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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떨게 한 EU 여전사 “작은 기업에도 공정한 기회를”

미국 정보기술(IT) 기업규제에 앞장서는 마그레테 베스타거 유럽연합(EU) 집행위 경쟁담당위원. [EPA=연합뉴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규제에 앞장서는 마그레테 베스타거 유럽연합(EU) 집행위 경쟁담당위원.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글로벌 테크 기업들을 벌벌 떨게 하는 여전사” “세계 최강의 경제검찰 총수”
 
모두 마그레테 베스타거(49) EU 집행위 경쟁담당 위원(우리나라로 치면 공정거래위원장 격)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최근 페이스북·애플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서 크고작은 문제가 터지는 가운데 일찌감치 이들의 불공정행위를 문제삼아온 EU 경쟁당국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베스타거 위원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 사건이다. 지난해 6월 EU는 미국 기업 구글에 24억 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확보한 지배력을 활용해 쇼핑 서비스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었을 뿐 아니라 경쟁사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제재를 주도한 베스타거 위원의 논리는 단순명쾌했다.
 
“다른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혁신할 기회를 잃었으므로 구글의 위법성이 인정된다. 무엇보다 유럽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기회와 혁신의 이익을 누리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같은 해 11월 미국 미주리주 조쉬 홀리 법무장관이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여부를 포함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구글 측에 EU에 제공한 모든 증거의 사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다른 주의 검찰도 미주리 주와 정보 제공을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홀리 장관은 “우리는 유럽의 절차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EU 경쟁당국은 전통적인 독점금지법 집행에서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엔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디지털 공간에서의 공정 경쟁, 글로벌 기업들의 납세, 증오 및 테러 조장 등과 같은 신규 영역까지 파고든다. 특히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들이 고객 데이터나 알고리즘을 남용하는 지도 검증 대상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공정경쟁과 소비자보호를 어떻게 추구할지 막막했던 각국에 EU 경쟁당국이 딱 맞는 ‘롤 모델’인 셈이다.
 
EU와 달리 인터넷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던 미국도 태도를 재고하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과 연계됐던 데이터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 연방 정부와 주 당국은 소셜미디어 회사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청문회에 불려갈 예정이다.
 
2014년 11월 베스타거가 EU 경쟁담당 위원이 되기 전부터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조사는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로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는 그의 임기 중 시행됐다. 베스타거는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법인세 감면 특혜를 받았다며 애플에 130억 유로(약 17조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지난 1월엔 퀄컴이 2011년부터 고객사들이 경쟁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자사 통신용 칩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며 과징금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 처분을 내렸다.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반발한다. 팀 쿡 애플 CEO는 2016년 아일랜드 신문과 인터뷰에서 법인세 감면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허위”라고 반박했다. 애플과 아일랜드는 EU 결정에 대해 항소했고, 퀄컴도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EU를 따르는 국가는 늘어나고 있다. 2010년 EU가 구글 검색 엔진과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 체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브라질·인도·러시아도 독점 금지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러시아와 인도는 벌금을 부과했고, 브라질도 네 건의 조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베스타거가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배경엔 EU의 공정경쟁 시스템이 있다. 경쟁당국은 사법적 최종 판단 전에도 처벌을 내리거나 해결책 모색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경쟁 전문가 안토니오 카포비앙코는 “유럽의 시스템은 더 넓은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많은 국가가 미국보다 유럽을 모델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공정경쟁에 대한 베스타거의 확신은 확고하다.
 
“법이 실제로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아무리 작은 선수라도 거대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경쟁당국의 사령관 베스타거는 일상에선 탈권위적이고 대중친화적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구운 시나몬 롤을 나눠주기도 하고, 올초에는 공항에서 뜨개질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도 전문 용어 대신 평범한 언어로 강조점을 잘 전달한다는 평을 받는다. 베스타거는 정기적으로 덴마크로 날아가 수학교사인 남편과 세 딸을 만난다. 그는 루터교 목사인 부모 슬하에서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덴마크 시골에서 자랐다. 그같은 가정 환경은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거대기업에 대한 단호함과 엄격함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인식은 “(경쟁과 관련한) 이런 문제는 아담과 이브만큼 오래됐다. 모든 것은 탐욕 때문에 이뤄진다”라는 언급에서 잘 드러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마그레테 베스타거
덴마크 출신으로 코펜하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9살에 정계에 발을 디뎠다. 2011년 중도 정당의 대표가 돼 연립 정부 구성에 참여, 2014년까지 부총리를 역임했다. 이후 EU 최고 집행기관인 EU집행위에 덴마크 대표로 참여했다. 소셜미디어를 오래전부터 사용해와 덴마크에서 ‘트위터의 여왕’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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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