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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언론동맹이 이겼다 … 미국인 77% "주류언론 가짜"

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트윗·폭스뉴스·SBG 동맹의 힘
 
“난 그들을 소설가라고 부른다. 그들은 취재원을 거짓으로 만들어낸다. 그들은 너무나 나쁘고, 너무 가짜며, 너무 지어낸다.(It’s so bad, so fake and so made-u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WABC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취재하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류 미디어와 전쟁은 점점 거세지고, 또 집요해지고 있다. 전국 지상파 TV 네트워크 CBS·NBC·ABC, 케이블 뉴스채널인 CNN 그리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에 대한 공격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대 무기는 팔로워 5000만 트위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트럼프의 무기는 1인 미디어인 개인 트위터(@realDonaldTrump)다. 팔로워수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 실시간 전파력으로만 따지면 지난해 미국의 지상파 및 케이블 전국방송 상위 22개사의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 수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지난해 1위인 CBS가 799만명, CNN은 106만명에 불과하다.
 
트럼프 트윗의 위력은 “아마존이 우체국을 ‘배달 소년’으로 활용해 미국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공격해 며칠새 시가총액 600억 달러(65조 원)을 사라지게 한 걸로 입증됐다. WP가 끈질기게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를 이어가자 WP의 소유주인 제프 베저스가 최고경영자(CEO)인 아마존 때리기를 통해 간접 보복을 한 것이다.
 
트럼프의 언론사 모기업 때리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반(反)트럼프’로 낙인찍힌 CNN의 모기업 타임워너를 상대로 법무부가 “반(反)독점법에 따라 AT&T와 합병하려면 CNN을 별도 매각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또 10월엔 NBC의 모기업 컴캐스트에 “가짜뉴스 NBC의 연방통신위원회(FCC) 방송면허 갱신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미디어의 전쟁에 정부기관과 규제를 총동원한 방식은 악명높았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닉슨은 FCC의 개별방송 재인가 권한은 물론 국세청, 법무부를 총동원한 위협을 가해 방송뉴 스에서 베트남전 반대 시위 보도를 사라지게 했다.
 
닉슨과 달리 동맹 만들어 대리전쟁 
  
트럼프가 닉슨보다 영리한 건 혼자 싸우지 않고 동맹을 만들어 대리전을 치르게 한다는 점이다. 최근엔 대선의 1등 공신인 폭스뉴스외에 새로운 동맹이 생겼다. 미 전역에 193개 지방 방송국, 614개 채널을 보유한 지역 민방 공룡인 싱클레어방송그룹(SBG)이다. SBG는 지난달 말 모든 뉴스채널 앵커들이 똑같은 문장의 원고를 읽는 선전영상을 촬영해 내보냈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뉴스 보도의 경향을 우려한다. 일부 언론은 개인적 편향과 의제를 밀어붙이고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는 데 이는 민주주의에 극히 위험하다”는 내용으로 주류 미디어를 겨냥한 비판이었다.
 
데이비드 스미스 SBG 회장은 한술 더 떠 “종이 매체들은 너무 좌익이며 의미없는 글을 통해 왜 그 산업이 사라져 가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며 “진정한 목적도 신뢰성도 없다”고 공격했다.
 
SBG가 트럼프 미디어로 적극 변신한 이유는 42개 방송국을 소유한 트리뷴 미디어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뉴스의 앵커 진용은 ‘제2의 백악관’으로 불릴 만큼 비공식 참모 역할까지 한다. 폭스가 보도하면 트럼프는 트윗이나 정책을 발표하고 다시 폭스가 칭찬하는 식의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지난 1일 일요일 폭스&프랜즈가 “일군의 중미 난민 행렬이 멕시코를 통해 미 국경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상황이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난민 행렬이 다가오고 있다”며 의회에 강력한 이민법 통과를 촉구했다. 결국 4일 매년 연례행사처럼 있어온 난민 행진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한뒤 연방 방위군을 투입하는 행정각서에 서명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이후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횟수는 20번이 넘는다. 반면 자신에 비판적인 CNN과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메르세데스 슐랩 전략커뮤니케이션 국장,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토니 사예그 재무부 대변인이 폭스뉴스 출신이다. 현직 앵커인 지닌 피로, 숀 해너티, 로라 잉그러햄도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비공식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모기업인 21세기 폭스 루퍼트 머독 회장과도 매주 최소 한 차례 이상 통화하는 사이다.
 
폭스뉴스 앵커들 '제2 백악관' 불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 공세는 최소한 주류 언론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몬머스대학이 지난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31% 응답자는 “전통적인 주요 TV와 신문이 자주 가짜 뉴스를 보도한다”고 응답했고, 46%는 “가끔 그런다”고 답했다. 미 국민 77%가 주류 언론이 가짜 뉴스를 보도한다고 믿는 셈이다.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도 바뀌었다. 응답자의 65%는 가짜 뉴스의 개념이 어떤 뉴스를 보도할지 선택하는 편집권한에도 적용된다고 답했다. 팩트가 명백히 틀린 기사를 가짜 뉴스라고 응답한 이는 25%에 불과했다.
 
트럼프측 주장대로 주류 미디어의 보도 성향을 가짜 뉴스라고 국민 다수가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매일같은 폭풍 트윗과 폭스뉴스·SBG 등 트럼프 동맹의 힘이 주류 언론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취임 16개월째인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트럼프 전선에 선 주류 미디어와의 미디어 전쟁에서 승리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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