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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맘에 안 들면 협상장 박차는 스타일

존 볼턴. [AFP=연합뉴스]

존 볼턴. [AFP=연합뉴스]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현지시간)부터 업무에 착수한다. 대북 강경파로 널리 알려진 볼턴은 5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총괄할 핵심 인물 중 하나다. 그간 공화당 행정부에서 꾸준히 중용됐던 볼턴이 외교안보 관련 업무에 본격적으로 관여한 것은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을 맡으면서다(2001~2005년).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해상 차단의 기본 개념을 제공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마련하는 데(2005년)도 큰 역할을 했다.
 
그와 직접 업무를 같이해 본 이들은 볼턴이 북한에만 강경한 매파라기보다는 ‘미국식 일방주의’에 대해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고 말한다. 특히 볼턴이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으로 임명된 직후인 2001년 11월 19일 제네바에서 열린 생물무기협약(BWC) 5차 평가회의에서 한 연설이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고 군축 분야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BWC는 생물무기의 사용 및 확산을 막기 위해 1972년 체결됐다. 2001년 평가회의에서는 BWC의 144개 서명국 대표들이 모여 각국의 생물무기 검증을 위한 강제이행의정서 초안을 승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볼턴은 “지금 초안은 ‘없는 것보다는 낫다’ 정도의 수준”이라며 “미국은 BWC를 위반하는 깡패 국가들(rogue states)이 생물무기를 개발 및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또 BWC를 위반하는 국가들에 대한 처벌 조항이 약하다고 비판하며 북한 등 6개국을 생물무기 개발국으로 공개 지목했다.
 
그러면서 “가입국이 BWC 위반을 형사처벌하게 국내법을 정비하도록 초안을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이 중재에 나서도 미국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80년 이후 BWC 평가회의에서 최종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회의에 상정된 강제이행의정서 초안은 BWC 가입국들이 7년간의 협상 끝에 도출한 결과물이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볼턴이 처음 협상장에 나타나 한 말이 ‘이거 마음에 안 드는데’였고 그러고선 미국은 하지 않겠다고 하고 나가버렸다”며 “여러 국가가 비난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고 전했다. 관련 협상을 관할했던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도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때 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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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 및 안보 분야의 한 전문가는 “볼턴은 기본적으로 다자간 협의를 통한 해결이나 합의에 의한 검증은 너무 약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동맹이나 우방에 악영향을 주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집중하는 협상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전격 기용한 것은 자신이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식 외교의 선봉장을 맡길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미국이 북핵 협상에서도 이런 ‘아메리카 퍼스트’ 논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미래의 핵 개발 동결 정도에서 목표선이 정해진다면 이는 미국만의 성공일 뿐”이라며 “한·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북핵 로드맵 조율을 위해 미국을 설득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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