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로또 아파트, 누가 만들었나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김종윤 경제부장

김종윤 경제부장

기업이 소비자에게 어떤 상품을 팔려면 먼저 만들어야 한다. 계획을 짜고, 자재를 구입하고, 직원을 동원하거나 기계를 돌려 생산해야 한다. 완성된 제품만이 시장에 나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아파트도 다른 공산품과 다를 바 없는 재화다. 그런데 판매 방식은 다르다. 집을 짓지도 않고 미리 판다. 소비자는 건설사의 계획만 보고 계약을 한다. 분양가(계약금, 중도금 등)도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선뜻 내준다. 선분양 제도다. 건설사가 자기 돈 없어도 미리 받은 분양가로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선분양 제도가 도입된 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만성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치자이 개포’는 선분양제의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이 단지의 일반 분양 물량 중 가장 작은 전용 63㎡형 분양가도 9억원을 넘는다. 무주택 청약자에게 돌아가는 몫인데도 그렇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다는 건 집단 대출이 안 된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대출 보증을 서지 않는다. 이는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못 받는다는 뜻이다. 당첨자는 계약금, 중도금 등을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마련해야 한다. 84㎡형을 분양받으려면 대략 10억원 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1순위에 3만 명 넘게 청약 인파가 쇄도한 건 주변 시세와의 차이 때문이다. 84㎡형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보다 3억~4억원 싸다. 강남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시세 차익이 보장된 무위험 투자다. 투기 심리가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것도 HUG의 정책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HUG의 분양 보증이 있어야 사업을 승인한다. HUG가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게 ‘해당 지역 1년 이내 분양가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분양가를 규제하는 건 싼값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현재 강남처럼 아파트 가격이 뛰면서 분양물량이 잇따라 나오는 지역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분양가를 1년 이내 가격으로 통제하면 시세 차익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주변 시세를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주변 시세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 왜곡은 양극화를 심화한다. 분양가를 규제하면 당첨자가 시세 차익을 다 가져간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강남 아파트 분양가를 서민이 대출 없이 마련하기 쉽지 않다. 돈은 있지만 굳이 내 집이 필요 없었던 현금 부자 또는 부모로부터 상속·증여 받은 금수저가 시세 차익을 독식하는 이유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분양가 규제가 서민에게 좌절만 안긴 셈이다.
 
후분양 의무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일부 도입됐다. 건설 기간 동안 금융비용 등이 반영돼 최종 분양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생겼다.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업체는 감당하기 힘들어 주택 공급이 줄 수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후분양 의무제는 폐지됐다. 현재는 건설회사가 선분양이나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초기 자본이 안 드는 선분양제를 택한다.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110%를 넘었다. 서울과 수도권이 문제지만 이 또한 시간문제다. 선분양제는 주택 공급이 부족했을 때 유용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사와 주택조합은 완공 아파트를 시세에 맞춰 시장에 내놓게 된다. 투기도 사라진다. 중간에 건설사가 파산해도 그건 건설사만의 문제다. 분양 보증을 앞세운 정부가 분양가 등 가격에 개입할 여지도 준다. 
 
소비자는 시장에서 제품을 보고 비교하면서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라고 예외는 아니다. 공공택지부터 후분양제를 확대해야한다. 민간택지에도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로또 아파트’, 이제 없어져야 한다.
 
김종윤 경제부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