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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프로 고물상 vs 아마추어 환경부

천권필 환경팀 기자

천권필 환경팀 기자

10일 아침 출근길. 기자가 사는 아파트 앞에는 재활용 수거 업체가 남기고 간 폐비닐 뭉치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경비원은 “업체에서 가져갈 때까지는 이대로 놔둘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일 시작된 서울 등 수도권 공동주택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진행형이다. 서울 시내 348개 아파트 단지와 경기도, 인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폐비닐 등이 수거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환경부의 아마추어 같은 대응 탓이 컸다. 환경부는 지난 2일 “수거 거부를 통보한 재활용 업체 모두가 정상 수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부 업체는 “거짓말”이라며 반발했다. “전화상으로 동의를 받고 발표했다”고 해명했지만, 업체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기도 전에 섣불리 문제가 해결됐다고 공언했다가 사태만 더 꼬이게 했다. 환경부는 6일에도 “재활용품 처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의 성명서를 배포하면서 사태가 당장 수습될 것처럼 생색을 냈다. 이 역시도 수거·선별 업체로부터 “환경부가 대표성도 없는 총연맹의 말만 믿고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핀잔만 들었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 재활용 업체에서 수거하지 않은 폐비닐이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 재활용 업체에서 수거하지 않은 폐비닐이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사실 재활용 시장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환경부가 2년 전 의뢰해 만든 용역 보고서는 “재활용 시장 붕괴에 따른 폐기물 처리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후속 대책은 흐지부지됐다.
 
재활용 정책의 전문성·연속성이 떨어진 데는 담당자의 잦은 교체 탓도 크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국장)은 2000년 이후 15번이나 바뀌었고, 실무 책임자인 자원재활용과장은 2000년 이후 19명째다. 고물상부터 시작해 수십 년 잔뼈가 굵은 재활용 업계의 ‘프로’들을 1년마다 바뀌는 ‘아마추어’들이 상대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재활용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다. 재활용 업체 대표 A씨는 “환경부에 재활용 시장의 문제를 얘기했더니 관련 통계가 부족하다면서 직접 자료를 만들어오라더라”며 “환경부 담당자들이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답답해했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데도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 역시 별로 다르지 않다.
 
결국 이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환경부의 허술한 대응을 질타했고, 정부·지자체는 뒤늦게 “폐비닐 등 수거 정상화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꼬일 대로 꼬인 사태가 이른 시일 내 풀릴지는 미지수다. 이 순간에도 갈 곳을 잃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아파트 앞에 계속 쌓이고 있다.
 
천권필 환경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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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