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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다, 비명 지르면 큰일 나는 공포영화

참신한 발상, 신선한 시도의 공포영화가 한국, 미국에서 각각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순제작비 11억원의 ‘곤지암’은 개봉 2주만에 230만 관객을 돌파, 한국 공포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는 중이다. 폐업한 정신병원에 공포 탐방을 갔다 괴이한 일을 겪는 젊은이들을 인터넷 생중계 하듯 보여주는 것이 특징. 이런 ‘체험형 공포’가 특히 유튜브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단 평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면 끔찍한 일이 생기는 재난 상황에서 자녀들을 지키려는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면 끔찍한 일이 생기는 재난 상황에서 자녀들을 지키려는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12일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지난 주말 미국 개봉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제작비 1700만 달러로 개봉 첫 주말부터 5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어린 자녀들과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으로 소리를 자제하며 사는 부부가 주인공. 지구촌을 초토화시킨 괴물을 자극하는 게 소리이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호평이 쏟아진 이 영화는 드라마 ‘오피스’ 출신의 배우이자 감독 존 크래신스키(39)가 주연·공동각본·연출까지 맡았다.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을 향한 러브레터”라고 했다. 아내이자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으로 유명한 배우 에밀리 블런트가 극 중 부부로 나란히 주연을 맡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배우 겸 감독 존 크래신스키. [AP=연합뉴스]

배우 겸 감독 존 크래신스키. [AP=연합뉴스]

 
소리에 대한 접근이 매우 참신하다.
“소리는 이 영화의 메인 캐릭터다. 영화에 소리를 얼마나 넣을 지, 언제 넣고 뺄 지 등을 처음부터 중요시했다. 후반 작업에서도 소리를 얼마나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관객에게 소리의 경계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아기의 출산이란 극한 상황이 닥치는데.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일이자 최악의 일로 떠올렸다. 아내를 캐스팅한 게 다행이었다. 출산 같은 장면에서 아내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했다.”
 
어린 자녀 중에 딸이 청각장애인이라 이 가족이 수화를 쓸 줄 안다는 설정인데.
“실제 청각장애를 지닌 배우를 캐스팅하겠다는 내 의지가 처음부터 확고했다. 하지만 그 여배우가 이토록 천사 같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 딸을 연기한 밀리센트 시몬스는 연기만 훌륭한 게 아니라 내게 안내자가 됐다. 감정 표현이 놀라웠다. 현장에서 다들 수화를 배워 소통했는데 더 배우지 못한 게 아쉽다.”
 
실제 자녀가 있는 점이 도움이 됐나.
“내가 이 시나리오를 맡았을 때가 막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때였다. 딸을 낳은 건 아내 에밀리였고 나는 구경꾼이었지만. 아무튼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침묵해야 하는 가족이란 설정이 너무 강렬히 다가왔다. 초기 시나리오에 깊이를 더하면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한 거대한 비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공포영화 팬인가
“솔직히 전에는 많이 보지 않았다. ‘죠스’, ‘에이리언’, ‘로즈마리의 아기’, 히치콕 작품 같은 고전은 물론 봤지만. 공포영화에 무식하다고 느끼고 싶지 않아서 ‘겟 아웃’ 등 요즘 공포영화를 고루 찾아봤다. 구체적 기법보다 어떻게 긴장감을 만드는 지, 순간마다 관객들이 어떤 느낌을 받게 하는 지 관찰하고 싶었고, 배웠다.”
 
‘곤지암’은 폐업한 정신병원 건물로 공포체험을 하러 간 젊은이들이 겪는 일을 인터넷 생중계 형식을 통해 전한다. [쇼박스]

‘곤지암’은 폐업한 정신병원 건물로 공포체험을 하러 간 젊은이들이 겪는 일을 인터넷 생중계 형식을 통해 전한다. [쇼박스]

반면 ‘곤지암’의 정범식(48) 감독은 ‘기담’ 같은 공포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호러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이 장르를 가장 많이 즐기는 1020세대에 파급력이 큰 컨셉트를 고민했다”며 “아이들이 ‘아버지 영화 중 제일 잘 될 것 같다’고 했던 말이 실현됐다”며 웃었다.
 
정범식

정범식

이만큼 흥행할 줄 알았나.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등 같은 날 개봉작이 워낙 세서, 묻히거나 꽤 흥행하거나 둘 중 하나라 봤다. 유튜브 세대를 공략한 지점이 관객 반응과 잘 어우러지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인터넷 방송 형식을 접목한 계기는.
“저 같은 기성세대는 ‘먹방’ 보면 차라리 (내가) 먹지 왜 (남이 먹는) 그걸 보고 있나, 생각한다. 근데 올해 대학 간 아들, 고등학교 들어간 딸이 유튜브를 하도 보기에 궁금해서 같이 봤다. 그 안에 부담 없이 즐길 ‘거리’가 있더라. 기존 공포영화의 교훈·원한·사연을 다 없애고 공포와 체험이란 두 가지 ‘거리’에만 집중하면 젊은 세대가 호응하지 않을까 했다.”
 
실존 정신병원을 바탕으로 해 관객이 더 실제처럼 상상하게 했다.
“자신이 그 장소·상황에 맞닥뜨린다면? 그랬을 때 체험감, 오감만족이 호러의 궁극적인 목표다. 요즘 많이 보는 리얼리티 예능이 출연진의 캐릭터와 리액션을 보는 맛이 크잖나. 정신병원도 하나의 캐릭터라 생각했다. 공간과 인물들이 서로 액션·리액션 주고받는 걸 구경하며 관객이 어느새 영화 속 공포감에 젖어 들길 원했다.”
 
가장 짜릿했던 관객 반응을 꼽는다면.
“‘깜짝 놀래키려는 게 아니라 무서움을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 영화’라는 리뷰. ‘심장을 지하암반수로 샤워한 것 같다’는 리뷰도 기억난다(웃음).”
 
스토리나 대사가 빈약하단 지적도 있다.
“영화를 보는 관습과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거라 생각했다.”
 
출연 배우 이승욱이 돌연 은퇴선언을 하면서 촬영 현장에 심령현상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데.
“이승욱은 개인적인 고민으로 홍보일정부터 참여를 안 했다. 촬영지인 부산 옛 해사고 건물이 공포 체험 성지란 건 촬영이 끝나갈 때쯤 알았다. 귀신이 나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런 곳에서 이러고 있었다니, 싶더라.”
 
영감을 받는 공포영화라면.
“‘갑툭튀’ 공포효과보단 히치콕, 스필버그 감독처럼 서스펜스를 잘 조율한 영화를 좋아한다. 한 편만 꼽자면 마야 데렌 감독의 초현실주의 영화 ‘오후의 올가미’(1943). 컴퓨터그래픽도 특수효과도 없던 시절 찍은 영상의 기묘한 느낌이 있다.”
 
차기작은.
“요즘은 호러를 바탕으로 다른 장르와 협업해 확장성 넓히는 형태가 많더라. 아직 성사될지 모르지만, 관심 두고 있던 가상현실(VR) 호러 단편 제안도 받았다. 관객 요구가 다르고 시장이 바뀌었다. 공포영화는 다른 장르보다 제작비가 적어 스타에 기대거나 하기 어렵다. 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후남·나원정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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