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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가 검색대서 '삐~' 그래도 비행기 타고 출국

전자발찌 찬 성범죄자 공항서 제지없이 출국…"막을 방법 없었다?"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30대 강간 피의자가 다시 성폭행을 저지르고 베트남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지난달 말 50대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일본으로 도주해 적색수배가 내려진 지 불과 일주일 만의 일이다. 이번 사건으로 성범죄자 등 보호관찰 대상자를 관리해야 하는 당국의 허술한 감시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성범죄자가 착용하는 보호관찰대상자용 전자발찌[중앙포토]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성범죄자가 착용하는 보호관찰대상자용 전자발찌[중앙포토]

 
서울 노원경찰서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과 보호관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성폭행 피의자 신모(38)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9일 밝혔다. 신씨는 지난 4일 강간·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로 베트남으로 도주하려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신씨는 지난달 4일 경기도 소재의 한 여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알게 된 20대 여성 A씨를 마약류인 졸피뎀 성분을 먹여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신씨의 전자발찌로 위치추적이 가능해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신씨는 영장이 기각돼 석방된 후인 지난 4일 오후 8시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을 통해 곧바로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신씨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로 항공권을 구매한 뒤 공항 보안검색대와 출·입국 심사대를 차례로 통과했지만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당시 신씨가 보안검색대를 지나가자 전자발찌에서 금속탐지 신호가 울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은 "여행허가를 받았다"는 신씨의 주장에 아무런 제제 없이 그를 내보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종합 시험운영 점검에서 가상 여객들이 전신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종합 시험운영 점검에서 가상 여객들이 전신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신씨의 여권을 검사하는 출·입국 심사대에서도 전자발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전에 수사 기관의 출국 금지 요청이나 통보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통상 전자발찌를 착용한 보호 관찰대상자가 해외로 출국하려면 보호 관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출입국심사대[중앙포토]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출입국심사대[중앙포토]

결국 신씨를 관리하는 청주 보호관찰소는 인천공항 부근에서 위치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된 뒤에야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신씨가 이미 베트남 호찌민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뒤였다.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경찰은 베트남 주재 경찰 영사관과 베트남 공안에 신씨를 국내로 강제 송환시킬 것을 요청했다. 마침 베트남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있던 신씨는 경찰 영사관과 베트남 공안에 의해 붙잡혀 하루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5일 오전 신씨를 인천국제공항 내 입국장 게이트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이미 강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적이 있으며 2회에 걸쳐 전자발찌를 훼손해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베트남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여행차 놀러 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해 7일 신씨를 구속했고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보호 관찰대상자들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범죄 등으로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야 하는 보호관찰 대상자가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국외로 도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법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보호 관찰관의 허가를 받고 출국한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237명 중 4명이 미 입국해 지명수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법무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일본 오사카로 도주한 성범죄자 현모(51)씨에 대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당시에도 보호관찰소 측은 현씨가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야 도주 사실을 확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공항 관계자는 “현재 항공보안법상 전자발찌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는 ‘위해 물질’로 구분돼 있지 않다. 위해 물질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까지가 보안검색대의 역할”이라며 “여권 등 개인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출입국 관리소만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협조요청이 온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신씨에 대해서 전자발찌를 훼손한 것으로 간주해 벌칙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전자발찌를 끊거나 손상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을 처하도록 돼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향후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가 공항이나 항만 등으로 이동할 경우 유관기관에 경보에 준해서 미리 통보해주는 시스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규진·박사라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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