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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로 더러워진 채태인 유니폼...지금 롯데에 필요한 '투혼'

두 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옷이 더러워진 채태인. 울산=김원 기자

두 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옷이 더러워진 채태인. 울산=김원 기자

 
최선참의 유니폼이 흙먼지로 더러워졌다. 
 
두 번이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채태인의 투혼이 롯데를 살렸다. 채태인은 1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7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기습번트를 감행했다. 넥센이 왼손 타자인 채태인 맞춤 수비시프트를 걸었기 때문이다. 채태인은 "평소 번트를 잘 하지 않지만, 시프트가 걸리면 무조건 초구에 번트를 댈 생각이었다"고 했다. 
 
채태인은 전력을 다해 1루로 뛰었고, 몸을 던졌다. 넥센 3루수 김지수의 송구가 높았다. 공이 빠진 걸 확인한 채태인은 벌떡 일어나 2루를 향해 내달렸다. 스타트가 빠르진 않았다. 다시 몸을 숙이고, 두 팔을 내밀어 2루 베이스를 찍었다. 심판은 세이프를 외쳤다. 넥센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채태인은 "2루로 뛰는 건 늦었는데 시프트가 걸린 상태라 2루수 위치가 뒤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세이프를 확신했는데, 2루에서 (김)하성이가 자꾸 아웃이라고 하더라. 나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채태인이 3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있다. [대전=연합뉴스]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채태인이 3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있다. [대전=연합뉴스]

 
판독 결과도 세이프. 채태인은 환하게 웃으며 대주자 김동한과 교체됐다. 롯데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그는 "최선참이 두 번이나 슬라이딩을 했는데, (후배들이) 보고 느낄 거라 생각한다. 다들 열심히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일부러 노린 건 아니다. 그저 난 살려고 뛰었을 뿐이다"고 했다. 롯데는 이어진 기회에서 앤디 번즈의 결승타로 4-3 승리를 거뒀다. 최하위에 쳐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롯데 입장에선 봄비같은 승리였다. 
 
지난해까지 넥센에서 활약한 채태인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사인앤트레이드 형식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자유계약선수(FA)을 얻었지만 협상이 쉽지 않았다. 롯데가 손을 내밀었고, 넥센과 먼저 계약한 뒤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어렵게 뛸 기회를 얻었다. 
 
채태인은 묵묵히 제 몫을 했다. 시즌 타율은 2할 대(0.242)지만 출루율은 0.457에 이른다. OPS는 1.002나 된다. 채태인은 "원래 때리면서 감을 올리는 스타일인데, 그동안 칠 수 있는 공이 많지 않았다"며 "롯데가 잘 치라고 날 데려왔으니 잘 쳐야 한다. 계속 투수들이 승부해오면 나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태인 2점짜리 홈런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LG 트윈스의 경기, 7회말 롯데공격 1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채태인이 홈런포를 쏘아 올린 뒤 하이파이브 하고있다. [부산=연합뉴스]

채태인 2점짜리 홈런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LG 트윈스의 경기, 7회말 롯데공격 1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채태인이 홈런포를 쏘아 올린 뒤 하이파이브 하고있다. [부산=연합뉴스]

 
채태인은 번트를 잘 대는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희생번트 한 개를 시도했는데, 그마저도 실패했다. 번트안타는 KBO리그 12시즌 통산 4번째다. 그렇다고 발이 빠른 선수도 아니다. 오히려 느린 편에 가깝다. 통산 도루는 8개에 불과하다. 뒤뚱뒤뚱 전력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이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베테랑의 투혼에는 박수를 보낼만 했다.    
 
채태인은 "우리가 지려고 지는 건 아닌데, 계속 지다보니 위축되는 플레이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오늘 경기를 계기로 반전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태인은 5회 말 넥센 선발 한현희의 체인지업을 밀어쳐 솔로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8일 부산 LG전에 이어 2경기 연속포다. 당시 경기에서도 LG 선발 헨리 소사의 공을 밀어서 담장을 넘겼다. 채태인은 "일부러 밀어친 건 아니고, 밀린 거다. 들어온 공을 보고 친게 운좋게 넘어갔다"며 웃었다.  
 
10일 오후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넥센을 상대로 4대3으로 승리한 롯데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스1]

10일 오후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넥센을 상대로 4대3으로 승리한 롯데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스1]

 
롯데가 올 시즌 3연전 첫 경기에서 승리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앞선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86으로 무너졌던 선발 김원중이 5이닝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불펜도 4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았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도 한 점차 상황에서 귀중한 세이브를 올렸다. 
 
타선도 모처럼 집중력을 보였다. 이날 4번 타자 이대호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김문호·손아섭·채태인·신본기가 2안타씩을 쳤다. 이병규도 3회 솔로포를 터뜨렸고, 볼넷 2개를 얻어내며 제 몫을 했다. 조원우 감독은 "채태인, 이병규의 활약이 팀의 타선의 분발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울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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