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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 미안해요” 내한공연 역사 새로 쓴 팝의 여왕

6일 서울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케이티 페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 PAPAS E&M]

6일 서울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케이티 페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 PAPAS E&M]

미국 ‘팝의 여왕’ 케이티 페리(34).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트위터 팔로워 1억명을 돌파한 세계적인 슈퍼스타다. 지금까지도 트위터에서 페리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이는 없다. 그런 인기를 자랑하지만 페리는 유난히 한국과 인연이 없었다. 여성 뮤지션으로서는 최초로 2010년 발매된 2집 ‘틴에이지 드림(Teenage Dream)’의 수록곡 5곡을 차례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렸는데도 한국에서는 절친 리아나나 레이디 가가에 비해 대중에게 ‘낯선’ 팝스타였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위트니스 더 투어(Witness: The Tour)’는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2001년 데뷔 이후 17년 만의 첫 내한공연 티켓이 예매 10분 만에 매진됐다. 지난해 6월 발매된 정규 4집 ‘위트니스’를 기념해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시작해 오는 8월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 세계 90개 도시를 도는 대장정에 이름을 올린 서울에서 페리는 1만5000명의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110분간 쫄깃한 공연을 이어갔다.
 
총 6부로 구성된 공연은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자랑했다. 눈 모양의 화면이 전체 무대를 관통하는 가운데 1부 ‘성명(Manifesto)’에서는 ‘위트니스’ ‘룰렛’ 등 신곡을 부르고, 2부 ‘회고(Retrospective)’에서는 예전 히트곡을 선보였다. 무대와 조화를 이룬 의상과 영상도 탄성을 자아냈다. “미국에서 공수된 무대 장비가 100t에 달한다”는 주최 측의 설명처럼 곡마다 새로운 장치가 등장했고, 백댄서 의상도 곡마다 바뀌었다. 레드 수트에 족두리를 쓰고 등장한 페리의 의상이 화이트 체크무늬 수트로 바뀌면 같은 패턴의 리프트 무대가 올라왔고,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 피어난 대형 장미를 봉 삼아 폴댄스를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졌다. 직접 만든 곡과 어우러진 감각적인 연출이 단연 돋보였다. 단순히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팝의 여왕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케이티 페리

케이티 페리

지난해 내한 당시 각각 무성의한 무대와 립싱크로 논란을 빚은 아리아나 그란데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달리 페리는 관객과의 소통과 교감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팬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인투 미 유 씨(Into Me You See)’를 부른 그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히트곡 ‘핫 앤 콜드(Hot N Cold)’를 어떻게 발음하냐고 묻더니 “뜨겁다 추워”라고 답하거나 ‘아이 키스드 어 걸(I Kissed A Girl)’을 “여자랑 키스했어”라고 말하는 등 한국어 실력도 보여줬다.
 
2015년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 이후 페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레프트 샤크(Left Shark)’도 등장했다. 당시 상어탈을 쓰고 등장한 왼쪽 백댄서는 훌륭한 안무를 선보인 오른쪽 댄서와 달리 어설픈 모습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페리는 “오늘 공연을 함께 할 오른쪽 상어를 찾는다”며 상어 의상 차림의 한국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내 포옹하고 셀카를 찍었다.
 
‘성적 탐구(Sexual Discovery)’와 ‘자아성찰(Introspective)’을 거쳐 ‘부상(Emergence)’으로 이어진 공연은 앙코르 무대까지 완벽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해외공연보다 한두 곡 적었지만, 팬들의 오랜 갈증을 풀기엔 충분한 무대였다. 더구나 ‘라스트 프라이데이 나이트(Last Friday Night)’를 진짜 금요일에 들은 건 아시아에서 서울과 홍콩뿐이다. 페리는 이튿날인 7일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본 뒤 싱가포르로 향했다. 평일 공연, 당일치기 공연으로 원성을 산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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