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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왜 혼자 오버야” 방관자들 공격이 최악의 2차 피해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여성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6일 국회 앞에서 ‘10차 헌법 개정과 성평등·남녀동수 개헌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여성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6일 국회 앞에서 ‘10차 헌법 개정과 성평등·남녀동수 개헌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쟤는 왜 아직도 혼자 오버야…” 최근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회사원 A씨 뒤에서 같은 회사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앞서 A씨는 회사에 상사의 가해 사실을 알렸고 사측은 일부 추행 사실을 확인해 해당 상사에게 경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사측 결정에 A씨는 “징계가 너무 약하다”고 항의했다. 그는 상사의 성폭력으로 공황장애까지 온 상태였다. 이런 A씨를 동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가해자가 징계까지 받았는데 뭘 더 어쩌라는 거야?”라는 반응이 들려올 때마다 A씨의 고통은 가중됐다.
 
조직 내에서 퍼지는 ‘카더라 통신’, 인사상 불이익, 따돌림 등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2차 가해는 종류가 다양하다.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당사자의 고통은 크지만 눈에 보이는 가해의 물증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의 공론화를 꺼리는 첫번째 이유는 ‘2차 피해’였다. ‘미투’(MeToo) 운동으로 사람들은 연대의 힘을 체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맞닥뜨리는 2차 피해의 현실은 여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오매(38)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7일 서울 경의선 숲길에서 열린 미투 운동 지지 집회에서 “미투 이후 공연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하는 바람에 이윤택 극단의 피해자 중 연극 공연을 못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며 “2차 피해를 막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싸움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꾸린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에는 현재까지 25건의 사건이 접수됐다. 대다수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이다. 20년 전(1998년)에 벌어진 건도 있다.
 
서울해바라기센터 운영위원인 홍창진 수원교구 신부는 “해바라기 센터의 1년 간 성폭력 상담 건수가 1000건 이상이지만 상담이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0건 중 1~2건에 불과할 정도로 피해자가 용기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조형석 특별조사단장은 “가해자 대부분이 조직 내에서 절대 권력을 쥐고 있어 피해자들은 그 영향력에 벗어났을 때에야 입을 연다”며 “2차 피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별도의 장치가 마련돼 ‘현재진행형’인 피해자들에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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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2차 가해의 유형은 조직 내 방관자였던 사람들의 공격이다. 홍창진 신부는 “대학교수가 성폭력 가해자인 사건의 재판에서 남학생들이 오히려 피해 여학생을 향해 ‘나도 쟤하고 잔 적이 있다’ 등의 증언을 한 기록이 있다”며 “비슷한 사례의 재판 기록들이 꽤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작가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 여성은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에게조차 “그 사람(가해자)이 다 너 예뻐해서 그런 거다” “우리 업계 굶어죽이려는 거냐” “너 때문에 우리까지 가해자 취급을 당한다” 등의 비난을 들었다고 한다.
 
홍콩성폭력상담소는 3년 전부터 ‘행동하는 주변인’ 캠페인을 통해 성폭력에 방관하는 제3자 또한 가해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피해자가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조직 구성원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적 행동’을 고립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며 “그렇게 방관자 없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고 말했다. 
 
홍상지·여성국·김정연 기자 hongsam@joongang.co.kr
 
<중앙일보·국가인권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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