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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마스터스

지난 6일 1라운드 15번홀에서 13타를 기록한 뒤 고개를 숙인 지난해 챔피언 가르시아(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1라운드 15번홀에서 13타를 기록한 뒤 고개를 숙인 지난해 챔피언 가르시아(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1996년 개봉한 골프 영화 ‘틴컵’은 뜨내기 레슨프로가 US오픈에 출전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로이 매커보이(케빈 코스트너 분)는 US오픈 최종일 마지막 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다. 그런데 파5인 마지막 홀에서 파국을 맞는다. 그린 앞 호수를 가로질러 2온을 노리다 공을 수차례 물에 빠뜨린다는 스토리다.  지난 6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1라운드 15번 홀(파5·530야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38·스페인)는 13타를 쳤다. 영화 보다 1타가 많다.
 
1978년 일본의 나카지마는 파5인 13번홀에서 13타를 기록했다. [마스터스 홈페이지]

1978년 일본의 나카지마는 파5인 13번홀에서 13타를 기록했다. [마스터스 홈페이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는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특히 신비한 기운이 도는 아멘코너에서 심심찮게 대형사고(?)가 터진다. 40년 전인 1978년 일본의 나카지마 츠네유키(64)는 파 5인 13번 홀에서 티샷을 당겨친 탓에 페어웨이 옆 ‘래의 개울’에 빠뜨렸다. 1벌타를 먹고, 레이업을 한 다음 네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했으나 이번엔 그린 앞 개울에 공을 빠뜨렸다. 래의 개울은 별로 깊지 않다. 나카지마는 물에서 그냥 공을 쳤다. 그러나 공은 위로 솟구쳤다가 나카지마의 신발에 닿았다. 2벌타.
 
당황한 나카지마는 클럽을 캐디에게 건네주다가 떨어뜨려 물을 건드렸다. 공이 해저드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클럽이 물에 닿으면 당연히 벌타를 먹는다. 천신만고 끝에 나카지마는 물에서 나왔지만 이번엔 공이 그린을 넘어갔다. 칩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그는 이 홀에서 13타를 기록했다. 나카지마는 당시 “꼭 이글을 하겠다고 생각해 힘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나카지마는 이 홀을 제외한 나머지 17개 홀에서는 이븐파를 쳤다.
 
1980년 톰 와이스코프(왼쪽)가 파3인 12번홀에서 10오버파를 친 뒤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스터스 홈페이지]

1980년 톰 와이스코프(왼쪽)가 파3인 12번홀에서 10오버파를 친 뒤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스터스 홈페이지]

이보다 심한 악몽은 2년 후인 1980년에 나왔다. 마스터스에서 4차례 준우승한 톰 와이스코프(76·미국)는 파 3인 12번 홀에서 티샷한 공을 물에 빠뜨렸다. 그는 드롭존으로 가서 4번 더 물에 빠뜨린 끝에 11번째 샷을 그린 에지에 보냈고 13타로 홀아웃했다. 가르시아와 나카지마는 파 5홀에서 8오버파, 옥튜플 보기를 기록했는데 와이스코프는 파 3여서 10오버파, 디큐플 보기를 기록한 것이다. 오버파 기준으론 마스터스에서 가장 많은 스코어다.
 
아멘코너 이외에도 마스터스 후반 경기에서는 대형 참사가 많이 일어난다. 특히 가르시아가 13타를 친 15번 홀은 그린이 물쪽으로 경사가 심해 역대 대회에서 11타를 기록한 선수가 3명이나 나왔다.
 
마스터스 한 홀에서 가장 나쁜 스코어는 14타였다. 물을 건너는 파 3인 16번 홀에서 2005년 빌리 캐스퍼(미국)가 14타를 기록했다. 당시 74세였던 그는 4년만에 마스터스에 출전해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캐스퍼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지 않아 공식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그는 105타를 쳤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전반이 더 어렵다. 쉽게 버디를 잡을 홀이 없다. 반면 후반엔 스코어를 줄일 만한 홀이 꽤 있다. 파 5인 13번, 15번 홀은 버디 혹은 이글을 잡을 수 있다. 파 3홀도 전반 홀보다 짧다. 마스터스 초기엔 난이도가 높은 현재의 전반 9홀을 후반 홀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틱한 무대를 바꿀 수 없었다. 그래서 마스터스의 진짜 시작은 4라운드 후반이라는 말도 나왔다.
 
일반 대회보다는 메이저 대회에서 대형 사고가 자주 터지는 편이다. 그린 스피드가 빠르고 코스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긴장감이다. 욕심은 커지는데 몸은 굳어지면서 우승을 향한 염원이 개울에 빠진다.
 
78년 마스터스에서 한 홀 13타를 친 나카지마는 그 해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 3라운드에서 선두경쟁을 하다 또 참사를 당했다. 17번 홀에서 퍼트를 세게 했다가 공을 벙커에 빠뜨렸고, 4번 만에 나왔다.
 
영화 틴컵에서 주인공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으로 우승은 놓쳤지만 미녀(르네 루소)를 얻었다. 나카지마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두 대회에서 스코어를 잃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지금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7번 홀 벙커는 ‘나카지마 벙커’ 라고 불린다. 그는 현재 일본 TBS 방송의 해설자로 오거스타 내셔널에 와 있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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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