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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따위 생각 안 해요"…1.88%, 적금만도 못한 퇴직연금

[퇴직연금 어쩌나] 
“운용 지시요? 해본 적 없는데요. 지난해 수익률이요? 얼마인지 몰라요.”
 
중소기업에서 퇴직연금을 담당하는 지원팀 소속 주임 A씨에게 퇴직연금 운용 실적에 대해 묻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A씨 회사는 기업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에 가입해있다. 급여 업무를 맡고 있는 A 주임은 몇 달 전부터 퇴직연금 운용까지 맡게 됐다.  
 
하지만 ‘적립금을 얼마나 잘 굴려서 수익을 낼까’는 그의 고민사항이 아니다. 혹시 수익률을 좀더 높이기 위해 적립금 중 일부라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그건 힘들다”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원금 손실이 나면 기업이 책임져야 하잖아요. 회사 분위기 자체가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아요.”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 수익률은 기업 담당자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지난달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퇴직연금 운영지원 교육에 참석한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담당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연 1.88%. 저조한 수익률엔 다 이유가 있었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주거래은행인 까닭은
“수익률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중소 제조업체에서 인사·재무를 담당하는 B차장은 아예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나라에서 (퇴직연금 도입을) 하라고 해서 도입했을 뿐”이라며 “은행과의 업무 관계도 많아지고 세법처리도 달라져서 (업무 상)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기업이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를 선정하는 기준도 수익률과는 거리가 멀었다. B차장은 어떤 기준으로 금융회사를 선택했냐고 묻자 “대출 이자율을 우대해준다고 해서 주거래은행 1곳과 계약을 맺었다”며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근로자의 노후 자산을 얼마나 잘 불려주느냐가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얼마나 유리한지를 잣대로 금융회사를 결정한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퇴직연금을 새롭게 도입하려는 신생 기업의 경영관리 담당 대리인 C씨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C씨는 “아직 확정급여형(DB)으로 할지, 확정기여형(DC)으로 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금융회사는 보험사가 될 것이 확정적”이라며 “회사에 투자하려는 고객사가 보험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담당자의 주업무 아니야  
기업이 관심 없으니 퇴직연금 담당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중소기업의 관리팀장인 D씨는 “순환보직이라 퇴직연금 업무 담당자가 계속 바뀐다”며 “운용은 금융회사가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인사업무가 주이고, 퇴직연금은 그다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무관심과 전문성 부족으로 퇴직연금 적립액의 91.6%는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된다.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위험을 감수할 의지도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특히 기업이 운용하는 DB형의 경우 근로자의 노후 종잣돈을 까먹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실상 원금보장형에 ‘몰빵’(94.6%)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스피가 21.76% 상승한 지난해에도 퇴직연금 수익률(1.88%)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1.65%)을 살짝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협약임금인상률 3.6%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5년(2013~2017년) 수익률은 평균 2.39%로 2013년에 5년 만기 정기예금(평균 금리 3.2%)에 든 것만도 못하다. 금리가 낮은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주로 운용되는 데다, 수익률과 상관없이 0.4~0.5%의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검토 중 
이러한 원금보장형 위주의 운용 틀을 깨려면 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B형 퇴직연금 운용을 위한 투자위원회의 사내 설치를 제안한다. 그는 “지금도 각 회사에 퇴직연금 운용 담당이 있긴 하지만 혼자만의 판단으로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모든 책임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지 않는다”며 “노사가 직접 참여하는 위원회가 투자 결정을 한다면 좀더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퇴직연금

 
이승용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현재 고용노동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팀장은 “퇴직연금 운용을 담당하는 별도 법인을 만드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노사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적극적으로 운용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에 금융회사에 주던 ‘운용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수익률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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