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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방산업체들이 대만 옛 7함대 주둔항 찾는 까닭

미국과 중국이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만문제가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에 따르면 5월 미국 무기의 대만 수출 창구인 미ㆍ대만국방공업회의가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열린다. 매년 가을 열리던 이 회의가 미국이 아닌 대만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0년 6월 대만 타이베이를 찾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장제스 대만 총통과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구글 이미지]

1960년 6월 대만 타이베이를 찾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장제스 대만 총통과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구글 이미지]

 
가오슝은 1979년 미·중 수교와 함께 대만에 주둔하던 미군이 철수하기 전 미7함대 분대가 주둔했던 해군기지였다. 지난해 개정된 국방수권법에 따라 미 해군 함정의 대만 기항길이 열렸다. 미군 함정이 정박한다면 가오슝이 일순위로 점쳐진다. 
40년 가까이 봉인됐던 대만 카드가 풀리기 시작했다.  
방산협의체인 미ㆍ대만국방공업회의의 이번 안건은 대만군의 잠수함 도입이다.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대만이 자체 건조를 추진하면서 관련 설계도가 제출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군 팽창에 맞춰 대만에 무기를 팔 수 있도록 규정한 대만관계법을 본격 가동한 것이다. 대만에선 구형 F-16 전투기를 대체할 F-15 전투기의 대여나 구매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다. 미 무기체계에 의한 대만군의 현대화가 본격 추진되면 대만 육군에는 미국의 지대함 또는 지대공 미사일도 수출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봉인이 해제된 대만 카드는 중국의 대외전략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핵심 변수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화약고 같은 대만 카드가 활성화되면서 북핵 폐기 문제도 이와 맞물려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500억달러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 1라운드에서 기싸움을 주고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자 중국도 맞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 격돌 어디까지 갈까. 
무역전쟁은 피차 피곤한 일이니 포연이 가라앉을 때쯤 적당한 선에서 타협안을 주고받으며 마무리 될 것으로 국내외 언론은 보고 있다.  
 
문제는 무역전쟁은 본격적인 미·중 대치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미·중의 격돌은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 이래 이어져왔던 미국 패권을 전제로 한 미·중 관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권쟁탈의 시대로 넘어가느냐를 가늠하는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아시아로 회귀와 재균형 정책을 천명한 미국의 의중은 이제 왈가왈부할 단계가 아니다. 거의 실체가 드러났다. 중국을 현상타파를 추구하는 패권 도전자로 규정한 것이다. 이게 중국이 판단하는 미국의 진의이며 이에 따라 중국도 좌고우면 할 것 없이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암초들에 기지를 세우거나 자금력을 동원해 육해상으로 서진 정책을 펴는 것도 이런 판단의 연장선에서 나온 정책 행위다.  
트럼프 대통령이 활성화시킨 대중 압박 카드는 경제와 안보 두 갈래다.  
 
관세폭탄을 안기거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중국 제품의 가격 우위를 불구로 만들거나 지적재산권을 파고들 수 있다. 경제 카드만으로도 무시무시한 파괴력이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파급력은 그 파괴력을 상상 속에서 배가시켜 더 큰 두려움을 안긴다. 
 
안보 카드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과 대만의 족쇄를 풀어주는 외교안보적 접근으로 보아진다.
 
이 두 갈래 카드를 쪼개기 시작하면 무궁무진한 대중 압박 카드가 세포분열 하듯 생겨난다. 우리 관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런 카드가 비핵화 국면 특히 북핵 폐기 협상 국면에서 어떤 작용을 할 것 인지이다.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의 기습 방중으로 기사회생했다. 북ㆍ중 관계 정상화와 함께 단숨에 남ㆍ북ㆍ미가 벌이는 큰 판에 뛰어들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이 팽팽한 수 싸움으로 요동칠 경우를 대비해 뒤를 받쳐줄 시진핑의 존재감을 확인해놨다는 점에서 든든한 보험을 들어놓은 셈이다. 
북ㆍ미 회담이라는 큰 판을 앞두고 북ㆍ중 쌍방이 취약점을 보강한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연회에서 중국 예술인들의 공연이 끝난 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시 주석이 흐믓한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고 김 위원장은 쑥쓰러운 듯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달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연회에서 중국 예술인들의 공연이 끝난 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시 주석이 흐믓한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고 김 위원장은 쑥쓰러운 듯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시진핑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는 중국 없이는 안된다’는 공식을 트럼프에게 각인시켰다고 만족해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북핵 폐기를 비롯한 북ㆍ미 관계 정상화가 북ㆍ미간에 이뤄질 일처럼 보이지만 지정학도 그렇고 경제적 영향력 차원에서도 언제가 됐든 중국은 끼어들 게 돼 있다는 측면에서 중국의 존재감과 한반도 북부에 대한 사활적 이해관계를 미국에 각인시킨 것까진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문제는 북한과 중국 관계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이번 북ㆍ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진핑은 트럼프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부담이 커졌다.  
 
