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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오월동주 안철수·유승민 … “키 잡으려 말고 노를 저어라”

강민석의 정치속으로
 
바른미래당, 창당 두 달의 정치실험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선거캠프 개소식에서 당 색깔인 민트색 운동화를 선물했다. 이날 유 대표는 안 위원장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끈까지 묶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최정동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선거캠프 개소식에서 당 색깔인 민트색 운동화를 선물했다. 이날 유 대표는 안 위원장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끈까지 묶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최정동 기자]

한 지붕 두 가족이 이삿짐도 풀지 않고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 14번지. 국회의사당 맞은편의 B&B 타워에는 바른미래당 간판이 걸려있다.
 
그런데 건물 5~8층의 당 기획국, 조직국 등에서 일하는 당직자들이 하나같이 국민의당 출신들이다.
 
바른정당 출신은 어디에 있을까. B&B타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여의도동 17번지 태흥빌딩에 답이 있다. 역시 바른미래당 문패가 달렸다. 이곳에 옛 바른정당의 기획국, 조직국 등이 그대로 가동 중이다. 당사도 2개, 기획국도 2개, 조직국도 2개, 당 싱크탱크(국민정책연구원, 바른정책연구소)도 2개…. 당 지도부(최고위원회의)만 합체가 됐을 뿐 머리, 몸통, 두뇌까지 모두 2개다.
 
 
지난 2월13일 닻을 올린 바른미래당은 곧 창당 두 달을 맞지만, 완전체라기보다는 아직까진 ‘느슨한 연대’에 가깝다.
 
옛 국민의당-바른정당 조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니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스타일이 공존한다.
 
“한동안 아침의 당 최고위원회의는 국민의당 기획국이 한 번, 바른정당 기획국이 한 번씩 준비해왔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안건을 정리해놓은 회의 보고서 양식이 달랐다. 국민의당은 보고서에 표지, 목차까지 만들고 사회는 누가 보며, 발언순서까지 정해놓는데, 바른정당은 그런 거추장스러움 없이 회의를 해와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당직자 A씨)
 
당직자 숫자도 220여 명으로 자유한국당(190여 명) 보다 많다. 당직자 B씨는 “기성정당에서 떨어져나온 세력이 오히려 숫자가 더 많은 건 기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칠 때 복잡한 조직통합문제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뒀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며 “선거 이후 정계 재편과정에서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양측이 옛 조직을 그대로 유지해두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불안심리의 근본요인은 역시 당 지지율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창당 직후인 2월 4번째 주부터 두 달간 6~8% 사이를 횡보해왔다.
 
통합 전의 기대치(20%)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그나마 자유한국당도 같은 조사에서 11~14%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거리.
 
정체된 지지율 속에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역설적으로 목표는 더 선명해졌다.
 
바른정당 출신 이혜훈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향후의 정계지각변동에서 보수의 얼굴이 누가되느냐, 지방선거에서 야당 1등을 누가 하느냐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려워도 홍준표식의 부끄러운 보수는 절대 안 한다. 우리가 새로운 보수의 집을 짓겠다고 나서 지금 이 고생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살 길은 ‘야당 대표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데로 목소리가 수렴하는 양상이다. 그럼 야당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관전포인트① 안철수 - 유승민의 공동플레이
 
지난 4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는 자리에 유 대표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박주선 공동대표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이날 안 위원장은 출마선언에 앞서 워킹맘·택시기사·청년사업가 등을 식전행사에 세워 목소리를 들었다. 이어 스스로를 ‘안칠수’라고 칭한 대학생 이상민씨의 성대모사가 있었다.
 
“딸기가 직장에서 잘리면 무엇입니까. 딸기 시럽(딸기실업)입니다”라고 안 위원장의 ‘아재개그’를 따라 한 이 대학생은 잇따라 “그야말로 실망입니다… 저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라고 안 위원장의 목소리를 흉내냈다. “실망입니다” 등은 작년 5·9 대선 TV토론 때 안 위원장이 바른정당 후보였던 유승민 대표에게 한 말이다. 듣기에 따라 불편할 수 있는 유머였다.
 
현장에서 안 위원장과 유 대표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으나 두 사람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출마선언식에서 만난 한 당직자는 성대모사와 관련 “일반인의 관심도 결국은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이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 아니겠느냐”며 “우리가 야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려면 결국 ‘안철수-유승민’ 조합의 시너지를 얼마만큼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타이밍으로 볼 때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은 낮은 당 지지율과 지방선거 인물난이라는 이중고 속에 나온 고육책이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창당 초기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합당 후 바로 백의종군에 들어가면서 각기 단독플레이를 하다 보니 당의 침체를 초래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안-유, 두 사람의 공동플레이를 극대화하는 게 당이 취해야 할 전략의 기본”이라고 했다.
 
유 대표의 측근인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유 대표가 정말 열심히 시장선거를 도울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유 대표는 8일 안 위원장 선거캠프 개소식에서 당색인 민트색 운동화를 직접 안 위원장에게 신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그런 이벤트 말고도 안-유 양측이 메시지의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관전포인트 ② 안 - 유 메시지 ‘싱크로율’은
 
실제로 안-유, 양측은 몇번의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지금은 없던 일로 진화가 됐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한국당과의 연대 문제다.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대표는 한국당과의 연대와 관련 “원희룡 제주지사나 안철수 위원장을 생각하면 제 마음은 열려 있다”고 했다.
 
