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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뻔한 러시아 이중 스파이 ‘신분 세탁’ 거쳐 미국 도피할 듯

 
맹독성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사진 율리아 SNS]

맹독성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사진 율리아 SNS]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부녀가 퇴원 후 미국으로 이주해 새 신분을 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추가적인 살해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다.
 
8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의 신변 문제를 놓고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논의 중이라고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곧 수사에 협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들(스크리팔 부녀)은 새 신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 율리아가 한달 여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성명을 낸 데 이어 아버지 스크리팔 역시 위독한 상태를 넘기고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식통은 이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내상’을 입었다며 “그들의 삶이 예전과 같을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율리아는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측의 면담 의사마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러시아 국적으로 살아가는 대신 서방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영국 솔즈베리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던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사진 페이스북]

영국 솔즈베리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던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사진 페이스북]

이에 따라 영국 정보당국 측은 스크리팔 부녀를 핵심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 국가들, 즉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에 이주시키고자 희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보고 있다. “이들이 살해당할 가능성이 가장 낮고 새로운 신분으로 보호하기 쉬운 곳”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인 스크리팔은 2006년 영국 MI6에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분을 넘긴 뒤 반역죄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첫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넘어왔다가 지난달 4일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영국 경찰은 이들 부녀가 자택 현관문 손잡이를 통해 고농축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타임스는 지난 6일 문제의 노비촉이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 도시 쉬하니에 있는 군사 연구기지에서 제조됐으며 영국 정부가 이 같은 정보를 동맹국들에게 이미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25개국이 러시아 외교관 150여명을 추방하는 합동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 이 같은 구체적인 혐의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러시아는 개입설을 완강히 부인하며 같은 수의 외교관 맞추방으로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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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빠르면 다음주 중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그동안 진행해 온 독립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여부가 더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주영 러시아 대사관은 이번 사건 해결과 관련해 알렉산더 야코벤코 대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의 만남을 요청했다고 BBC가 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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