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잡초처럼 밟히던 식스맨, 우승 제조기로 만개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위성우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팀 감독이 9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뒤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위성우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팀 감독이 9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뒤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위성우(47)감독의 별명은 ‘우승 청부사’다. 우리은행을 이끌고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전 소속팀인 신한은행에서 코치로 통합 6연패를 이룬 것까지 포함하면 1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위 감독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이 뭘까. 지난달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모처럼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위 감독을 9일 만났다.
 
12년간 왕좌를 지킨 ‘독재자’에게 우승은 어떤 의미일까. 위 감독은 불쑥 ‘확인’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위 감독은 “우승 트로피는 나와 선수들이 함께 땀을 흘리며 준비했던 과정이 옳았는지 검증하는 일종의 확인증 같은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은 우승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간의 노력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 열심히 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여자농구계에 ‘우리은행식 지옥 훈련’이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아직까지 우리를 뛰어넘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훈련 시간이나 강도보다는 훈련의 목적을 이해하고 집중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역 선수 시절 그는 비주류였다. 주전이 아닌 ‘식스맨’ 이었다.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들이 농구계를 주름잡던 시절, 단국대 출신의 평범한 선수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1998년 SBS(KGC인삼공사의 전신)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는 식스맨이었다. 2001년 오리온으로, 2003년 현대모비스로 옮겨다니다 2004년 유니폼을 벗었다. 프로농구 통산 201경기에 출전해 평균 3.4득점을 기록했다.
 
KB스타즈를 꺾고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KB스타즈를 꺾고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위 감독을 일으켜 세운 건 ‘식스맨의 추억’이었다. 그는 “프로 데뷔전에서 딱 10초를 뛰었다. 경기 종료 10초 전 주전 선수가 5반칙으로 퇴장을 당해 나에게 기회가 왔다”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게 바로 식스맨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위 감독은 또 “주전급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가는 건 맞지만, 전력의 부족한 2%를 완성하는 건 식스맨의 몫”이라면서 “주전뿐만 아니라 식스맨에게도 관심을 쏟은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위 감독은 훈련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또 하나의 비결로 지도자의 ‘이중 인격’을 꼽았다. 위 감독은 “지도자는 코트 안과 밖에서 태도가 180도 달라야 한다. 농구장 안에서는 철저하게 원칙만 생각하면 된다. 지위도, 나이도 필요 없다. 그러나 훈련장 밖에서는 철저히 ‘사람 대 사람’이다. 그 구분이 명확할 수록 선수들이 지도자를 믿고 따른다”고 설명했다.
 
위 감독은 매년 나오는 ‘남자농구계 진출설’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자농구 6연패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만들고, 여자농구의 성장을 이끌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자농구의 열악한 인프라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런 부분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는다. 한국 여자농구가 국제무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건 오직 연습 밖에 없다”면서 “만년 꼴찌에서 우승팀으로 거듭난 우리은행이 단적인 예”라고 했다.
 
여자농구는 세대 교체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위 감독은 “오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든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게 세대교체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서 정당한 경쟁으로 고참들을 밀어내야 하는데, 경험과 훈련량이 부족하다보니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며 “여자배구에 김연경(상하이)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등장해 전반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여자농구에도 모처럼 박지수(KB스타즈)라는 ‘물건’이 나왔으니 농구인들이 합심해 여자농구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구계에서 선수로, 지도자로 활약하는 동안 가족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위 감독은 “선수 시절 태어난 딸은 가끔 한 번씩 집에 가보면 훌쩍 커 있었다. 기던 아이가 서고, 걷고, 뛰는 모습을 띄엄띄엄 확인했다”며 “아내는 예나 지금이나 집에서 있었던 일을 내게 말하지 않는다. 남편이 온전히 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딸이 중학생 시절 잠시나마 사춘기 열병을 심하게 앓았는데, 그 때 아내가 마음 고생을 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했다. 그는 또 “지도자를 맡은 이후 아내가 경기장을 찾은 건 두 세 번 정도다. 시상식 때 이름을 들먹이는 것조차 질색할 정도로 그림자 같은 사람”이라 덧붙였다.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을 맡은 이후 한가지 독특한 전통이 생겼다. 우승 직후 선수들이 감독을 헹가래친 뒤 코트에 내려놓고 짓밟는 이벤트를 해마다 거르지 않는다. 초창기엔 ‘사제지간에 과한 행동’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최근에는 ‘지옥 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의 유쾌한 복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위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을 신나게 밟고 시즌 내내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 좋지 않은 감정들을 말끔히 털어내자는 의미”라면서 “남자농구 (원주 DB의) 이상범 감독님도, (서울 SK의) 문경은 감독도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시원하게 밟히길 추천한다”며 껄껄 웃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생년월일 : 1971년 6월 21일
 
출신교 : 성동초-경남중-부산중앙고-단국대
 
선수 이력 : SBS(1998~2001년), 오리온(2001~03년), 현대모비스(2003~04년)
 
지도자 이력 : 신한은행 코치(2005~2012년), 우리은행 감독(2012년~현재), 여자농구대표팀 감독(2013~2016년)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