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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퍼주기 논란에 文공약 '프라이카우프' 사라졌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포함하는 방안을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이슈와 함께 이산 상봉 정례화가 쟁점이 될 경우 약 1년 전 나왔다가 사라진 ‘프라이카우프’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 생소한 독일어는 지난해 4월 28일 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 등장했다. 프라이카우프(Freikauf)는 독일어로 ‘자유를 산다’는 의미다.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있던 정치범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현금과 현물을 제공했던 전략을 뜻한다. '프라이카우프'가 1년 전 공식 문건에 등장했다가 수면 아래로 사라진 이유는 뭘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6만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전원의 상봉을 추진한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실향민 가족 출신인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왔다.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고향방문단 형식의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거절했다.
 
10일 오전 경기 수원 이비스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경기지역 미 상봉 이산가족 초청행사에서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경기 수원 이비스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경기지역 미 상봉 이산가족 초청행사에서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이산가족 상봉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0월(20차 행사)을 끝으로 3년간 중단됐다.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여 명으로 이중 생존자는 6만명이 되지 않는다. 생존자 중 64.5%는 8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한반도 프라이카우프’ 추진
지난해 7월 독일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구 베를린 시청 내 베어홀 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을 하고 있다.2017.07.06.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7월 독일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구 베를린 시청 내 베어홀 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을 하고 있다.2017.07.06.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는 공약집에 이렇게 적었다.
 
“남북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를 추진한다.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6만명 전원에 대해 전체 상봉을 목표로 북한에 대한 병원 건립 등 인도적 지원과 교환하겠다.”
 
프라이카우프는 1963년 시작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26년간 진행됐다. 서독은 3만 3755명의 정치범과 25만명에 달하는 그들의 가족에 대한 송환 대가로 동독에 34억6400만 마르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환율로 4조원이 넘는 돈이다.
 
1989년 11월 9일 독일 베를린 장벽이 개방되자 기쁨에 넘친 베를린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그들은 베를린 장벽 위에 올라가 환호했다.  [중앙포토]

1989년 11월 9일 독일 베를린 장벽이 개방되자 기쁨에 넘친 베를린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그들은 베를린 장벽 위에 올라가 환호했다. [중앙포토]

그러나 동ㆍ서독 정부 차원이 아닌 교회 등 민간이 주도했다. 서독 언론도 사업 과정에 대해 철저한 비밀에 부치는 데 동의한 상태로 진행됐다.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사라져
이 단어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수위원회를 만들 겨를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백서를 겸한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대선 공약을 재정리한 내용이다.

 
2015년 10월 26일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작별상봉행사에서 먼저 버스에 오른 남측 가족을 향해 북측 가족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10월 26일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작별상봉행사에서 먼저 버스에 오른 남측 가족을 향해 북측 가족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2번째 과제인 ‘북한 인권 개선과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 분야에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라는 표현은 없다. 대신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는 송환을 포함하여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추상적 표현이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주관할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프라이카우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서독의 교회가 헌금을 동독 측에 건넬 때 모든 언론과 교회가 함구했다”며 “실제로 이런 사실(프라이카우프)이 알려진 시기도 통일 이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프라이카우프)는 굉장히 나이브(순진)한 어프로치(접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독일에서 프라이카우프가 가능했던 이유는 동독이 군사력을 증강할 우려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핵무기를 만들고 있던 북한에 이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프라이카우프(Freikauf) 제도로 석방된 동독 정치범들이 서독지역으로 건너와 자신들에게 발급된 신분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평화문제연구소 블로그]

프라이카우프(Freikauf) 제도로 석방된 동독 정치범들이 서독지역으로 건너와 자신들에게 발급된 신분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평화문제연구소 블로그]

 

‘퍼주기’ 논란 고려한 듯
지난해 대선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0일 “초기 공약집에 프라이카우프라는 표현이 포함된 이유를 정확하게 복기하기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과거 불거졌던 ‘퍼주기 논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산가족 문제에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한미, 북미로 이어지는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전제가 이뤄질 경우 이산가족 상봉도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0월 26일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작별상봉행사가 끝난 뒤 한 할아버지가 북측 가족과 헤어지며 버스에서 북측 가족을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10월 26일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작별상봉행사가 끝난 뒤 한 할아버지가 북측 가족과 헤어지며 버스에서 북측 가족을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원로 자문단 21명에 포함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참석한 한 포럼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를 위한 고향방문단 교환은 가능할 것”이라며 “(대가로서의) 경제협력으로 식량이나 비료를 주는 건 옛 방식이다. 북한은 낙후된 의료ㆍ보건 분야의 지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분야에서 협력을 합의한다면 북한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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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장관은 이어 “북미의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면 대북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며 “남북은 경제협력에 나서야 한다. 맞춤형 한반도 공동번영 구상을 북한에 제시하고 실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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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