유엔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기 전까지 중국이 내세운 대북 제재 무용론의 논리는 이랬다.  
 
① 북한은 외부의 제재를 견뎌낼 수 있는 강한 내성이 있다.
② 북한은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  
③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실체가 없다.
 
변곡점은 지난해 9월 트럼프 행정부가 세컨더리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ㆍ금융기관ㆍ개인 제재)카드를 흔들면서부터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수위가 높아지자 중국의 동참을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강도가 커졌다. 결국 중국도 적극 제재에 들어갔다. 조련사가 채찍을 들기 시작하니 요리조리 핑계 대던 판다가 뛰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몰아붙이면 김정은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게 된 상황이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미ㆍ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를 해결해보라고 시진핑에게 용역을 줬던 트럼프. 보여주기식 대북제재로 중국이 시간을 끌자 트럼프가 나서 전면 제재 전략을 단계별로 높여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4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북핵 해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사진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4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북핵 해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사진 중앙포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북ㆍ중이 기습적으로 만나 관계의 실체를 드러낸 것은 이런 상황 해석이 적중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북ㆍ미간 비핵화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양보 없이 팽팽하다. 미국은 곧바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하겠다고 맞선다. 중국은 쌍중단(북한의 핵실험ㆍ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주장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진면목이 드러난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중재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북·중관계 다 드러난 마당에 중국이 책임지고 완전한 비핵화를 매듭지으라’고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의 협상 전략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1987년 11월 펴낸 『거래의 기술』이 승부사 트럼프의 머릿 속을 읽는 바이블처럼 인용되고 있다. 협상이 다 그렇지만 카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마련이다. 
 
트럼프 협상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유리한 고지에서 다양한 카드로 밀고 당기면서 결국은 이기는 협상의 기술이다.  
 
트럼프 손에 든 카드는 관세폭탄ㆍ대만과 남중국해 뿐이 아니다. 대선 선거운동 때는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까지 흘렸다. 이런 카드들을 지렛대 삼아 상대보다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협상술이다.  
 
트럼프는 경제와 안보 카드를 모두 활성화시켰다. 지난 40년간 양국간 금단의 영역처럼 여겨졌던 대만 문제도 봉인을 떼버렸다. 대만 문제는 사화산이 아니라 지표 밑에 마그마가 끓고 있는 휴화산이었다는 점을 중국에 환기시킨 것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대만 카드는 바다에서 중국의 서진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시선을 당장의 현실로 돌리면 트럼프의 협상 카드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미ㆍ중 대치 국면이다. 
 
어떤 게 미끼이고 어떤 게 물고기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카드들이 앞뒤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만 카드는 북핵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끼워넣은 시진핑으로선 이 사상을 채워넣을 그럴듯한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6~7% 중고속 성장률로 조정된 경제는 더이상 장미빛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정치적으로도 일당 독재 시스템 아래 일인 독주체제로 정비했기 때문에 보여줄 혁신이 마땅치 않다. 중화민족 부흥이란 달달한 비전을 내건 시진핑. 민족부흥과 대만 통일은 화려한 앙상블을 이룬다.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사진. 멀리 동중국해와 한반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사진 셔터스톡]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사진. 멀리 동중국해와 한반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사진 셔터스톡]

 
시진핑 사상은 민족주의로 채우려 할 것이며 대만 통일을 복선으로 깔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35 황제의 길』,유상철)
 
트럼프는 시진핑의 아킬레스건이 대만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협상이든 거래든 일단 이기고 봐야 하는 승부사 트럼프가 대만 카드를 그냥 놔둘리 없지 않은가.    
 대북 제재 이완 차단하는 팔색조 대만 카드 
외교 소식통은 8일 “일련의 카드들이 일사불란한 사고체계 속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중국 당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미국이 그리는 큰 그림 속에서 무역전쟁ㆍ남중국해ㆍ대만ㆍ핵도미노 등 각각의 카드가 목적인지 수단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카드를 활성화시킨 트럼프.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하는 데 노림수가 있겠지만 부수적으로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을 고심할 경우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팔색조이며 다목적 카드다.  
 
북ㆍ미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관은 “북미 협상이 본격화 국면에 접어들 때 중국의 이해 관여를 차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카드를 더욱 활성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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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