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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오빠 #목소리 #힐링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라디오 DJ처럼 안내방송 하는 이상헌 신정승무사업소 주임.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라디오 DJ처럼 안내방송 하는 이상헌 신정승무사업소 주임.

“날씨는 풀렸지만 일교차가 아직 심해요. 황사나 미세먼지 대비해 마스크도 챙기시고요. 2호선 모든 승무원이 직장인, 학생 여러분 항상 응원합니다. 파이팅하세요!”
 
지난 2일 서울지하철 2호선은 빈자리가 없었다. 승객들은 눈을 감고 있거나 무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자동 안내방송이 끝난 뒤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몇몇 승객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살짝 미소 짓는 사람도 보였다.
 
당산역, 대림역 등 환승역에서는 “환차 고객이 많은 역입니다. 문을 여유 있게 열어드릴 테니 서두르지 마시고 안전하게 타고 내리세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꿀 떨어지는’ 2호선 안내방송의 주인공은 이상헌(27·사진) 신정승무사업소 차장이다.
 
2일 2호선 열차 조종실에서 만난 그의 앞에는 종이 한장이 놓여 있었다. 승객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와 응원이 담긴 원고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운행하는 90여분 동안에도 칭찬 민원이 들어왔다. 이날 하루만 “긴 출근길에 큰 힘이 됐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그나마 여유를 찾고 기분이 좋아졌다” 등 18건의 칭찬 문자가 접수됐다.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가지 못했다.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열차를 조종하고 싶은 꿈마저 버릴 수는 없었다. 1년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500만원을 모은 뒤 군대부터 갔다. 제대 후 바로 제2종 철도면허 시험을 준비했다. 서울교통공사(당시 서울 메트로)에 입사하기까지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은 홍익대·연세대·이화여대 등 대학과 가까운 역이 많은 만큼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비중이 높다. 강남 쪽으로 출퇴근으로 하는 직장인도 많다. 열차조종실 화면 너머 보이는 표정은 늘 지쳐 보였다. “힘든 얼굴로 학교에 가고 취업을 준비하고 또 회사로 향하는 승객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누군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방송을 한 건 아니다. 2016년 입사 후 받은 교육에서는 안내방송을 ‘다나까’체로 해야 한다고 배웠다. 교과서에 있는 말투는 딱딱하고 사무적으로만 읽혔다. 일상 대화에서 답을 찾았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부모님이 ‘마스크 챙겨’라고 하듯 친구나 가족과 얘기를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내리시기 전에 우산 꼭 챙기세요”라고 안내하고 일교차가 큰 봄에는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자신만의 안내방송을 알아봐 주는 승객도 생겼다. 입사 1년이 되는 날 방송으로 ‘1년 동안 사고 없이 운행할 수 있어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를 전하자 한 승객이 조종실 문을 두드렸다. 손에는 곰보빵, 크림빵 등이 한가득하였다. “안내방송 들으며 많이 위로받았다고 감사하다며 주시더라고요.” 이어 그는 "다른 승객은 손뼉도 쳐주셨다. 부끄러워서 감사하단 말도 못했는데 정말 감동받았다”고 기억했다.
 
그의 친절한 방송은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SNS에 ‘#기관사’를 검색하면 “#기관사” “#오빠” “#목소리” “#힐링” 등이 적힌 게시물도 찾을 수 있다. 2018년 3월 기준 이 차장에게 접수된 칭찬은 820건이다. 2위(427건)보다 거의 두 배 많은 압도적 1위다.
 
이 차장은 다른 직장인이 겪는 3년 차 슬럼프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나중에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보여주려 칭찬 문자들을 프린트해둔다. 지하철이 차가운 이미지가 있지만 운전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승객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태윤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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