리자동차는 앞서 지난 2010년 스웨덴 볼보 인수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존재감을 알린 바 있다.
 
그런데 지분 확보 과정이 독특했다. 독일 정부는 한 투자자의 지분이 3%를 넘으면 공시를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자동차는 그 세 배인 9.7%를 확보하기까지 지분 공시를 하지 않았다. 소액으로 지분을 나눈 뒤 복잡하게 파생 계약을 맺는 식으로 규제 당국의 눈을 피한 것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미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미 금융 투자사 메릴린치의 협조를 얻어 이번 거래(지리차의 다임러 지분 인수)를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 금융사들의 경험을 빌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힌 셈이다.
 이처럼 활발한 인수 합병에 힘입어 지리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은 927억6000만 위안(15조723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73% 가량 올랐다.  
 
같은달 중국 섬유 재벌 산둥루이그룹은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발리의 지분 75%를 1억 유로(1338억원)에 인수했다. 이 기업은 지난해 프랑스 SMCP그룹을 인수하며 명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잇따른 자국 기업 인수 합병에 유럽 전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독일 정부는 EU 회원국 최초로 중국 자본 접근 규제를 강화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지속적인 해외 자본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 로펌인 링크레이터스는 “중국의 해외 직접 투자는 향후 10년간 최대 2조5000억 달러(27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FT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중국제조 2025=중국 정부가 2015년 3월 발표한 산업 전략이다. 반도체·전기차·로봇 등 10대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을 키워내 하이테크(Hi-tech)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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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