한국당과의 연대문제는 안 위원장 측이 ‘죽는 길’이라며 지속적으로 가능성을 부인해온 사안이다. 그런데 유 대표가 공개적으로 카드를 뽑아 들어 혼선이 빚어졌다. 당장 국민의당 출신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다만 안 위원장은 유 대표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조그마한 틈이 보이자 바로 다음 날 페이스북에 안 위원장이 야권연대 문제에 말을 바꿨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안 위원장이 역시 페이스북에 “한국당과 연대논의는 할 생각이 없다고 정리했는데 (상황을) 거꾸로 보는 정도의 인지능력이라면 더 큰 자리(서울시장) 도전을 재고해 보라”고 받아쳤다. 이에 우 의원이 다시 “유 대표에게 항의하시지 왜 저에게 화풀이를 하시나”라고 재차 반박 글을 올리면서 핑퐁식으로 설전이 이어졌다. 우 의원은 통화에서 “안 위원장이 결국 유 대표에 대한 불만을 내게 대신 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출마문제로도 양측은 간극을 보였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결정이 3월을 넘기려 하자 유 대표는 “빨리 좀 결심하라고 얘기했는데…”라고 불만을 드러냈고, 안 위원장은 은근히 유 대표의 동반출마를 압박했다. 동반출마요구를 유대표가 일축하자 안 위원장 측근들 사이에선 “자기는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하고, 우리만 사지로 내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백의종군을 마친 안 위원장의 당무복귀형식을 놓고도 뒷말이 있었다.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놓고 “당에서 맡아달라고 했다”(안 위원장)와 “그런 적 없다”(유 대표)로 말이 안 맞았다. 하지만 이 정도야 탐색전 정도일 뿐 진짜 중요한 시험대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바로 지방선거 공천문제다.
 
관전포인트 ③ 공천, 지분싸움 없을까
 
새누리당 시절 극심한 계파갈등을 경험한 유승민 대표는 “공천이 정치의 거의 전부”라고 말한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한국당이 전략요충지의 후보를 이미 결정했거나 경선 후보군이 떠올라 있는 것과 달리 바른미래당은 지난 5일에야 공천관리위(위원장 목진휴)를 구성했을 정도로 진도가 더디다.
 
공관위 구성 하루 전인 4일 안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서울시의 기초자치단체장, 구청장 후보들을 열심히 찾고 소개할 계획”이라며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유승민-박주선) 두 대표가 책임을 가지고 하겠지만, 여력이 닿는 한 (나도) 그 부분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발언은 물밑에서 미묘한 반응을 불러왔다. 익명을 원한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는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사실상 구청장을 공천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그럼 당에 공천관리위는 뭐하러 두느냐”고 되물었다. “잘못하다간 큰 분란이 난다”고도 했다.
 
반면 안 위원장 측근은 “서울시장 후보가 자기 사단을 짜서 팀으로 선거운동을 치를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한국당과의 야권 대표성 경쟁에 직결되는 전략지역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구청장 등은 당이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인 서울 송파을·노원병 등도 화약고로 꼽힌다. 송파을·노원병 등에는 각각 바른정당 출신 박종진·이준석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바른정당 출신들은 두 사람의 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출신은 “무슨 소리냐”고 반박한다.
 
이태규 사무총장의 말 속엔 공천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고민과 위기감이 깊이 담겨 있다. 지난 8일 이 총장과 나눈 문답이다.
 
지방선거 공천을 어떻게 해야 하나.
“바른미래당이 줄곧 기득권 양당의 타파를 주장해왔지만 아직까지는 ‘안티 체제’에 불과하다. 안티 체제에서 ‘대안체제’로 넘어가지 못하면 전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만 의지해서 갈 수밖에 없는, 안철수가 잘되면 당도 괜찮아지고, 안 되면 다 같이 안 되는 어려운 환경에 떨어진다. 유권자들에게 ‘한국당은 덩치만 컸지 하는 게 뭐 있냐, 재들에게 맡기면 좀 되겠다’는 믿음을 줄 대안체제로 자리 잡으려면 공천 시 얼마나 파격을 보여주느냐, 소탐대실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어떻게 하는 게 파격적인 공천인가.
“내 팔이 떨어져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몸이 살아날 수 있다면 결단해야 된다. 의석수가 작으면 작은대로 ‘딴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후보가 경쟁력이 있는 게 제일 좋지만, 당선가능성보다 우선해야 하는 게 ‘공직적합성’이다. 새로운 사람이 경쟁력이 있다면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관계로 평가하면 큰 일 난다. ”
 
오월동주(吳越同舟) 상황에서 팔 하나를 떼어낼 정도의 공천을 할 수 있겠나.
“안철수-유승민은 한 배를 탄 경쟁적 동지관계다. 이번에 그릇의 크기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분열적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통합적 관점에서 경쟁을 하느냐가 두 사람의 정치적 장래를 좌우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기중심적으로 착각하는 순간 대중들에겐 매력 제로로 떨어질 것이다.지금은 (모두) 배의 키를 잡지 말고 노를 저어야 한다. 배를 먼저 순항시킬 의무가 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끼리 공천다툼을 하면.
“100% 다 죽는 길이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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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