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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민들 안희정 쇼크 “찍을 사람 없어유, 지켜봐야쥬”

지방선거 풍향계 ① 충남
 
더불어민주당에선 복기왕 전 아산시장과 양승조(사진 아래) 의원이 충남지사 경선후보로 경쟁한다. [사진 복기왕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에선 복기왕 전 아산시장과 양승조(사진 아래) 의원이 충남지사 경선후보로 경쟁한다. [사진 복기왕 페이스북]

“뽑아줄 사람이 없어유. 인물이 없는데 지켜봐야쥬. 아직 누가 나왔는지도 잘 모르니께.”
 
8일 천안아산역에서 천안 동남구 남산중앙시장으로 가는 택시 안. 택시기사 이용구(51)씨는 “인물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이씨는 “충청도 사람들은 어느 쪽이냐 보다는 인물을 보고 뽑잖아유. 그런데 JP 이후의 대표 주자 안희정이 그렇게 된 거여”라며 “이제 투표 할 맘도 안 들지유”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충남 지역 주민들에게 지사 선거에 대해 물었더니 “도지사 감이 없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요즘 현지를 지배하는 정서는 상실감인 듯 했다. JP(김종필 전 총리)의 몰락 이래 이회창·이완구·정운찬 전 총리, 이인제 전 의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등 한때 대망론의 주인공이었던 충청 출신들은 많았지만 결국 정상에 도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약 한달여 전만 해도 차세대 리더로 기대했던 안희정 전 지사가 하루 아침에 침몰한데 따른 충격이 커 보였다.
 
남산중앙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임애선(72)씨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쪽을 찍어줬는데 이번에는 찍을 사람이 없다”며 “왕머시기(복기왕 전 아산시장)랑 양누구(양승조 의원)가 나왔다는데 도지사 할만한 사람들인가”라고 되물었다. 임씨는 “안 전 지사가 대통령 되는 걸 보려고 했는데 안 전 지사 찍어줬던 내 손가락을 분질러버리고 싶었다”며 “이번에는 투표하러 안 가겠다”고 말했다. 쌀가게를 하는 채병화(67)씨는 “양승조 의원이 천안에서 4선씩이나 하면서 큰 탈이 없었으니까 경선에서 이기면 뽑아주려고 하는데 기억나는 일을 한 게 없다”며 “충남은 후보들이 밋밋하다”고 말했다. 아산시에서 핸드폰 판매를 하는 고명재(34)씨는 “안 전 지사는 젊은 사람도 지나가다가 보이면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정도의 유명인이었는데 그 뒤에 나온 후보들은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인제 전 의원을 충남지사 후보로 공천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은 이인제 전 의원을 충남지사 후보로 공천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이 내세운 이인제 전 의원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했다. 같은 시장 입구에서 빈대떡을 파는 유종근(62)씨는 “내가 자유한국당 당원인데 이인제 후보는 이제 아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씨는 “대통령 후보까지 나갔던 사람이 도로 충남지사 선거에 나온다는데 정이 안 간다”며 “보수 정당 중에 ‘안철수당(바른미래당)’에서 누가 나오는지 봅시다”라고 말했다.
 
충청 지역 특유의 “일단은 지켜봐야지유”라는 대답도 많았다. 아산시 온양재래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하는 상인 김한수(42)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서 민주당이 대세라지만 후보들의 이름값은 너무 부족하다”며 “아직 노인들은 이름보고 투표하니까 한국당이 이인제 후보를 낸 건 전략적으로 잘 한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느 정당을 찍을 건지 묻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직은 반반이다”고 답했다.
 
논산은 이 후보의 출신 지역이라 이 후보의 인지도는 높았지만 이 후보를 ‘올드보이’로 여기는 분위기도 강했다. 논산시 화지중앙시장에서 의상재료를 판매하는 김동현(67)씨는 “이인제가 여기서 알아주지만 참 거시기한디”라며 “고향에서 몇 번 뽑아줬지만 옛날 사람이라 또 찍어줘야 할지 모르겄다”고 말했다. 같은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남금자(51)씨는 “이인제 후보 사모님이 인사하고 돌아다니길래 또 선거에 나오는구나 생각했다”며 “이 후보는 과거에나 인기가 좋았지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건어물을 판매하는 김양자(78)씨는 “그래도 논산은 이인제여. 무조건 우리 지역 사람 밀어줘야지”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복기왕 전 아산시장(사진 위)과 양승조 의원이 충남지사 경선후보로 경쟁한다. [사진 양승조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에선 복기왕 전 아산시장(사진 위)과 양승조 의원이 충남지사 경선후보로 경쟁한다. [사진 양승조 페이스북]

안 전 지사의 미투 사건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다. 남산중앙시장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홍유영(33)씨는 “찍어주면 처음에나 잘 하지 나중엔 다 문제 터지는 게 질려버렸어. 이번엔 후보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홍씨는 “안 전 지사가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충청의 희망이었는데 그 마저도 사고를 쳤다”며 “민주당보다는 정치인 자체가 싫어졌다”고 말했다. 논산 시내에서 커튼을 판매하는 우용재(64)씨는 “안희정에 이어서 박수현(전 청와대 대변인)도 스캔들이 터지니까 한숨만 나오더라”며 “그쪽(민주당) 사람들만 문제인 게 아니라 뽑아주면 욕심부리는 모습이 더 이상 보기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의식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었다. 천안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호철(57)씨는 “주로 보수쪽 정당만 찍어온 사람이지만 충청의 대표 인물은 안희정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완구가 고생을 했는데 안희정까지 저렇게 되니 중앙에서 충청도 죽이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세대간 정치의식의 차이는 충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산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만난 김한울(29)씨는 “뉴스를 SNS로 접하는데 민주당이 주변과 소통을 잘 하고 젊은이들을 잘 챙겨준다는 느낌이다. 한국당은 너무 어른들을 위한 정당 같다”며 “지금 나온 민주당 후보들을 잘은 모르지만 민주당을 뽑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택시기사 박태우(68세)씨는 “문 대통령이 언론으로 볼 때 잘 하는 것 같고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던데 60대가 볼 때는 너무 빠르게 바꾸고 개혁하는 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불만은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 천안 동남구에서 농사를 짓는 손종진(59)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니까 농사일에도 사람을 쓰기가 어렵고 타산이 안 맞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 정책 잘 한다고 TV에 매일 나오지만 농업 정책은 뚜렷한 것이 없으니 야당을 찍어야겠다”고 말했다.
 
논산 화지중앙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한충현(38)씨는 “지난 대선 때는 문 대통령 뽑았지만 서민으로서 장사하기가 요즘 너무 힘들다”며 “돈 벌면 다 세금으로 나가는 거 같아서 이번엔 야당을 뽑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천안·아산·논산=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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