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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서 경제지원 약속 땐 북·미 회담에 악영향”

북핵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⑤ │ 야부나카 전 일본 6자회담 대표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70)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달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는 실질적인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 비핵화를 논의할 북·미 정상회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회담은 양측 간 관계개선을 논의하는 장이기도 하지만 북·미 대화로 가는 ‘다리’로서의 성격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만으로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시절인 2003년 8월 시작된 북핵 6자회담의 초대 일본 수석대표를 맡았다. 2004년 3차 회담까지 수석대표를 지낸 뒤 외무심의관을 거쳐 사무차관까지 역임했다. 인터뷰는 야부나카 전 차관의 도쿄 사무실에서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갑자기 대화 쪽으로 움직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책 전환에 능하다는 인상이다. 전략을 갖고 움직이는 듯하다. 대화에 나선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로 분석된다. 대북제재가 먹히니까 곤혹스러워서라는 분석, 또 핵과 미사일에 대해 이미 (실험 등) 할 것은 상당 부분 다 해서 자신이 있기 때문에 대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월을 앞두고 큰 정책 전환, 새로운 국가 전략을 정한 듯하다.”
 
김정은의 언행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작은 실랑이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놀랐다. 한국 특사단과의 대화에서 ‘얼마 동안은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거나 ‘한·미 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했다. 과거엔 ‘미사일을 안 쏠 테니 뭔가를 좀 달라’며 ‘행동 대 행동’ ‘말 대 말’을 요구했다. 김정은은 대담한 자세를 보이더라. 무대를 크게 한번 바꿔보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핵심은 ‘비핵화’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 ‘비핵화’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은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말할까.
“김정은과 그의 주변 사람들은 트럼프에게 ‘비핵화’를 말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제대로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 회담이 결렬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렬되면 군사 공격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북·미 회담의 관건은.
“일단 비핵화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과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도 비핵화에 포함시켰다. ‘평화조약을 체결하면 군대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였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문제 해결까지는) 엄청나게 시간이 더 걸리지 않겠는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에서 ‘폐기’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이란은 20% 농축 우라늄만 갖고 있었는데도 오랫동안 어려운 협상을 했다. 핵을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하고 폐기를 검증하는 아주 멀고 어려운 작업이다.”
 
비핵화는 어차피 단계적일 수밖에 없나.
“그렇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진전시키는 게 좋다. 제재 완화는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뒤 해야 한다. 몇 번이고 몇 단계를 거쳐도 좋다. 아마도 (김정은이)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을 더 이상 발사하지 않겠다’거나 ‘핵실험을 더는 안 한다’는 선까지는 나올 것으로 본다.”
 
일괄타결을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북한의 핵을 전부 없애는 게, 예를 들어 한 달 만에 되겠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일괄타결을 말하는 사람도 종국적인 문제 해결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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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이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북·미 회담에서 이 정도는 꼭 해야 한다’고 얼마나 압박할 수 있을까. 남북 정상회담은 이산가족 문제 등 양측의 전반적인 관계개선의 측면도 있고, 북·미 대화로 가는 ‘다리’로서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할 때도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할 때는 신경 써서 조심해야 한다. 너무 멋진 걸 하려고 (욕심을 내거나) 하면 오히려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북한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핵물질과 핵무기의 신고 단계부터 제대로 된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도 북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다. 북한과 미국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 않다. 결국은 6자회담의 형태로 가는 게 자연스럽다. IAEA가 추가되는 정도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납치 문제도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를 결단해 새로운 국가 건설을 한다고 하면 (다른 나라로부터의) 경제 지원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때 일본이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확실히 알게 해야 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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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