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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의 연단 메시지…판사 사이에 인 ‘김심(金心)’ 논란

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 회의 자리. 각급 법원 대표로 뽑힌 판사 116명이 모였다. 사법부의 여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처음 출범한 법관대표 회의는 4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대법원장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올해 첫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올해 첫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규명) 과정에서 전국의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순간 회의장에 정적이 흘렀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 대법원장 말을 듣고 속으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 인사말 직후 판사 의장단 선거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선거에선 블랙리스트 규명 등을 놓고 입장 차를 보인 인물들이 입후보한 상태였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의 판사들을 감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다.  
 
의장 후보인 최기상(49ㆍ사법연수원 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와 부의장 후보인 최한돈(53ㆍ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공론화하는 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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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반대 진영의 의장 후보로 나선 김태규(51ㆍ28기)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과 관련해 영장 없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등 ‘김명수 사법부’에 비판적 의견을 개진해왔다. 부의장 후보에 올랐던 조한창(53ㆍ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원칙론자로 평가받는다.  
9일 오전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이 참석 법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9일 오전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이 참석 법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진실 규명”을 강조하면서, 특정 후보 진영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다. 판사들 사이에서 일종의 ‘김심(金心ㆍ김 대법원장 마음)’ 논란이 인 셈이다.
 
실제로 한 참석자는 “판사도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고, 일일이 악수까지 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에 출마했던 한 판사는 "대법원장 발언 후 마이크를 잡은 나는 이미 블랙리스트 규명에 반대한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힘이 빠졌다"고 토로했다. 
 
의장이 된 최기상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부의장으로 선출된 최한돈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역임한 단체다.
 
이날 회의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단을 선출한 후, 법관 전보인사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이 밖에 법관의 징계종류에 ‘해임’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헌안에 대한 찬반 논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컴퓨터 저장 매체의 보존을 요청하는 방안 등도 안건으로 다뤄졌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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