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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부의 삼성전자 영업비밀 공개 결정은 무리수다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결정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근로자의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서라지만 ‘반도체 코리아’의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고용부는 최근 충남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공장과 경기도 기흥·화성·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결정했다. 백혈병 사망 근로자의 유족이 산업재해 피해 입증에 필요하다면서 요청하자 고용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즉각 행정심판을 청구해 공개가 보류됐지만 영업비밀 노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는 고용부가 작업장의 안전과 보건 점검을 위해 6개월마다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살핀 결과가 담겨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경우 대형 웨이퍼가 투입돼 손톱만 한 크기의 반도체 칩이 생산되기까지 500개에 달하는 공정을 거치게 되며, 이에 따른 작업환경이 모두 기록된다. 하지만 이 공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기본 공정은 어느 회사나 똑같지만 어떻게 장비를 배치하고 어떤 화학약품을 쓰는지에 따라 제품의 수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에서 “삼성은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인 만큼 정부가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는 일에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용부가 보고서 공개를 결정한 것은 올 2월 대전고등법원 소송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숨지자 유족이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보고서 공개 소송이 발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기업 비밀이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고용부가 산재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요청에도 잇따라 보고서 공개를 허용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삼성이 지난달 2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 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이 배경이 됐다. 행정심판위원회가 “자칫 해당 정보가 공개돼 행정심판에서 다툴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며 정지 신청을 수용해 보고서 공개는 보류돼 있지만 고용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정부를 믿고 작업환경 점검을 받아 온 삼성으로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총력을 다해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2~3년으로 좁혀졌다. 중국은 올 연말부터 반도체 생산을 시작해 2025년에는 자국산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삼성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6일 “우리의 20~30년 노하우가 들어 있는 영업기밀”이라며 “보고서를 공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가 산재를 당했다면 원인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존립이 걸린 영업비밀까지 까발리려는 것은 사업장 현실을 모르는 고용부의 무지에서 출발한 무리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전쟁의 시대에 기업의 영업비밀은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 고용부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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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