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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대입 방정식' 풀기

성시윤 교육팀장

성시윤 교육팀장

대입개편 방향을 둘러싼 최근 교육부·청와대·여당 간의 불협화음을 개인적으론 ‘한국 사회에 희망적인 청신호’로 본다. ‘대입에서 학생부 영향력 강화’(문재인 대통령 공약), ‘학생부 전형 폐지’(더불어민주당 ‘더좋은 미래’ 정책연구소), ‘느닷없는 정시 확대’(교육부 차관) 등 당·정·청의 요구가 다름을 확인한 것은 합리적 정책토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대입개편을 둘러싼 최근의 담론구조에선 보수·진보의 이분법도 희미해졌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가 “정시 확대”를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사교육걱정없는세상’)는 더미래연구소와 교육부에 대해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입에서만큼은 진영 논리가 약화되는 형국이다.
 
수준 높은 정책을 위해선 합리적 토론이 필수적이다. 불통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우리는 이미 충분히 보았고 지금도 겪고 있다.
 
한국정책학회장을 지낸 강근복 충남대(행정학과) 교수에 따르면 정책토론은 크게 두 단계다. 1단계는 ‘문제’ 중심이다. 문제란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태와 현실 혹은 미래의 괴리다.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합의되지 않으면 2단계인 ‘대안’ 중심 토론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정책토론에서 대안이 서로 다른 이유는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말하자면 각자 딴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느닷없는 ‘정시 확대’(수시 축소) 요구가 비판받은 것은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대안’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스스로 10년 가까이 대학들에 예산을 지원해 가며 수시모집 비율을 현재 수준으로 늘려놓고선 정작 ‘무엇이 문제인가’는 대학과 토론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 대상의 대입개편 시안을 11일 내놓는다. 이 시안을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9월 만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로 넘겨 의견을 듣고 8월에 확정한다고 한다.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교육현안에 대안을 제시하는 기구다.
 
교육부의 시안에 관계없이 국가교육회의에선 ‘현재 대입에서 문제가 무엇인가’를 원점에서 토론해 주길 기대한다. 해법이 제각각인 ‘대입 고차 방정식’을 풀려면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우선이다. 교사들도 시험지를 받은 학생들에게 ‘급히 풀려 하지 말고 찬찬히 문제가 뭔지를 읽으라’고 권하지 않나.
 
성시윤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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