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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는 비행기 왜 늦나 보니…베이징 하늘길 좁은 탓

우리나라 주변 항로들의 병목 현상 탓에 여객기 도착과 출발이 자주 늦어진다. 유럽과 중국 행 여객기가 많이 쓰는 베이징 항로가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주변 항로들의 병목 현상 탓에 여객기 도착과 출발이 자주 늦어진다. 유럽과 중국 행 여객기가 많이 쓰는 베이징 항로가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해외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이용할 때 가장 짜증 나는 기억이 있다면 아마도 출발이 많이 늦어지거나 연착하는 경우일 겁니다. 특히 이미 승객들이 모두 탔는데도 짧게는 20~30분, 길게는 한 시간가량 이륙을 못 한 채 비행기 안에 꼼짝없이 앉아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더 그럴 텐데요.

 
비행기 출발이나 도착이 늦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특히 기체 결함, 기상 악화 등이 큰 영향을 주는데요. 여기에 또 하나의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길의 ‘병목(bottleneck)’ 현상입니다. 마치 도로처럼 하늘길도 특정 구간에 항공편이 몰리면서 정체를 빚는 겁니다. 주변에 병목 구간이 많으면 그만큼 비행기 출발과 도착에 지연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주변의 하늘길도 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하늘길, 즉 항로는 항공기가 다니기 적합하다고 지정한 통로로 국가별 심의기구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협의해서 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별 제한 사항과 연료비·영공통과료 등 경제성, 그리고 안전성을 많이 고려하게 되는데요. 참고로 항로 명칭은 1개의 알파벳 문자에 1~999까지의 숫자를 붙여서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A593’‘Y711’ 등으로 표시하는 겁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항로에서는 비행 고도를 일정 기준에 따라 달리하거나, 수평 간격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비행기를 여러 대 통과시키는데요. 항로별 상황에 따라 그 수용량이 제각각입니다. 이 수용량이 적을수록 교통정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중국 베이징 방면으로 가거나 베이징을 통과해 유럽으로 가는 항로가 대표적인 병목구간입니다. 인천발 유럽행 항공기는 대부분 베이징과 몽골 지역,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이용하는데요. 이곳은 수용량이 시간당 평균 7~8대에 불과합니다. 중국 관제 당국이 항공기를 7분에서 최대 15분 간격으로 분리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일본에서 출발한 비행 편까지 몰리면서 혼잡이 더 심합니다. 참고로 일본 방면 항로는 시간당 15대 정도를 수용합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히 중국 내 영공이 붐비거나 중국 공군의 군사 훈련이라도 있게 되면 간격을 더 벌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방침이 우리 측 공항에 통보되면 이 방면으로 가야 하는 비행편의 출발이 줄줄이 늦어지게 되는데요. 1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합니다. 게다가 이곳을 가까스로 통과하더라도 몽골과 중국의 접경 구간에서 또 정체가 생깁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두 나라 간 관제 이양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으로 원인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를 반영하듯 국내 항공사들의 대륙별 지연율을 보면 유럽 방면이 13.6%로 가장 높은데요. 바로 베이징 통과 항로의 병목 현상이 큰 이유라고 합니다. 중국행 지연율도 7%가 넘는데요. 우리 정부에선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 측과 항로 복선화, 항로 증설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중국 군부의 반대가 심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연 현상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유럽행의 경우 15분 이상 지연된 사례가 2015년 608건에서 지난해에는 1643건으로 2.7배나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영국 런던, 체크 프라하, 프랑스 파리 등 몇몇 유럽 행의 경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아예 베이징을 우회해서 가는 다른 항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제주 남단을 지나 동남아로 향하는 항로도 만만치 않은 병목 구간입니다. 특히 동남아 운항편이 집중되는 오후 6시~7시 사이가 가장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항로 복선화 등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천 비행정보구역(FIR), 즉 우리 하늘인데도 중국과 일본이 관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아카라~후쿠에 회랑 항로’ 주변도 우리 비행기들에는 병목 구간으로 통하는데요. 이 구간은 중국과 일본 항공기들이 전용 고도를 사용하면서 우리나라 공항의 출발·도착 편이 영향을 받아 지연되는 사례가 잦다고 합니다. 이 항로는 중국 상하이로 가거나 상하이를 지나 동남아로 가는 데 많이 이용됩니다.
 
국내 항공사의 대륙별 지연율 가운데 동남아가 7.3%, 서남아 9.0%로 높은 편인 것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히 장거리 구간이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적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지연율이 8.4%, 대한항공은 5.8%로 다른 국내 항공사들에 비해 높습니다.
 
최근에 만난 대한항공의 한 운항 관련 간부는 “우리 자체의 문제로 지연이 되기보다는 하늘길 병목 현상 때문에 지연율이 높아지는 측면이 커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하더군요.
 
결국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인접 국가 간에 적극적인 논의를 통한 새 항로 개설이 무엇보다 필요한데요. 중국, 일본 등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보다 원활한 협조가 이뤄져 하늘길이 좀 더 편하고 빨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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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