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허접한 사람의 객쩍은 소리…그 속에 귀함이 있죠"

6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방진의(왼쪽), 정동환 씨. 이 곳에서 연극 '하이젠버그' 연습을 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6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방진의(왼쪽), 정동환 씨. 이 곳에서 연극 '하이젠버그' 연습을 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허접한 사람들이 만나 객쩍은 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그 속에 귀한 가치가 있어요. 사랑이 그 가치를 보이게 하죠.”
배우 정동환(69)씨가 새로 도전하는 신작 연극 ‘하이젠버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 속의 귀함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란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오는 24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는 2인극 ‘하이젠버그’에 출연한다. 상대역은 뮤지컬 배우 출신 방진의(38)씨. 지난 6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연습실을 찾아가 이들을 만났다. 두 사람이 4주째 하루 여덟 시간씩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 곳이다.  
‘하이젠버그’는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작품이다. 예측 불가능한 인생의 속성을 삶의 매력으로 풀어낸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스의 최신작으로 2015년 미국에서 초연했고, 영국ㆍ캐나다ㆍ헝가리 등에서 공연했다. 아시아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충동적인 40대 미혼모 조지 역을 맡은 방씨는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아름다움을 찾아가며 그냥 ‘지금’을 살아갈 뿐이다. 그 불확실성이 현대 사회의 특징과 닿아있다”고 말했다.
작품 속 두 인물은 모두 고립된 존재다. 외롭고 쓸쓸하게 살았던 이들이 서로를 통해 서서히 변화해간다. 70대 정육점 주인 알렉스를 연기하는 정씨는 “관계와 만남이 사람을 더 귀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조지는 알렉스의 조용한 인내심에서 편안함을 찾고 알렉스는 조지가 발산하는 자유분방한 에너지에 용기를 얻는다. 
연극 '하이젠버그' 연습 중인 정동환(오른쪽)ㆍ방진의 배우. [사진 리앤홍]

연극 '하이젠버그' 연습 중인 정동환(오른쪽)ㆍ방진의 배우. [사진 리앤홍]

두 사람은 모두 이번 연극을 교체 배우 없는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데뷔해 반세기 연기 경력을 이어온 정씨에겐 오랜 세월 고수한 원칙이고, 방씨는 “선생님이 하신다니…” 하며 따라한 일이다. 정씨는 “연극은 꼭 원캐스트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을 하면서 연극을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연극은 경제 논리가 통하지 않는 다른 세계다. 그래야 연극의 존재 가치가 있다. 사람의 가치가 어때야 하는지를 연극이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그는 “연극을 하기로 결정하면 우선 스케줄 정리부터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연습시간은 꼭 맞춘다”고 말했다. “내가 연극은 잘 못해도 스케줄만큼은 잘 지킨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001년 뮤지컬 ‘드라큘라’의 앙상블로 데뷔한 방씨는 2014년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후 4년 만에 원캐스트에 도전한다. 그는 “원캐스트 공연은 연습량이 많을 수밖에 없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기는 연습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극 중 인물의 심리를 이런 저런 방식으로 해석하며 다르게 표현해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두고 정씨는 “고통”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배우는 대본을 받을 때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가’를 고민하는 고통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6일 연습 중간 눈물을 보인 방씨는 “눈물이 나는 순간도 연습 때마다 바뀐다”면서 “똑같은 대사를 해도 그날그날 무게가 다르다. 달라서 더 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매일의 연습 과정에서도 구현되고 있는 걸까. “오늘 내가 느낀 게 많다”는 두 사람의 연습 소감이 묵직하게 울렸다. 공연은 5월 20일까지.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