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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진보 정부가 싱크탱크 검열” USKI 사태 주시하는 미국

발단이 청와대든, 국회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USKI)의 인적 청산 시도와 예산중단 사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한마디로 학문의 자유 침해다. 보수ㆍ진보적 성향과 관계없이 전문가들은 이 원칙에 대해선 목소리가 같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통해 USKI 운영 예산의 80%가 넘는 최대 기부자라고 해도 그렇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워싱턴내 온건한 협상파로 꼽히는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7일 트윗에 “학술기관의 기부자가 자신들의 기부금을 갖고 특정 연구자들을 목표로 삼고, 정책적 입장을 지시하려고 한 건 개탄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학문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과 발리 나스르 SAIS 학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갈루치 USKI 이사장이 이번 사태거 불거진 직후 “존스홉킨스나 조지타운 또는 다른 휼륭한 대학의 연구소든, 외국 정부가 기금을 주는 목적은 대학의 질과 독립성의 원칙을 지키며 운영 및 연구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독립성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미국내 한국의 위상과 메시지를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한 것과 일치한다.
 
대북 강경파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더 나가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의 진보정부가 미국에서 대북 정책 논쟁을 검열하려고 한다”고 썼다.  
 
스탠턴은 "역설적으로 USKI가 운영하는 북한전문 블로그 38노스는 확실히 온건한 입장이고 반(反) 반북적이며, 친포용주의쪽”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반발을 살 매체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미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

미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

그러면서 “이해할 수 없는 건 청와대가 왜 38노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장인 제니 타운(부소장)을 타겟으로 삼았는가 하는 점”이라며 “그녀의 대북관은 워싱턴의 어느 학자나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갈루치 글의 65%, 제니 타운의 글엔 98% 내용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둘 다 완벽하게 좋은 사람들”이라며 “지금 위험에 처한 건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원칙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재정 투입순위를 선택할 자유가 있지만 등록되지 않은 해외 에이젠트를 통해 자리를 위협하며 정책 비판을 검열하거나 우리 싱크탱크를 선전도구로 바꿀 자유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내 공공정책 토론의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불법”이라며 “갈루치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낼 게 아니라 미국 법무장관에 편지를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외국대행사등록법(FARA)에 따라 등록을 안 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PF)이 미국 싱크탱크인 USKI 인사에 관여한 시도에 대해 법무부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부·기관을 상대로 로비하려는 외국 정부 대리인은 FARA에 따라 법무부에 등록해야 하며 감시ㆍ통제를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KIEP가 1982년 해외 산하기관으로 설립한 한국경제연구소(KEI)는 한국 대행기관으로 등록해 한국 직원 파견도 불가능하다. 대학부속 연구소로 학문적 활동 자유를 보장받는 USKI와 다르다. 한국의 접근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청와대 주장대로 시작이 국회라면 이런 내용이나 USKI에 대해 얼마나 알고 소장ㆍ부소장의 퇴진을 밀어붙였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8월 결산심사 속기록을 보면 당시 USKI 인적 개혁을 주장한 정무위 이학영 예결소위원장은 “KIEP가 사업내역을 내지 않아 정무위 사람들이 USKI가 어떤 조직인지, 미국내 위상이 어떤지 알 수 없다”며 “현지에서 들려온 이야기가 끼리끼리 그냥 십수 년간 운영해서 간다는 입장이 크다”고 말했다. 누군가 얘기로 사달이 시작됐다는 거다. USKI나 38노스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서나 활동 내역을 봤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2015년 USKI는 위안부 다큐멘터리 ‘마지막 눈물’을 공동 제작해 국제인권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이후 미 전역 대학들에 상영하는 활동도 했다.
 
사태가 계속되면 자칫 12년간 200억을 투입한 공공외교 네트워크를 날리는 건 물론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 돈은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볼 가능성이 크다. 해결 방법은 있다. 국회 정무위가 지난해 9월 2018년 USKI 예산을 의결하며 KIEP에 붙인 부대의견(“USKI 조직개편 및 투명성 강화방안 등을 마련해 2018년 3월까지 조치해 결과를 보고하고, 국회는 정기국회에서 USKI 운영성과를 평가해 출연금 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대로 하면된다. 정부가 국회가 이미 의결한 USKI 예산을 SAIS 한국학 지원으로 마음대로 돌릴 게 아니라 그대로 지원하고 국회에서 내년 예산 지원 여부를 결론을 내리면 된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인적청산이 아니라 투명한 예산 시스템과 더 좋은 프로그램 마련을 목표로 했다면 괜찮았겠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이미 불거진 학문 자유에 대한 침해나 절차ㆍ방법 상 문제는 갈루치 이사장이나 USKI 직원들에 깨끗이 사과하면 더욱 좋겠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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