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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태움, 병원의 구조적 문제다

조한대 사회부 기자

조한대 사회부 기자

간호사들 중에서 ‘태움’(선배가 신입을 괴롭히며 가르치는 문화)을 당해봤다는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후배를 태웠다고 털어놓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어렵사리 수소문한 끝에 5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최근 그만둔 A씨(29)와 4년차 현직 간호사 B씨(26)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취조하듯 신입 간호사의 ‘복습노트’를 검사하다 집어 던졌다. “너랑 일하느니 내가 그만두겠다”고 매몰차게 말했다. B씨는 실수를 한 신입에게 “도대체 왜 이렇게 했어. 왜, 왜”라며 집요하게 몰아붙였다고 한다. 업무 인계장이 뜬 모니터 화면을 볼펜으로 치면서 타박을 주기도 했다.
 
이들의 태움 가해 경험담을 담은 기사가 5일자(‘나도 모르게 타박 주고 호통…인격파괴된 내가 싫었다’)로 나가자 비난 댓글이 수백여 개 달렸다.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거나 인터뷰이(간호사)의 인격을 탓하는 내용이 주였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네티즌들의 지적대로 이들의 행동은 잘못됐다. 당사자들도 그걸 안다. A씨는 자신이 태웠던 간호사에게 사과를 하고 지난해 병원을 떠났다. 그 후로도 심리치료를 여덟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런다고 태움 행위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상처가 크다 해도 태움을 당한 신입들의 고통에 비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선배 간호사들이 인성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이미 국내 대형 병원들에 만연돼 있는 게 현실이라서다.
 
신입 간호사들은 선배에게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이기 때문에 선배는 교육에 엄격할 수밖에 없다. 이 엄격함이 지나쳐 폭언이나 가혹행위로 이어지면 태움이 된다. 취재를 하며 만난 간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태움의 원인으로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 송명환 대한간호협회 정책국장도 “태움은 국내 병원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생겨났다”며 “병원이 시설과 장비만 늘려 고수익을 창출하려는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움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씻어내는 실마리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달 2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두고 터져나온 현장 간호사들의 외침이 귓가를 때린다. “대책이 권고에 머물러선 안 돼요.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병원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조한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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