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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방배초 인질사건과 학부모의 ‘갑질 의식’

문병주 사회 부데스크

문병주 사회 부데스크

한두 번이 아니다. 주말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아내의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아내는 “안 받으면 큰일 난다”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하루는 수차례, 밤 11시까지 진행된 통화 내용을 듣고 기분이 엉망이 됐다. 아내가 담당하는 아이들끼리 싸움이 있었던 걸 가지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주말까지 일일이 그런 전화를 받아야 하느냐”는 말에 아내는 “어쩌란 말이냐. 학부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다고 난리다”고 했다. 아내에게 ‘큰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참 고생 많다”는 말로 상황은 종료됐다. 주말 저녁이 망가졌다.
 
지난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학생 인질사건이 발생했다. 교장·교감의 방만이니, 학교보안관의 잘못이니 이런저런 말이 많다. 기자들의 취재가 진행되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수업 중 교내에 들어오는 외부인의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학교보안관 상당수가 “신분증 확인도 제대로 못 한다”고 했다. “‘신분증이 없다며 못 들어가게 한다’고 교육청에 항의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학교에서도 신분증을 제출받지 말고 그냥 들여보내라고 한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행패를 부리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학교보안관 제도는 2011년 1학기부터 공식 시행됐다. 교내에 무단 침입하는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성범죄나 학교 내 폭행 사고 등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규정에 따르면 학교보안관은 학교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출받고, 방문 목적 등을 기록하게 한 뒤 출입증을 발급해 주어야 한다. 현장 취재 결과 열에 하나만 이 규정에 충실했다.
 
회상해 보니 쉬는 날 둘째 아이 하굣길에 학교에 들어가면서 “누구세요?”라는 학교보안관에게 눈살을 찌푸리고 “아이 데리러 왔어요”라며 교문을 쑥 통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묻는 사람이 교장이나 교감이었다면 그랬을까. 무의식 속에 꿈틀대는 ‘갑질 의식’이 작용한 건 아니었을까.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갑질’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유달리 무시당하는 느낌에 예민하다”고 설명한다. 주말 밤늦게 학교에서의 애들 다툼을 전해 듣고 자기 분을 못 이겨 교사에게 화풀이하는 전화를 하는 학부모도 이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방배초 인질사건의 책임을 누가 가장 크게 질지는 아직 모른다. 교장이나 교감, 학교보안관을 질책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도 각오를 다시 다질 기회인 것만은 확실하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학교보안관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말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 내 안전은 더 보장될 것이다. 아내도 주말다운 주말을 돌려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문병주 사회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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