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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평균 1.88%인데···수익률 9% 호주 퇴직연금 비결

기금 굴리는 전담 법인이 비결
 
국민연금 7.26%, 공무원연금 8.8%, 사학연금 9.2%. 지난해 국내 주요 연기금 수익률은 껑충 뛰었다. 주식시장 호황 덕을 톡톡히 누렸다. 그런데 같은 기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88%다. 차이가 많이 난다.
 
이런 격차는 지난해만이 아니다. 2012~ 2016년 5년간 평균 수익률을 보면 퇴직연금은 3.1%, 국민연금은 5.18%였다. 해가 갈수록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다.
 
이런 결과는 당연하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회사의 재무·인사 담당자가, 확정기여(DC)형은 근로자가 운용 주체인데 투자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관심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적립금을 ‘몰빵’하고 방치한다. 투자결정 구조 자체가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재추진하는 까닭이다. 2016년 8월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골자로 한다. 10일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퇴직연금 운용을 담당하는 별도 수탁법인(비영리재단)을 만드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를 둔 것과 비슷하다. 기금 수탁법인 이사회엔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각 선임한 이사들이 같은 수로 참여한다. 외부 자산운용 전문가도 함께 참여해 투자결정을 한다.
 
ㅔ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ㅔ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금형 퇴직연금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화한 제도다. 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일본도 이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중 호주의 ‘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수퍼애뉴에이션은 187개 기금에서 2조2000억 달러(약 1800조원)의 적립금을 굴리고 있다. 근로자는 자기 회사가 설립한 기금이 아닌 다른 기금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적립금이 움직이기 때문에 기금들은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무한 경쟁’을 벌인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 운용의 핵심 전략은 글로벌 분산 투자다. 수퍼애뉴에이션 자산의 46%는 호주와 해외 주식에, 21%는 채권에 투자하고 부동산·인프라·헤지펀드 같은 대체투자도 활용한다. 그 결과 2016년 말 연평균 수익률 6.8%, 5년 평균 수익률은 9.2%에 달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도 기금운용위원회가 활성화하면 위험자산을 편입하고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게 된다”며 “장기 수익률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퇴직연금을 잘 굴릴 만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기회일 수 있다. 이승용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중소기업 여러 곳이 모여 기금 규모를 키운다면 이를 위탁받아 운용할 금융회사도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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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맞춰 깔아야 할 인프라도 있다. 촘촘한 감독체계가 그것이다. 2012년 일본에선 기금형 퇴직연금을 위탁 운용하던 AIJ자산운용의 횡령 사고로 120개 연금펀드에서 2000억 엔(약 2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형의 경우 기금운영 위원들이 근로자가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운영하는 ‘대리인 문제’나 ‘도덕적 해이’가 생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기금 수탁법인 관리·감독을 맡게 돼 있는 고용노동부의 인력과 전문성도 미비점으로 지적된다.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 인력은 10명뿐이다. 이와 달리 영국은 아예 연금감독청(TPR)을 따로 두고 있고, 네덜란드는 중앙은행에 약 80명의 연금 감독관을 두고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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