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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삼성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 공개 논란, 왜?

삼성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공장 내 유해물질을 측정한 보고서 공개를 두고 논란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 반도체ㆍ스마트폰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잇따라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삼성이 최근 공개 중지를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해당 보고서들이 일반에 공개되면 삼성이 30년간 쌓은 반도체 공정 노하우를 중국에 고스란히 넘겨주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공개 대상은 간략한 공장 도면, 측정 대상인 유해인자의 목록과 측정 위치 및 측정 결과, 생산 라인별 근로자 수, 라인ㆍ공정 이름 등이다.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는 고용노동부가 화학제품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주요 사업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작업환경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조사 대상 유해인자 목록이 정해져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런 정보들이 외부에 알려지면 공정별 면적이나 설비 배치, 공정에 쓰는 화학 제품명 등을 유추할 수 있어 영업기밀이 유출된다고 우려한다. 반도체 전문가들도 삼성전자가 전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은 지난 6일 삼성전자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 데이' 행사장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의 20년, 30년 노하우가 들어있는 보고서를 공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나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 등은 “법원 판결에서 이미 '보고서 내용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 아니며, 경영ㆍ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개 대상이 된 정보의 산업적 가치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4년 만에 뒤집힌 판결, 줄 잇는 정보공개 청구
시작은 지난 2월 1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이다. 대전고등법원은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대해 “삼성전자 아산캠퍼스(온양공장)의 2007~2014년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공장에서 근로했던 이 모 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후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이었다. 2014년 1심에선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 대전지방고용청 천안지청이 승소했다. 반면 대전고법은 공개될 정보에 대해 "경영·영업상 기밀이 아니다"고 봤다.
지난달 28일 오전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삼성 중국반도체 메모리 제2 라인 기공식'에서 삼성전자 김기남 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삼성 중국반도체 메모리 제2 라인 기공식'에서 삼성전자 김기남 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년 만에 뒤집힌 이 판결을 계기로 삼성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의 고용노동부 지방청에는 관련 정보공개 청구가 줄을 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 공장(3월 18일)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구미 공장(3월 19일), 세계 최대 반도체생산 라인이 위치한 평택공장을 비롯해 기흥ㆍ화성 공장(3월 20일)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요청이었다. 
 
삼성전자는 기흥ㆍ화성ㆍ평택공장이 정보공개 청구 대상에 오르자 즉각 행정 소송을 냈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중지 신청도 냈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한 온양공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의 보고서까지, 삼성전자 직업병 모임 관련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고용부가 공개하려 하자 나온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흥ㆍ화성ㆍ평택 공장은 삼성의 미래 반도체 핵심 기술이 집약된 곳이라 더 민감한 정보가 많은데 무방비로 노출될 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은 세계 최초의 64단 3차원(3D) 낸드플래시가 생산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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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반도체업계에선 해당 보고서가 공개되면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유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대현 상무는 “공정 관리 방법에 따라 수율이 달라질 만큼 반도체는 민감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도 “중국의 추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번 보고서 논란이) 삼성전자만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파급 효과를 우려했다. 김정호 카이스트(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근로자 작업 환경을 위한 보호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핵심 공정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이 유일하게 세계에서 1등을 유지하고 있는 산업이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라며 “인공지능(AI) 산업이 뜨고 거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 못지않게 다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덕균 교수도 “워낙 중국이 치열하게 쫓아오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공정 정보는 아무리 미미한 것도 공개하지 않는 게 이쪽 산업계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에 따라 국가 핵심 산업으로 보호받고 있다. 
 
“중국에 기술 유출 우려" vs “보고서 내용은 영업기밀 아냐”  
정보 공개 청구를 주도하고 있는 반올림 측과 정보를 공개하기로 한 고용노동부는 의견이 다르다. 이들은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내용은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사전에 측정 대상으로 명시된 유해인자는 수많은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 이름일 뿐 공정에 쓰이는 구체적인 제품명이 아니다"며 "삼성전자의 공장에 어떤 유해인자가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근로자뿐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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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도 지난 5일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보고서 공개가 마치 기업의 경영ㆍ영업상 비밀이 무방비로 유출되리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보고서는 근로자 보건관리에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또 법원 판결들을 근거로 “법원은 경영ㆍ영업상의 비밀이라도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건강 보호를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고용부 산재예방보상 정책국장에 임명된 박영만 변호사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소송을 맡았던 이력과 이번 결정이 무관하다고도 밝혔다.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는 산업재해 관련 소송에서 근로자의 질환과 작업환경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자료로 쓰인다. 백혈병ㆍ뇌종양ㆍ다발성경화증 등 희귀질환에 걸린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이 보고서 정보를 요청해 왔다. 이 때문에 정보공개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처럼 누구나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보고서를 다 공개해주는 방식은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일 고용부는 법원 판결과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따라 이해관계를 불문하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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